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공, SK브로드밴드 홈페이지 캡처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에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반소를 예고하고 나섰다.
넷플릭스, 중앙지법에 '망 사용료' 재판 항소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법원의 판결은 CP(콘텐츠 제공자)와 ISP(인터넷 서비스제공사업자) 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 및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1심 판결의 사실 및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내자,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하고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법원은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연결상태의 유지라는 역무를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제공받고 있어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을 체결할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한 것으로 법원이 나서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은 사실상 '이중과금'이라는 입장이다. 망 이용을 '접속'과 '전송'으로 구분하면, 전송은 ISP의 역할이라는 논리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본국인 미국에서 이미 AT&T라는 통신사에 '접속료'를 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에 추가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의 콘텐츠 접근권도 제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의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입장문에서 "법원은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는데,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법원이나 정부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인 '오픈 커넥트'를 자사 망에 설치하면 국내로 전송되는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이상 줄일 수 있다"며 "당사자 간의 역할 분담으로 분쟁 해결이 가능한데, SK브로드밴드가 이를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SKB, "망 이용대가 지속 거부시 반소 청구"
SK브로드밴드는 즉각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해서는 차별 금지가 기본 취지로 "망 사용이 무상이라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일반 이용자와 국내 CP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며 "1심 재판부는 망 중립성이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전세계 CP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의미를 호도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특정 ISP의 전용회선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넷플릭스 같은 CP가 그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 설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오픈 커넥트를 국내에 설치하면 국내 망을 무료로 이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서라고도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는 "1심 판결의 망 이용의 유상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오픈 커넥트를 국내에 설치하더라도 국내 CP와 동일하게 국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이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넷플릭스는 국내 전체 트래픽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1위인 구글(25.9%)에 이은 2위다. 네이버(3위·1.8%), 카카오(4위·1.4%), 콘텐츠웨이브(5위·1.2%)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국내 OTT 이용자 급증으로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해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폭증했으며 넷플릭스도 국내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