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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방송 앵커 멘트까지 챙겨서 심의처분을 내려 주겠다고 한다. 여러 일로 바쁘실텐데 고마운 일이다.
방송 앵커의 뉴스 코멘트는 뉴스를 분석하고 평하는 것이다, 그래서 앵커 코멘트는 기자들의 뉴스 리포트와는 성격상 다른 점이 있다. 앵커들의 코멘트는 그 회사의 입장을 드러내기도 하고 개인적 견해도 담게 되는데 그래서 ''기자 리포트''가 아니라 ''앵커 코멘트''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 국가대표 축구팀과 정부 대표 축구팀, 분별이 안돼?[BestNocut_L]방송 내용을 심의해 규제하는 것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책무이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공적기구의 규제 중에 가장 헌법적으로 조심하고 금기시 하는 것이 ''정치적 견해차에 의한 차별''임을 지적하고 싶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여당이 추천해 들어갔건 야당이 추천해 들어갔건 심의는 정파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입장을 살펴 처리해야 한다.
촛불집회 등과 관련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KBS 규제는 이 정도였다.
- 뉴스 보도 방송화면에서 ''어청수 청장 퇴진'' 문구를 지워버리고 내보낸 데 대한 결정은 ''의견제시''(왜 그랬어? 정도의 꾸중)
- 연말 타종행사를 생방송 중계하면서 시위대 고함 소리를 지우고 따로 효과를 넣어가며 조작방송한 것은 ''권고''(잘 좀 해봐 정도의 꾸지람)
MBC에 내려진 처분은 경고(너 진짜 까불래), 사과(빨리 잘못했다고 빌어).
양형 기준이 뭔지는 모르지만 균형 감각 상실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정치적 색깔이 강하게 반영된 것처럼도 보인다.
2003년 미국 부시 대통령이 첫 번째 이라크를 공격해 점령할 때 영국도 미국 부시대통령을 지지하며 동참했다. 그 시기 영국에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영국 방송들은 미국·영국의 전쟁을 심각히 비판하고 나섰고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적대적이었다.
반면 미국의 신문·방송, 영국의 신문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루퍼트 머독을 선두로 해서 소유주인 언론재벌들이 모두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환영했으니 별 도리 없이 소유주인 재벌의 눈치를 본 것이었다. 우리도 그런 소유재벌 중심의 방송을 한 번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 지금의 방송법 개정 목표라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이때 영국 BBC 보도방송 책임자이던 ''마크 다마저''가 밝힌 방송 지침은 이렇다.
"앵커, 기자, 편집자는 반전시위에 참석할 수 없다. 간부들도 반전시위 참석하지 않도록 하라. 하위직 직원들은 개인 의사에 따라 결정하되 BBC를 대표해 발언하거나 할 수는 없다"
"전쟁 보도에 있어서 의견의 차이가 갖는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의 목소리가 아닌 국가의 목소리를 반영하여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국가적 논쟁을 반영해야 한다"
뭔가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가 말이다.
◈ 江은 역류를, 역사는 반동(反動)을 품고 흐른다방송계에서는 앵커멘트를 문제 삼은 건 이 정부가 처음이라고 당혹스러워하며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역사는 본래 시시 때때로 거꾸로 가기도 한다. 똑바로만 가는 역사가 어디 있으랴. 강물도 홍수 때 보면 가장자리에 거꾸로 흐르는 역류가 있고 쓰레기들이 역류에 떠밀려 제자리를 맴돈다. 그런 역류를 끌어안고 흐르는 걸 강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역사도 뒤로 걷는 반동(反動)이 있다. 반동을 품고 나아가는 것이 인류의 역사이다. 역류가 있고 반동이 있고 그러면서 가는 게 세상의 순리. 반가운 봄비 속에 모두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