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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史와 엮인 '바쿠라우'…폭력 사회에 던지는 도전장"



영화

    "인류史와 엮인 '바쿠라우'…폭력 사회에 던지는 도전장"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이 말하는 '바쿠라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서 '가장 독특하고 거친 영화' 평가
    장르 융합·거침없는 풍자 돋보이는 영화

    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바쿠라우'는 미지의 마을 바쿠라우의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이후 마을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미스터리한 일들을 담은 영화다. 서부극의 외피를 입은 채 강렬하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던진다.
     
    다양한 장르가 융합해 거침없는 풍자를 선보이는 '바쿠라우'를 두고 제72회 칸영화제에서는 "가장 독특하고 거친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평단의 호평 속 '바쿠라우'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의 영예를 안았다. 1962년 안셀무 두아르테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약 60년 만에 브라질 영화가 이뤄낸 성과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과 그의 영화 인생의 오랜 동반자인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은 '바쿠라우' 각본과 연출을 모두 함께했다. 영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2009년부터 구상해 왔다고 밝힌 두 감독은 브라질의 정치적 맥락은 물론이고, 몇 해에 걸쳐 그들이 목격해 온 세계의 부조리와 변화를 극에 모두 담아내며 날카롭고도 독창적인 이야기를 구축했다.
     
    과연 이 독창적인 작품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또 어떤 과정을 거쳐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됐는지 두 감독이 전한 영화 '바쿠라우'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클레베르 감독은 단편작인 '헤시피 프리오'(2009)와 이후 작품들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줄리아누와 친구이자 동료로서 여러 해 동안 함께 해오고 있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이하 클레베르) :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란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바로 거기에 집중한 거다. 플롯은 나중에 나왔다. 작은 외딴 마을이 외부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도 사실 굉장히 고전적인 설정이다.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이하 줄리아누) : '바쿠라우'는 우리가 관찰한 모습, 눈에 거슬렸던 것들, 그리고 가난하고 외딴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복잡하고 흥미롭다. 그들을 '단순하고' '웃기고'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을 사람들이 복수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놀래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영화가 나왔다. 공동으로 감독한다는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로 항상 마음이 잘 맞았다. 클레베르 감독과의 작업은 항상 재미있고 자극이 된다.

     
    ▷ 브라질 북동부 빈민 지역으로 대표되는 세르타오를 모티브로 한 마을 바쿠라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원리가 작동하는 현실의 공간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설정하고 있지만 '바쿠라우'의 세계에는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대와 초현대가 교차되고 혼재해 있다.
     
    클레베르 : 영화는 이 마을이 세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리적인 문제를 초월한다. 이것이 영화가 가진 다층적인 차원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나는 특히 1970년대 미국 파나비전의 C-시리즈 아나몰픽 프라임 렌즈를 사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브라질 영화로서는 흔치 않게 '바쿠라우'에서는 북동부 지역의 공업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이런 특수 렌즈의 시각적인 왜곡이 아주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는 북동부를 찍는 브라질 출신의 영화감독들이다) 미국 영화의 한 유형을 상기시킨다. 우린 그런 렌즈의 시각적인 효과를 아주 좋아하고, 그것이 이 영화에 독특함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바쿠라우'라는 단어는 포르투갈어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또 지역적인 특색을 강하게 반영하는 단어다. 이 단어를 마을 이름과 영화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참고: 바쿠라우는 '밤에만 사냥하는 새'라는 뜻을 가진 일종의 올빼미를 말한다)
     
    줄리아누 : '바쿠라우'라는 새는 야행성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때는 보호색 때문에 감쪽같이 숨겨진다. 짧고 효과적인 단어이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에 살아 있는 신비로운 어떤 것, 자기가 보이고 싶을 때만 눈에 띄는 것을 상징한다. 마을 바쿠라우도 마찬가지다. 어둠에 익숙하고, 낮게 나는 법을 알고, 눈에 띄는 걸 원치 않는다. 고속도로 표지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가시는 길 평안하기를.'
     
