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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데자뷰?' 왜 베이징에서 8년 전 소치의 악취가 풍겼을까



스포츠일반

    '中·러 데자뷰?' 왜 베이징에서 8년 전 소치의 악취가 풍겼을까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성화가 꺼지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20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성화가 꺼지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해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각) "이번 올림픽의 최종 이미지는 처참한 프리 스케이팅 후 눈물을 흘리는 발리예바가 될 것"이라고 썼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나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15)를 빗댄 표현이다.

    여자 싱글 최강자로 꼽히는 발리예바는 금지 약물 복용 적발에도 베이징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이의 신청에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 허용을 결정했다.

    엄청난 논란 속에 여자 싱글에 나선 발리예바는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3번의 엉덩방아 등으로 5위에 머물러 최종 4위에 그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WP는 "올림픽은 오랜 기간 논쟁으로 가득했지만 이번은 또 다른 최악을 기록했다"면서 "그것은 베이징 올림픽을 스캔들 올림픽으로 굳혔다"고 꼬집었다.

    WP의 지적처럼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잇딴 추문으로 몸살을 앓았다. 발리예바의 도핑 적발에 그가 출전해 ROC의 금메달이 결정된 피겨 단체전은 시상식도 열리지 못했다. 2, 3위에 오른 미국, 일본은 애꿎게 메달 없이 귀국해야 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얼굴을 감싸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얼굴을 감싸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이와 함께 베이징올림픽은 판정 논란으로도 홍역을 치렀다.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 쇼트트랙에서 노골적으로 벌어졌다. 혼성 계주 2000m에서 중국 선수들은 계주에서 필수인 터치를 하지 않고도 페널티를 받지 않고, 오히려 미국과 ROC가 실격을 당했다. 준결승 3위였던 중국은 1, 2위의 실격으로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1000m에서는 한국이 중국 홈 텃세의 희생양이 됐다.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체대)가 준결승을 통과하고도 레인 변경 반칙이라는 애매한 판정에 실격했다. 대신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샤올린 산도르 리우(헝가리)가 실격을 당해 런쯔웨이, 리원룽이 금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약물과 판정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베이징올림픽은 8년 전 소치올림픽과 흡사하다. 당시도 피겨 여자 싱글에서 엄청난 논란 속에 개최국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이후 국가 주도의 약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러시아는 올림픽에 자국 이름과 국기, 국가 등을 쓸 수 없는 징계를 받았다.

    한국 선수가 피해를 입은 점도 유사하다. 소치올림픽 당시 '피겨 여왕'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로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2회 연속 금메달이 유력했다. 그러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한번 실수를 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시상식 당시 김연아(왼쪽부터)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나란히 선 모습. 대한체육회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시상식 당시 김연아(왼쪽부터)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나란히 선 모습. 대한체육회

    당시도 프랑스의 스포츠 전문 매체 레퀴프는 소치올림픽 피겨에 대해 '스캔들(부도덕한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러시아 역사상 첫 번째 여자 싱글 챔피언은 심판들이 만들었다"면서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러시아 기자마저 소트니코바의 점수가 너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소트니코바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러시아 선수들 리스트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IOC는 소트니코바의 도핑 연루를 부인했으나 러시아 스키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4명은 금지 약물 복용이 사실로 드러났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2016년 12월 "소치올림픽에서 나온 러시아의 금메달 중 최소한 4개가 (도핑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판정과 도핑으로 얼룩진 올림픽이었다는 것이다.

    소치와 베이징올림픽은 개최국에 강력한 국가 지도자가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다. 둘 모두 올림픽을 통해 국력을 과시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점도 같다. 소치나 베이징이나 개최국에 유리하도록 도를 넘는 편파 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외교적으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저지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약물과 판정 논란이 불거진 동계올림픽으로도 서로 통하는 모양새가 됐다. 스캔들로 대동단결하게 된 소치와 베이징동계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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