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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잇따른 사망…유행 정점 멀었는데 의료체계 '비상'



보건/의료

    재택치료 잇따른 사망…유행 정점 멀었는데 의료체계 '비상'

    50대 남성 재택치료 분류 못 받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병원 이송 중 사망한 영아…11곳 연락했지만 "병상 없어"
    보건소부터 병원까지 오미크론 대응 기관 곳곳서 '과부하'
    오미크론 유행 정점 전 비상에 "미리 대비했어야" 지적도

    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재택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이한형 기자17일 서울 중구 보아스 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오재국 원장이 재택치료 중인 환자에게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보고있다. 이한형 기자재택 치료를 받거나 기다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오미크론 대유행 속 환자 폭증 상황에 의료 체계가 단계 별로 허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초기 환자 분류부터 응급 상황 대응까지 각 전담 기관마다 벌써 한계가 임박한 모습이어서 다가올 유행의 정점 상황 시 대응 역량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환자 분류 안 되고 병상 못 찾고…의료체계 과부하 속 사망  

    50대 남성 A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집에서 머물다 하루 뒤인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전날 확진 판정을 받자 가족들은 다른 장소에 머물렀고 혼자 격리 중이었다. 확진 후 하루가 지날 때까지 재택치료 관리군 분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자체 보건소가 4차례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진 후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직접 자택을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확진자가 10만명대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며 직접 방문은 못 했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A씨 사망 하루 전인 18일 수원시에서는 확진 후 부모와 격리 중이던 7개월 영아 B군이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수원 인근 병원 11곳에 전화했지만 "병상이 없다"거나 "너무 어려서 입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15㎞ 넘게 떨어진 안산의 한 병원 병상을 가까스로 확보해 이동했지만 B군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환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보건소의 환자 분류부터 이후 응급상황에 따른 대처까지 오미크론에 대응하는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며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보한 병상 수와 참여 의료기관 수 등을 근거로 의료체계가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방역 일선의 입장은 정반대다. 특히 한 주가 지나면 배로 늘어나는 확진자에 환자 분류 및 병원과 연계를 담당하는 보건소의 경우 그야말로 매일이 "비상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한 일선 보건소 직원은 "코로나 관련 업무하는 사람들은 정시 퇴근이 없어진 지 오래다. 새벽에 퇴근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아프고 힘들어도 병원조차 갈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담당팀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다 같이 돕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건소의 업무가 한계를 넘어서며 발생한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관리와 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에도 전달되고 있다. 환자 상담과 진료 등 가뜩이나 바쁜 기본 업무에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아 곧바로 병원에 연락이 오는 환자도 많아 보건소 업무인 초기 안내까지 떠맡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의 한 간호사는 "환자 분들이 밤이나 아침 일찍 확진되면 저희한테 바로 연락해 '보건소에서 아무 연락도 받은 게 없는데 조치가 없겠냐'고 한다"며 "저희는 환자가 너무 늘어 보건소에서 개별 전화 응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 후 '건강상 문제가 있으면 의사 선생님 진료를 연결해드리겠다'고 설명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유행에 일반 환자는 물론 의료진 내 감염이 빈번해지는 것도 가뜩이나 부족한 여력에 고민을 더하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직원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가족 감염으로 밀접접촉자로 격리가 돼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많다"며 "12월하고 1월 전반만 해도 3차 접종을 적극적으로 해서 의료진 감염이 거의 없었는데 오미크론의 유행으로 일반 외래진료나 수술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정점 전 맞이한 '한계'…전문가 "위중증 환자 관리 미리 점검해야"


    이한형 기자이한형 기자이처럼 오미크론 정점이 오기도 전 맞이한 의료체계 비상 상황에 향후 닥쳐올 유행 상황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3월 초에서 중순 사이 하루 확진자가 14~27만명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보다 확진 규모가 2배 이상도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벌써 한계 수준에 임박한 현 의료체계로 감당이 가능할지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리 오미크론 유행을 겪은 다른 나라들을 참고해 대량 환자 발생을 대비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이 터지고 나서 대비를 하려면 너무 힘들다. 오미크론에 중환자 관리 체계도 중요하지만 일반 환자를 어떻게 관리할 지를 전문가들이 얘기했지만 결국에는 잘 안 됐다"며 "델타가 한참 정점이었을 때 7~8천명이 확진됐는데 이때 담당하던 인력으로 9~10만명을 대응하니 안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제부터 서서히 높아지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480명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에 중증 병상 가동률도 35.4%(2664개 중 943개 사용)로 일주일 전 25.7%(2573개 중 662개 사용)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방역당국은 이 수치를 근거로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숫자만 보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엄 교수는 "등록된 2600개 병상 중 실제로 활용 가능한 병상이 몇 개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병상은 갖췄어도 기계 장비가 없어서 운영을 못 할 병상도 있고 인력이 없어서 가동이 안 될 병상도 존재한다"면서 "병원들도 벌써 확진직원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하며 신고된 숫자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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