    클레베르 : 아이러니하지만, 스크립트의 한 버전에서는 테레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바쿠라우라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뛰는 장면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바쿠라우는 버스 목적지에서도 사용되는 말이다. 10대 시절의 기억들로 구성된 야심 찬 장면이었다. 바쿠라우는 한밤중의 모험을 상기시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좀 어렵다.

     
    ▷ 이 영화는 과거의 상처가 다시 파헤쳐진 브라질의 현 정치 상황과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죽이는 댐, 의료제도, 총기 관리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기도 한다.
     
    클레베르 : '바쿠라우'가 세계의 역사와 엮이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롭다. 우리가 쓴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치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몇 년 동안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책을 쓰레기처럼 다루는 것처럼 구제 불가능하고 브라질인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폭력적인 사회에 도전을 제기하는 측면들이 있다.
     
    줄리아누 : 스크립트를 쓰는 내내 현실과 일종의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날마다 들리는 뉴스들이 너무도 기가 막히고 디스토피아적이어서 '바쿠라우'가 점점 더 개연성이 생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과 세계는 날마다 우리에게 영화의 '티저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최소한도의 인터커팅(두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작을 교대로 편집해 신을 구성하는 것)으로 롱테이크를 선호하고 있다. 그 방식이 어떻게 등장인물들과 그 공간의 관계 그리고 촬영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줄리아누 : 시나리오를 쓸 때 쇼트와 커트를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장면을 분석한다. 편집할 때는 쇼트 타이밍을 더 잘 볼 수 있었고, 그런 타이밍이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처럼 리듬과 긴장감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해서 혹시라도 중요한 장면을 놓칠까 봐 눈도 깜빡이지 않게 되는 거다.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쿠라우는 가시가 달린 '까아찡가'(caatinga)라는 식물이 자라는 낮은 바위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인들이 이곳을 택한 이유가 논리적으로 분명해야 했다. 높은 곳에서 먹잇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사방에서 공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쿠라우 주민들이 숨는 데 능하다는 건 예상치 못했다. 토니 시장이 처음 마을에 올 때 드러난다. 주민들만 알고 있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 아주 오래된 토굴 같은 게 마을에 있을 수 있다.
     
    클레베르 : 내 경험상 일단 촬영장에 서면 배우들의 문제, 불가능한 촬영 일정, 해가 떴다가 10분 만에 폭우가 몰아치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 등으로 인해서 그렇게 쇼트를 나눠두는 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다. 가끔은 카메라 2대로 미친 듯이 촬영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두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스테디 캠(Steady Cam, 카메라의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특수한 장치)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모든 카메라 동작을 트래킹으로 했다. 우리 스태프들이 계산해봤는데, 2달간 1200m를 깔았다. 아주 재미있었다고 한다.

     
    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바쿠라우'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미래적인 느낌의 전자음을 포함해서 사운드트랙에서 팝송과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악기 연주)을 이용했다. 어떻게 이러한 음악을 사용하게 됐나?
     
    줄리아누 :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악이 제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장의 시작을 알리거나, 아주 기괴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할 수 있다. '바쿠라우'에서는 브라질이나 다른 외국곡뿐 아니라 새로 작곡한 곡이 많이 사용됐다. 음악을 맡은 마테우스 알베스와 토마스 알베스 수자 형제는 정말 재능이 많은 친구다.
     
    영화에 들어갈 트랙을 고르기 전에 엄청나게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봤다. 악보는 오랫동안 물 밑에 있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걸 테스트해봤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처음부터 음악을 생각하는 게 좋다. 그걸 여과시킬 시간을 남겨두지 않으면 위험하다.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스크립트에는 있지만 편집에서 잘린 곡들이 있다.
     
    클레베르 : 마테우스와 토마스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광들이다. 제랄도 반드레와 제리 골드스미스 그리고 일렉트릭을 칵테일처럼 혼합하는데, 우리가 딱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결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 중 한 명인 존 카펜터의 '나이트'같은 훌륭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영화에 삽입하는 음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언제 끊어야 할지를 아는 거다. 내러티브가 얽히고설킨 장르라면 음악이 있는 게 좋다. 모든 걸 한데 모으고 나면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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