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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전 황해도서 북파공작원에 납치돼 강제노역…뒤늦게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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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년 전 황해도서 북파공작원에 납치돼 강제노역…뒤늦게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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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후 '첩보 활동'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 납치
    국내 억류해 조사, 4년간 강제노역도…강제귀화까지
    60여년간 사찰·감시당해…진실화해위에서 진상규명
    당시 공작원이 공적조서에 납치사실 적은 게 결정적 근거
    진실화해위 "명예회복과 가족 상봉 기회 제공해야"

    1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공군 첩보대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피해자 김주삼(85)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1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공군 첩보대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 피해자 김주삼(85)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한국전쟁 후 북한 황해도에 거주 중이었던 한 민간인이 우리나라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돼 수년간 강제 노역을 당하고, 강제 귀화 및 현재까지 60여년간 경찰 감시를 받아 온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나마 규명됐다.

    10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전쟁 후 공군 첩보대가 황해도에서 민간인을 납치한 사건에 대해서 진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른바 '공군 첩보대의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의 시작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한과 북한은 서로 상대 진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각각 공작원을 침투시키는 등 첩보전을 벌일 때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1956년 10월 10일 밤 10시쯤 우리나라 공군 제25첩보대 대원 3명은 황해도 용연읍 용정리 바닷가 부근 외딴 가옥에 잠입, 잠을 자고 있던 김주삼(85·당시 19세)씨를 깨운 뒤 위협해 10리쯤 떨어진 서해 해변으로 끌고 갔다.

    당시 김씨는 황해도 용정 제1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나이는 만 19세였지만, 군 징집을 늦추기 위해 학교 진학을 늦게 한 상황이었다. 부친을 일찍 여읜 김씨는 어머니, 동생 4명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원에서 밤 늦게까지 일을 해서 김씨가 주로 동생들을 보살폈다.

    김씨는 해변에서 대기 중이던 민간 위장 목선에 태워졌고,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인 백령도로 끌려갔다. 이틀간 조사를 받은 후 군함으로 갈아 태워져 인천항을 거쳐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공군 첩보부대에 강제 억류됐다. 이후 약 4년간 공군 수송부에서 무보수로 잡역일을 하는 등 강제 노역을 당했다.

    군은 김씨를 억류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한 조사를 하기도 했다. 황해도 지역 내 학교나 다리, 산 등 지형지물에 대한 정보나 인민군 부대의 위치 등을 물었다고 한다.

    1959년 김씨는 부대에서 퇴출 당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강제 귀화 조치됐다. 이후 현재까지 60여년간 경찰의 사찰과 감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김씨는 "처음에 우리가 비닐하우스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 어떤 형사는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와서 다 훑어보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이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여기(남한) 오고 싶지 않다. 지금 여기 생활이 내가 말도 못하게 형편이 곤란한데, 여기 자식들도 다 있지만 (다시 고향에) 가고 싶은 건 사실"이라며 "내가 여기(남한)와서 국민학교도 못 다녔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만 할 수 있으면 거기서 더 좋을 게 어딨겠나. 근데 그걸 할 수가 없다"며 "지금도 저녁에 가끔 밤을 꼬박 새울 때가 있다. 한번 고향과 가족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꼬박 밤을 새운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중간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했으나 국가의 미온적 태도로 증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씨는 2020년 12월 30일 억울한 진실을 밝혀 달라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사건이 한국전쟁 휴전 이후 발생한 첩보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부분의 자료가 비밀에 부쳐져 객관적인 자료가 전무했지만, 김씨의 진술과 첩보대 복무자 등의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진상을 밝혀냈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지원단의 보상금 신청 기록'을 통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 당시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공적조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 김씨에 대한 납치 사실이 적혀 있던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첩보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납치해 남한에 체류하게 한 행위는 신체의 자유·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국가에 대해 피해자에게 명예 회복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진심 어린 사과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또 김씨의 강제 이산에 대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남북 간에 대립이 극심하던 기간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남한에 의한 북한 민간인 납치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계기로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가족 상봉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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