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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례 안했다고 병사 父에 '제보 금지' 각서 쓰게 한 대대장



사건/사고

    경례 안했다고 병사 父에 '제보 금지' 각서 쓰게 한 대대장

    "단체이동 중엔 최선임자만 경례"…'상관 모욕' 붙여 징계
    징계항고권 행사하려 하자 "글자 수 많다" 고의로 수리거부
    군인권센터 "징계권 남용, 심각한 인권침해…엄중 처벌해야"

    연합뉴스

     

    육군 부대의 한 지휘관이 단체이동 중 자신에게 경례를 안했다는 이유로 소속 병사의 아버지까지 불러들여 "형사처벌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센터)는 16일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모 대대장이 소속부대 병사 A씨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24일 단체이동 중 B 대대장을 마주쳤다. 통상 단체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를 하기 때문에 A씨는 개별적인 경례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 대대장은 A씨가 '대상관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불러 A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A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 위해 소속부대 간부들에게 A씨의 과거의 사소한 잘못들까지 일일이 적어오라고 지시했다.

    해당 진술서에는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혐의(간부 협박) △당직근무 중 30분 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점호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불이행)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상관 모욕) 등의 내용이 담겼다. B 대대장은 A씨에게 진술서를 제시하며 해당내용을 부인할 경우 작성에 참여한 간부들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형법 제2조에서는 '상관'을 두고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64조 제1항에서는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는 간부들이 적어낸 A씨의 과오사항은 대개 당시 큰 문제 없이 넘어간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고충 토로'의 경우 소대장과 A씨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마쳤음에도 간부를 '협박'했다는 혐의가 적용됐고, △점호 이후 공중전화 사용 △근무 중 취침은 이미 상관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마무리된 사항들이었다.

    센터는 "이처럼 먼지털이 식으로 과거의 잘못을 끌어모아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이유까지 덧붙여 A씨를 징계하려는 대대장의 행태는 사적 감정에 의한 부당징계 행위"라며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 역시 고의로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B 대대장의 위력 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4월 26일 A씨의 아버지까지 부대로 호출했다. B 대대장은 A씨 부친에게 '아들이 대상관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하려 한다'며 윽박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고, B 대대장은 그때까지의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강요했다. 만약 이를 어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알릴 경우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는 협박도 덧붙였다.

    연합뉴스

     

    A씨 부친은 망설이다 구두로라도 약속하라는 B 대대장의 엄포에 마지못해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 대대장의 바람처럼 징계위가 구성됐지만, A씨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하면서 징계절차는 여단으로 이첩됐다. 이 과정에서 '경례 미실시', '상관 협박' 등의 징계사유는 삭제됐다. 결국 지난달 25일 열린 여단 징계위에서 A씨는 △당직 중 취침 △점호시간 이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를 인지한 B 대대장은 소속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며 A씨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의 판단이 부당하다 생각해 재고를 요청하는 '징계항고권'도 벽에 부딪혔다. A씨가 항고이유서를 내려 하자 행정보급관은 '글자 수가 많다', '본인 의견이 아닌 것 같다' 등의 이유를 대며 '200~300자 내외로 다시 써와라'고 항고장 수리를 일부러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법령규정 상 항고이유서 글자 수에는 제한이 없고, 징계항고장은 제출 즉시 수리하게 돼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피징계자의 방어권 행사 방해에 해당하며 엄연한 위법행위로 형법상 직권남용죄"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이같은 부대의 행태가 A씨를 군기교육대에 예정대로 입교시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부대는 A씨의 입교 예정일 이틀 전인 지난 14일에야 항고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항고위원회 없이 이날 오전 꼼짝 없이 군기교육대에 입대해야 할 상황이라고 센터는 전했다.

    평상시 B 대대장은 A씨 주변 동료들에게 "너네는 인간이 아니다. 흙탕물과 어울려서 깨끗해지려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중대는 A가 다 말아먹었다" 등의 폭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지휘관으로 함량 미달일 뿐더러 병사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있단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상관으로 권한을 남용한 B 대대장에 대한 당국의 엄중한 처벌과 A씨의 항고권 보장을 촉구했다. 센터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 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육군 제21사단에 대대장 B 중령 및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처벌, A씨의 군기교육대 입교 연기와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A씨의 부친을 부대로 호출해 협박한 행위에 대해서도 대대장의 책임을 묻고 보직을 해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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