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의 '자소상'과 이를 재해석한 목정욱의 작품들, 곽인숙 기자.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열연 중인 배우 송혜교가 지난 주말 한 전시장을 찾았다. 송혜교는 18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불멸의 초상: 권진규×목정욱' 전을 관람했다.
한국 근대조각 거장 고(故) 권진규(1922~1973)와 방탄소년단(BTS)의 '타임'지 표지 촬영 등으로 유명한 패션 포토그래퍼 목정욱(41)이 함께 한 전시다.
송혜교는 목정욱과의 오랜 친분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목정욱은 "송혜교씨가 전시가 보고 싶다며 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목정욱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사진 포스터를 촬영하기도 했다.
송혜교 뿐만 아니라 빅뱅의 태양과 이수혁, 천우희, 류승룡 등 많은 연예인들이 전시를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2030세대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2030세대가 전체 관람객의 3,40% 정도를 차지한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관람평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권진규의 '십자가 위 그리스도', 곽인숙 기자.이번 전시는 권진규의 조각 작품을 촬영한 목정욱의 사진과 그 모델이 된 권진규의 실제 조각으로 꾸며졌다. 권진규가 1968~1973년 작고 전까지 제작한 조각과 목정욱이 올해 6개월동안 제작한 사진이 입체와 평면으로 어우러져 시간의 강을 건너 만났다.
전시에서는 권진규의 자소상(自塑像,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 및 종교적인 조각들과 그의 조각들을 목정욱이 사진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사진 작품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다.
목정욱의 '십자가 위 그리스도' 연구 48, PKM갤러리 제공.권진규는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선구자로, 외세에서 벗어나 '한국적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했다. 청년 시절 일본에서 서구의 조소 기술을 배웠고 1959년 귀국 후 동서양의 미학을 넘나드는 인물상과 동물상, 부조 등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진흙을 굽는 테라코타와 옻을 이용하는 건칠 기법을 통해 한국적 방식을 담아냈다.
목정욱은 우리 시대 가장 '잘 나가는' 포토그래퍼로, 보그와 하퍼스 바자, 프라다 등 세계적인 패션잡지, 명품업체와의 작업으로 유명하다. EXO, 블랙핑크, 아이유, 수지 등 K팝 스타들과도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자소상과 종교적 구원에 대한 갈망을 담은 예수상, 불상 등 권진규 완숙기의 핵심 작품 8점과 권진규의 예술혼이 현대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도록 관점을 확장한 목정욱의 작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권진규의 생전 모습, PKM갤러리 제공.전시장에서 만난 목정욱은 "권진규의 자소상이 몇십 년이 지나 내게 왔을 때, 그 시간들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며 "자아의 연속성, 즉 작가의 모습이 타임라인 안에서 쪼개져 하나의 이미지로 모이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진규 선생님의 조각이 영원불멸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품을 재해석한 제 사진 작업이 관람객들에게 생명력있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는 "오늘의 시각에서 권진규를 새롭게 해석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권진규를 통해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와 작업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며, 전시 연계 사진집도 이날 출간된다.
사진작가 목정욱, PKM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