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우드
명망있는 배우 겸 감독으로 할리우드의 존경을 받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한국 전쟁과의 인연''이 적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다.
오는 19일 국내 개봉하는 ''그랜 토리노''에서 그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외골수의 고집불통 노인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스트우드가 한국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배역을 맡은 것이 ''그랜 토리노''까지 네 번째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 영화는 1974년에 개봉된 ''대도적(Thunderbolt and Lightfoot)''이다. 이 영화는 은퇴한 은행 강도범이 과거의 동료들, 또 우연히 만난 떠돌이와 함께 옛날에 훔쳤다가 숨겨둔 돈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디어 헌터''의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스트우드는 은퇴한 은행 강도인 ''썬더 볼트'' 역으로 등장한다. 비록 훗날엔 악명 높은 범죄자로 낙인찍혔지만, ''썬더 볼트''는 한국전에서 실버 스타(the silver star)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 이었다.
두 번째 영화는 1986년도작 ''승리의 전쟁(Heartbreak Ridge)''이다. 이스트우드가 연출을 맡기도 한 이 영화에서 그는 한국전에서 무훈을 세운 경력이 있는, 고집 강한 고참 해병 상사로 등장한다.
특히 ''Heartbreak Ridge''란 영문 제목은 한국전과 관련이 깊다. 6.25 당시 유명한 격전지 ''단장(斷腸)의 능선''이 바로 영어로 ''Heartbreak Ridge''인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맡은 고참 해병 상사의 입을 통해 한국전을 회고하며 타이틀 장면에선 한국전 기록 필름들을 직접 사용했다.
세 번째 영화는 1997년, 이스트우드가 역시 연출과 주연을 맡은 ''앱솔루트 파워''다. IMDB에 의하면, 이스트우드는 속임수와 변장에 능한 완벽한 도둑 ''루터 휘트니''로 출연한다. 그런데 휘트니도 한국전 참전 경력이 있다.
실제로 1950년 한국행 군용비행기에 올랐지만 구사일생으로 탈출이스트우드가 영화 속에 한국전을 적지 않게 등장시키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그의 과거사를 살펴보면, 한국전을 머릿속에 담을 만한 직접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 군대에 징집당한 그가 참전을 위해 한국행 군용비행기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북쪽 드레이크만에 추락하고 만다.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그는 무려 3마일을 헤엄쳐 탈출에 성공했다. 이 사고로 그의 한국행은 취소됐고, 대신 그는 부대에서 수영 지도병으로 복무했다.
[BestNocut_L]그는 할리우드에서 대표적인 반전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폭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미국의 목적은 결함투성"이라며 "나 같으면 이라크 전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의 편지'' 등을 통해서도 반전 메시지를 활발히 표출해 온 그는 2007년 미국영화협회가 수여하는 ''잭 발렌티 인도주의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그랜 토리노''는 오는 14 · 15일 유료시사회를 거쳐 19일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