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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취업에 탈수급까지…'야무진' 고딩엄마, 이래도 짠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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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대학·취업에 탈수급까지…'야무진' 고딩엄마, 이래도 짠하나요?

    핵심요약

    애경산업, 미혼모단체 인트리와 손 잡고 상담센터 '봄날' 운영
    지난 2019년부터 24세 미만 미혼한부모 800여명 지원
    미혼모에 위기 지원 및 멘토링 실시…자립 위한 직업 훈련도
    "어린 엄마들, 정보 얻기 쉽지 않아…36개월까지 산후도우미 지원 필요"

    봄 햇살이 한옥 지붕 위로 쏟아지자 최형숙 인트리 대표가 눈을 질끈 감았다.

    "대표님,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났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미혼모 상담을 10년 넘게 했지만 이런 작별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아이는 2년 동안 상담센터에서 만나 자주 소통해 오던 친구였다. 올해 겨우 21살. 간호사가 꿈이었던 친구는 사이버대를 다니며 4살 아이를 키우던 당찬 엄마이기도 했다.

    열심히 살던 그녀를 무너뜨린 건 뭐였을까. 실습 나간 병원에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그 친구가 떠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상담 업무 시작한 2009년부터 스스로 생을 마감한 미혼 한부모가 7명이었어요. 10년 동안 내가 뭘 했지? 뭐가 바뀌었지?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견과 차별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게 가장 가슴 아프다는 최 대표는 "아이는 누가 낳느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가 일하고 있는 미혼모 상담공간 '봄날'은 특히 24세 미만 미혼모에 특화된 센터다. 지난 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애경 측은 미혼모들이 엄마로서, 한 여성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봄 햇살 같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봄날'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봄날은 병원비나 식비, 생활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위기 긴급 지원을 실시하고, 미혼모 상담사가 센터를 찾은 미혼모들에게 멘토링도 진행한다. 또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과 주거비도 지원한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미혼모 상담지원센터 봄날. 애경산업 제공 지난 2019년 문을 연 미혼모 상담지원센터 봄날. 애경산업 제공 봄날에서 지원을 받은 24세 미만 미혼모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800여명에 달한다.

    안타까운 사례도 있지만, 학업과 취업 육아까지 세 가지를 모두 해내는 당찬 엄마들도 많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모(25)씨도 봄날 상담을 통해 학업을 마치고 취업까지 성공한 케이스다.

    '고딩 엄마'였던 그는 봄날 프로그램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친구들을 사귀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는 자신감도 커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자격도 자연스럽게 벗어났다.  

    "예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신 있게 제 상황을 이야기해요. 미혼모라고 해서 다른 사람과 다른 게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 뿐이라고요."

    최 대표는 "친구들이 사는 평범한 20대의 삶을 미혼모 친구들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린 엄마들은 주변에서 상담할 사람이 없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잘 대처하지 못해요. 그렇다 보니 아이를 학대한다, 방임한다는 오해도 종종 받지요. 엄마도 아이도 성장할 수 있도록 산후 도우미 등 정부 지원이 몇 주에 그칠 게 아니라 아이가 36개월 될 때까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인 인트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상담소 '봄날'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산업은 이번엔 한부모 경제적 자립을 위해 4500만원의 직업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3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으며 1인당 최대 2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사회적 차별로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한부모 가족의 변화된 미래를 같이 만들어 나가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이들이 보다 행복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립지원과 인식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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