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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4살의 나이로 게임 제작사를 차려 게임계 역대 최연소 CEO로 유명했던 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이하 씨드나인)의 김건 사장의 어깨가 요즘 무겁다. ''스트리트 파이터''로 유명한 일본 캡콤사의 간판 게임 ''마계촌''을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창업 9년만에 잠실 사옥도 장만했다. 개발자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었기 때문.
''마계촌''은 일본 캡콤에서 1985년 처음 선보인 액션 게임으로 중세의 기사 아서가 공동묘지와 늪, 악마의 성 등으로 이루어진 마계를 넘어 악마에게 잡혀간 공주를 구하고 파괴된 영지를 되돌려 놓는다는 스토리.
◈ ''마계촌'' 전통 계승 후속작 개발 전력 투구씨드나인에서 개발하는 ''마계촌 온라인''은 1985년에 선보인 ''마계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게임으로 원작의 탄생 이후 ''마계촌 온라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24년 세월이 흐른 후에 이야기다. 따라서 ''마계촌''의 정통을 계승하는 온라인판 후속작이라는 개념이 더욱 정확하다.
그러나 일본 원작게임이 워낙 인기를 끈 명작인데다 ''초마계촌'', ''대마계촌'', ''극마계촌'' 등 15종의 속편타이틀과 총 430만개에 이르는 기록적인 판매량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인 상황에서 온라인에 맞는 게임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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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 ''마계촌''의 뛰어난 게임성, 그리고 특유의 액션이나 세계관 등은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 워낙 명작인 게임이라 씨드나인이 전체적인 개발을 총괄하지만 캡콤에서도 검수를 꼼꼼히 하고 있다.
그래서 김건 사장은 평소 개발자들에게 "우리 어깨에 회사와 국내 게임업계의 명예가 달려 있다"며 사명의식을 가져달라고 주문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대선배 잭 니콜슨의 조커연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감이 컸을 고(故) 히스 레저의 심정같다고나 할까요. 사실은 ''마계촌''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렇게 인터뷰하기도 힘들어요. 어떤 일본팬분은 이런 인터뷰기사에서도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 퍼즐 맞추기식으로 분석을 하더라고요."
◈ "''마계촌 온라인'', 씨드나인 도약하는 계기"국내 최초의 뮤직레이싱 게임 ''알투비트''로 성공한 그가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이같은 모험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R&B(리듬앤블루스)나 힙합곡을 작곡할 정도로 음악게임에는 정통한 그가 말이다. 직접 배경음악을 작곡한 2001년 연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토막''과 국내 최초의 뮤직레이싱 게임 ''알투비트''의 성공으로 음악게임만 만들어도 ''중박'' 이상은 친다는 그다.
[BestNocut_L]"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오락실 한구석에서 50원으로 ''마계촌''을 끝까지 깨는 게 어린이들의 ''로망''이었죠. 그리고 그 어린이들이 씨드나인에 모였습니다. ''마계촌 온라인''이란 프로젝트를 깨는 건 초·중·고교를 게임이란 이름으로 거쳤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의 로망을 진정으로 완성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마계촌''은 1980년대 초등학교 당시 오락실을 기웃거리고, 90년대 비디오게임을 즐겼던 전형적인 겜키즈 김건 사장의 아련한 향수이자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다. 30대를 넘긴 지금 초심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씨드나인을 하나의 성숙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알투비투''가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게 시발점이 된 것 같아요. ''마계촌 온라인''은 씨드나인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의 표현을 빌린다면 ''마계촌 온라인''의 개발은 알을 깨는 과정이다. 30대를 넘긴 김건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