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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美 지역언론…이웃저널리즘과 구독경제로 생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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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사라지는 美 지역언론…이웃저널리즘과 구독경제로 생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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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美 지역 신문, 2004년 9천여 개 → 2019년 6700여 개 급감
    뉴스의 사막화로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론 등장
    이웃저널리즘을 통해 차별화된, 깊이 있는 뉴스 생산
    언론의 독립성‧자율성 보장하는 비영리 구조
    양질의 뉴스 위해 '구독' 기반 뉴스 유료화 시도

    [위기의 지역언론, 美 사례를 통해서 본 해법과 전략은? ①]

    스마트이미지 제공
    로컬저널리즘의 본영처럼 여겨진 美 지역 언론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리나대학교 UNC 허스만 미디어저널리즘스쿨이 발간한 2020년 보고서(News Deserts And Ghost Newspapers)에 따르면 2004년 9천여 개에 달하던 미 신문 수는 2019년 말 6700여 개로 줄었다. 이러한 하락세로 코로나19를 거친 이후 더 많은 신문들이 폐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국 3143개 카운티 중에는 지역 신문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 200여 곳에 이른다. 2008년 7만 1천여 명에 달하던 기자와 편집자 수도 2018년 3만 5천여 명으로 급감했다. 이중 3분의 2는 지역 일간지 소속이었다.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고 했던가. '뉴스의 사막화'로 공론장이 사라져 지역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의 목소리가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언론 생태계의 붕괴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론과 연결 짓는 이유다. 주민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기로 유명한 미 텍사스 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15년 간 지역 신문의 3분의 1이 사라졌고, 생존한 매체들은 저마다의 자구책으로 생명 연장에 나서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지난 6월 5일부터 2주 동안 텍사스 주에 소재한 10여 개 매체와 20여 명의 저널리스트들을 통해서 본 미 현지 언론들의 전략을 정리했다. 만성적 위기론에 빠진 국내 지역 언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함이었다.
     美 '뉴스 사막화' 현상을 나타낸 지도. UNC 허스만 저널리즘미디어스쿨 홈페이지 캡처美 '뉴스 사막화' 현상을 나타낸 지도. UNC 허스만 저널리즘미디어스쿨 홈페이지 캡처

    정치인의 '입'보다 주민 '삶'에 초점을…'이웃저널리즘' 구현


    네이버후드저널리즘(Neighborhood Journalism)이라고 불리는 이웃저널리즘은 미국에선 익숙한 개념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자주 언급되는 '하이퍼로컬(Hyper Local)' 전략과도 상통한다. 개인에 대한 관심은 지역‧지역민을 대표하는 공공의 문제나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소수자의 목소리로 확장된다. 주요 담론을 다루는 전국지보다 오히려 지역 매체에 용이한 접근 방식이다.

    2018년도에 창간한 온라인 매체 San Antonio Heron은 이웃저널리즘을 통한 하이퍼로컬을 전략으로 삼았다. 매주 한 차례씩, 독자들에게 분석 기사 1건과 기타 3~4건을 뉴스레터로 발송하는 이곳은 주로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동산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샌 안토니오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크기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Ben Olive 편집장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특종이나 단독, 속보 경쟁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안의 뒷이야기에 주목하고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쓰기 위해 채택한 현실적 전략이었다.

    대다수 언론사들이 문을 닫는 사이, 오히려 13년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있다. Texas Tribune이다. 사진 기자이자 운영 관리자인 John Jordan는 하이퍼로컬리즘, 특히 이웃저널리즘을 강조했다. 텍사스 지역 특성상 정치적 이슈에 집중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둔다. 덕분에 최근 일어난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서도 다른 매체에선 볼 수 없는 단독 기사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평소 "편견 없는, 한결같은 저널리즘"을 추구한 결과였다. 텍사스 트리뷴 기사 중 보도자료에 의한 기사는 전체 5%도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내용만 추렸기 때문이다.

    Texas Tribune 운영 관리자 John Jordan이 해당 매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Texas Tribune 운영 관리자 John Jordan이 해당 매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후원이 끊기더라도…' 언론의 독립성·자율성 지키는 비영리 구조


    샌 안토니오 지역을 중심으로 2만 8천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San Antonio Report는
    6년 전 비영리로 전환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발행인 Angie Mock은 취약계층이 많은 남서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하고 설문조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단순 언론 보도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경영은 비즈니스와 출판업에 해박한 전문가가 맡고 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매체 브랜딩을 시도했다. 그 결과 구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구독자 중 10%가 자발적 후원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단 차원의 후원도 느는 추세다.

    San Antonio Report는 한때, 재단 관계자의 비리 문제를 기사로 썼다가 후원이 중단되는 일을 경험했다. 훗날 후원이 재개됐지만, 당시 보도 자체가 중단되진 않았다. 언론의 독립성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San Antonio Report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6년 전 비영리로 전환했던 이유도 그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전체 수익 중 20%는 구독자가 낸 후원금으로 유지된다는 Texas Tribune 역시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매체 관계자는 "공장의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듯, 대기업이 소유하는 언론사는 '읽히지 않는' 기사의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Texas Tribune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여타 매체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결은 '비영리' 운영 구조에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뉴스 생산을 위한 도전…뉴스의 유료화와 구독


    1865년에 창간한 San Antonio Express는 2007년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행했다. 첫 6개월 간 구독료는 월 0.99센트. 이후에는 월 5달러로 인상된다. 오래, 더 많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경우 이용량에 비례해 구독료가 더 높게 책정된다. 뉴스의 유료화가 자칫 정보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Marc Duvoisin 편집장은 "생필품을 살 때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하듯, 정보를 획득할 때도 최소한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가끔씩 독자들로부터 "어떻게 뉴스를 돈 받고 파냐"는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수익도 있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Austin American-Statesman은 구독 여부에 따라 뉴스의 공개 수위를 결정한다. 대체로 모든 뉴스를 무료로 읽을 수 있지만, 다른 매체에서 읽을 수 없는 단독 보도만은 구독자에게만 공개한다. 생사 기로에 놓인 언론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함으로써 양질의 뉴스 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채택한 방법이었다.  

    San Antonio Express의 Marc Duvoisin 편집장.San Antonio Express의 Marc Duvoisin 편집장.
    "저널리즘이란 누군가 알려지지 않길 원하는 일을 알리는 거다. 나머지는 PR이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조지 오웰이 한 말이다. 보도를 빙자한 홍보성 기사가 넘쳐나는 현실 속에 조지오웰의 '저널리즘'은 한국 언론의 폐부를 찌른다. 총체적 위기 속에 미 현지 언론 역시 뾰족한 답이 될 수 없지만, 적어도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기준은 던져준 듯하다. 해법은 이미 우리 안에 있고, 이제 결단의 시간만 남아있을 뿐이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로컬저널리즘'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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