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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물가' 치솟아…취약계층 밥 한 끼조차 어렵다



사건/사고

    '밥상 물가' 치솟아…취약계층 밥 한 끼조차 어렵다

    저소득층 밥상 부실…"세금 내고 남는 돈, 밥 사 먹기 어려워"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 84만원 중 식비에만 35만원
    '한 끼' 해결 위해 노인들은 무료급식소…급식도 사정도 녹록지 않아
    고시식당 "500원 올리면 학생들 안 올라"…학생들 "물가 상승 체감"

    일정 소득이 없는 노인 등 취약계층들은 '무료급식'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임민정 기자일정 소득이 없는 노인 등 취약계층들은 '무료급식'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임민정 기자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지원 받아도 절반은 세금 내는 데 써요. 남는 돈은 10만 원 남짓인데, 이걸로 한 달을 살아가려니 밥 먹을 돈도 없죠."

    천안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는 '밥 한끼' 챙기는 것이 일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는 그는 아침 겸 점심은 지역 복지관에서 해결한다. 저녁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 와 탑골공원 등지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이나 싼 국밥으로 때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 대비 5.4% 치솟은 가운데, 생활비 밀접 품목 식료품 값이 오르면서 취약계층은 '한 끼' 챙기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소비지출 내역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밥상이 부실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는 가처분소득 84만원 7039원 중 식료품·외식비에 35만 7754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가구의 경우 필수 지출을 제외하고 가처분소득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식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큰 폭으로 오른 물가 부담에 저소득층은 식료품을 구하러 발품을 팔기도 한다. 취약계층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명 '푸드뱅크'에서 만난 김모(69)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음식을 몇 가지 나눠준다"며 "오늘은 육개장과 오리고기, 닭가슴살을 받아왔다. 오늘은 이걸로 집에 가서 저녁을 해먹을 참"이라고 했다.

    오른 물가에 간식이나 과일을 사 먹을 엄두는 내지 못한다. 김씨는 "이맘때쯤 되면 참외도 엄청나게 싼 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올해 참외를 딱 한 번 맛봤다"고 아쉬워했다. 푸드뱅크의 한 관계자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느는데 기름 등 물가 가격이 폭등한 만큼 물품을 구비해두기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고 기부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정 소득이 없는 노인 등 취약계층들은 '무료급식'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엔 이른 아침부터 급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급식이 시작되지만, 150명분 번호표는 오전 10시도 전에 이미 동이 나는 상태다.

    지난 9일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메뉴는 제육볶음, 콩나물무침, 상추 샐러드, 김치였다. 임민정 기자지난 9일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메뉴는 제육볶음, 콩나물무침, 상추 샐러드, 김치였다. 임민정 기자
    용석중(86)씨는 오전 7시에 도착해 '3번' 번호표를 받았다. 늦지 않으려 새벽같이 나선 그는 아침으로 전날 받은 떡 한 덩어리를 먹었다고 했다. 배식이 시작되기도 전, 그의 배낭엔 비빔밥 도시락이 들어있었다. 용씨는 "다른 급식소에서 아침에 받아온 건데 들키면 곤란하다"며 "나는 여기서 급식으로 배를 채우고 이 도시락은 집에 있는 부인 몫이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은 꼬박 세 끼를 챙겨 먹는 일조차 부담이다. 급식소 관계자는 유독 많은 밥을 받아 가던 90대 노인을 가리키며 "저분은 하루 종일 한 끼만 먹는다"며 "매일 아침 이곳에 와서 4인분 가량을 먹고 간다"고 귀띔했다.

    이날은 가래떡과 두유 후원이 들어온 덕에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간식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든든하겠다"며 식사를 마친 이들의 '한 끼 원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날 첫 번째로 식사를 한 이차현(92)씨는 "다른 데서도 간식 주는 게 있어 빨리 가야 한다"며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물가상승'에 무료급식을 운영하는 일도 녹록지만은 않다. 사회복지원각 고영배 사무국장은 "한 자루에 2만 원했던 양파가 지금은 3만원 정도로 농수산물 가격이 20% 이상 올랐다"며 "식재료값이 하루에 10만원, 한 달로 치면 300만원 정도가 늘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엔 제육볶음을 하면 고기를 많이 넣었지만, 요즘은 고기는 조금 줄이고 대신 야채를 추가한다"고 아쉬워했다.

    저렴한 가격에 손님을 맞이하던 탑골공원 인근 음식점에선 실랑이도 벌어졌다. 2천 원 짜리 국밥을 파는 식당을 찾은 한 손님이 "가격이 아무리 싸다지만 반찬과 건더기가 부실하다"고 주인에게 한소리를 했다. 이에 70대 사장 김모씨는 "배추 가격이 올랐고 가스비도 4만원대하던 게 5만 4천원한다"며 답답해했다.

    고시촌 일대에서 공부하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도 오르는 식당 가격에 한 끼 걱정하긴 마찬가지였다.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은 학생들은 부쩍 오른 물가에 큰 부담을 안고 있었고 인근 식당들은 가격을 올리자니 학생들 발길이 끊어질까 걱정하고 있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에서 만난 강모(23)씨는 "올해 초 고시촌에 들어왔을 땐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그땐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사 먹었는데 몇 달 사이 가격이 10%가까이 올랐다"며 "최근엔 고시식당 식권을 대량으로 식권을 구매해 점심과 저녁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고시생들을 보면 5천 원 이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값이 부담돼 집에서 커피를 싸 오거나 좀 더 저렴한 편의점 커피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노량진에서 수험생활을 마치고 세무직 공무원 면접을 앞둔 김성민(35)씨는 "고시식당은 지금도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최근 500원에서 1천원 정도 올랐다"며 "수험기간엔 직접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하기보다 집에서 지원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시생인 30대 이모씨는 "고시식당들이 가격을 올린다는 데 소식이 있어 부담이 되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답답해 했다.

    대학동 인근 고시 식당들도 물가 부담을 호소했다. 고시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유모씨는 "버티고 버티다 최근에 가격을 500원 올려 한 끼에 6천원을 받는다"며 "물가는 오르지 학생들은 여러 고시식당을 비교해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니 식단 짜는 일도 머리가 아프다. 전쟁 같다"고 답했다.

    가격 인상 예정이라는 또 다른 고시식당의 사장 강모(65)씨는 "솔직히 500원씩 올리는 것도 오르는 물가와 비교하면 맞지 않는다"며 "예전엔 고기값이 3백만 원 정도 들었다고 하면 지금은 4백만 원 이상이 들어 30% 이상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격을 민감하게 생각한다"며 "부모가 서포트해주는 학생들은 그나마 생활이 낫지만 고시 공부하러 들어왔다가 공부가 직업이 돼버리는 사람들은 지금 가격도 부담일 테니 인상이 고민"이라고 답했다.

    사회초년생들도 점심 식사 가격 높아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4% 올랐다. 전체 39개 품목 중 갈비탕(12.2%), 치킨(10.9%), 생선회(10.7%), 자장면(10.4%) 등의 가격은 10% 이상 상승했고, 김밥(9.7%), 라면(9.3%), 쇠고기(9.1%) 동의 가격도 전체 소비자물가(5.4%)보다 많이 올랐다.

    여의도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는 "맛있게 먹으려고 하면 기본 1만 5천 원은 줘야 한다. 이제 막 취업했는데 부담"이라고 말했다. 홍대 마케팅 회사에 재직 중인 권모(30)씨 역시 "회사에서 중식 수당을 고려해보면 한끼 5천 원 정도가 지원되는데 회사 인근은 기본 만원은 줘야 한다"며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사 먹거나 최근엔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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