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에게 마스크를 교체 착용시키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세 속에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완화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강력한 비상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하루 최대 60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기업에서도 임직원 확진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무 공백으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에도 자체적인 고강도 사내 방역지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삼성전자에선 최근 신규 확진자가 연일 수백 명대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은 11만3천485명이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평균 확진자 발생 비율(10만명당 784명)을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약 89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대면회의·대면교육 금지를 비롯해 회식 금지, 국내 출장 자제, 부서별 재택근무 등 지난달 도입한 고강도 사내 방역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확진자 규모를 고려할 때 사내 방역지침을 당장 완화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사업장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이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최근 오미크론 유행 상황을 고려해 강도 높은 사내 방역지침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대로 재택근무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 대면회의·대면교육 제한, 경영상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외부 출장 자제 등의 내부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대면 회의와 회식 금지, 해외출장 금지(경영상 필수만 예외) 등 기존 사내 방역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달부터 서서히 방역수칙을 풀고 있지만, 오히려 사내 확진자 수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지침)보다 강도 높은 사내 방역지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두 차례 조정으로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다시 11시까지로 1시간씩 연장한 데 이어 21일부터 2주간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세 번째 방역완화 조치를 시행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장인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각종 부담도 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은 임직원에게 재택치료 기간 일주일 동안 공가(유급휴가)를 부여한다. 하루에 수백명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거나 남은 직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확진 판정을 받은 임직원과 같이 식사하거나 근처에서 근무한 밀접접촉자는 최소 4일간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이처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밀접접촉자 추적 및 사후 관리 업무 부담도 커진 것이 현실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밀접접촉자 분류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사무실 자리 배치를 바꾸기도 했다"며 "확진자가 늘면 업무 부담도 커지는 만큼 유행 상황이 꺾일 때까지 강도 높은 사내 지침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