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1월 5일 제주 변호사 피살 현장 감식에 나선 경찰. 연합뉴스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변호사 살인사건' 공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검찰이 항소했다. 재판부가 법리 등을 잘못 판단했다는 이유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살인과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조직폭력배 조직원 김모(56)씨에게 협박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살인사건 사실 관계와 법리를 잘못 판단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협박 사건에 대한 형량도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씨 역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협박 혐의에 대해 유죄가 나오자 항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99년 8월과 9월 사이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동료 A씨(2014년 사망)와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상의하고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했다.
당시 김씨는 성명 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서 철두철미하게 일을 진행해라. 다퉈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범행에 대한 대가로 3천만 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쯤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이 변호사는 심장 파열로 사망했다.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김모(56)씨. 고상현 기자
검찰은 "김씨는 A씨와 수차례 범행을 모의했다. 검찰 출신인 이 변호사의 거센 저항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했을 때 A씨가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김씨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피고인 진술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고, 제출된 증거 중 상당 부분은 단지 가능성과 추정일 뿐이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선고 직후 재판장은 김씨에게 "법률적 판단에 따른 무죄"라고 강조했다. 재판장은 법률적으로 처벌할 수 없어도 심증으로는 유죄가 의심된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제주 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한 다음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