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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저세상 무리수 '펜하3' 막장 고질병 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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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저세상 무리수 '펜하3' 막장 고질병 도지나

    인종차별부터 부활 남발까지 황당무계 전개 지적 확산
    배우는 사과하고 제작진은 사과 無…'자가당착' 오류
    막장 드라마 발목 잡는 개연성 부족 다시 수면 위로
    자극 둔감해진 시청자들 피로도 ↑…'용두사미' 우려

    방송 캡처

     

    잘 나가던 SBS 시즌제 드라마 '펜트하우스3'이 삐걱대고 있다. 선 넘은 분장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자극적 설정으로 부실한 개연성을 무리하게 뒷받침하려는 탓이다.

    지난해부터 방영을 시작한 '펜트하우스'는 중장년층에게만 인기 있는 '막장 드라마'의 편견과 한계를 깼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마라맛 전개'에 빠져든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수많은 출연 배우들 중 작은 조연까지 주목받았고, 악역 천서진 역을 맡은 김소연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 동안 작품들과 달리 학교 폭력, 부동산, 입시 등 주요 사회문제를 자극적 전개에 녹여낸 김순옥 작가의 전략은 통했다. 다소 비현실적일지라도 시청자들은 선과 악을 오가는 '펜트하우스' 주인공들의 핏빛 복수극에 열광했다. 부족한 개연성은 '순옥적 허용'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만큼 '펜트하우스'에 애정을 가진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펜트하우스3'이 시작하면서 시청자들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일단 로건 리(박은석 분)의 쌍둥이 형으로 등장한 알렉스 리(박은석 분) 분장이 인종차별 논란을 낳은 사건이 컸다.

    지난 11일 방송분에서 알렉스 리는 레게머리에 문신을 하고 이빨 등을 각종 금붙이로 치장한 채 로건 리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방송 이후 알렉스 리 캐릭터에 해외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흑인들 정체성이 담긴 스타일을 이해나 존중 없이 소비했다는 문화적 도용 비판이 거셌다. 이 같은 분장 방식이 다분히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박은석은 13일 SNS에 영어로 "그 캐릭터의 어떤 모습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조롱하거나, 무례하게 하거나, 낙담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 "화를 낸 모든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조롱보다는 문화에 대한 찬미였지만 그 접근법이 문화적 도용(문화적 전유· Cultural Appropriation)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때까지도 '펜트하우스3' 제작진은 침묵을 지켰다. 해당 분장을 구상하고 방송에 내보낸 주체는 제작진이기에 배우를 앞세운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14일이 돼서야 제작진은 "특정 인종이나 문화를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다"며 늑장 대응을 했다.

    여기에도 해명식의 짧은 입장이 전부일 뿐 별도 사과는 없었다. 국내 연예계에서 인종차별 이슈가 발생할 경우 대다수 관련자들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해외 소비자들이 불쾌감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같은 '펜트하우스3' 제작진의 무성의한 대응은 시청자들 비판을 무시하는 의사로 읽힐 소지가 있다.

    결국 '펜트하우스3'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정중히 사과했는데 정작 작품 전반에 무거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제작진은 그렇지 않은 까닭이다.

    죽었나 싶으면 어김없이 '부활'하는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의 피로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캐릭터 부활에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쌍둥이 혹은 도플갱어 설정'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펜트하우스2'에서 심수련(이지아 분)과 똑닮은 나애교(이지아 분)는 복수극과 맞물려 극적 흥미 요소가 됐지만, 로건 리 죽음 후 또 유사한 방식으로 일란성 쌍둥이인 알렉스 리가 등장하자 '식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죽은 캐릭터가 부활하는 설정은 이미 '펜트하우스2' 말미 배로나(김현수 분)의 귀환 당시에도 억지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설정을 남용한 것은 도리어 역효과를 낳고 있다. 너무 강한 자극을 장기간 받으면 감각이 마비되는 상태와 유사하다. 주요 등장인물의 사망은 극의 분위기와 흐름을 바꿀 사건임에도, 죽음과 부활이 빈번하다보니 더이상 충격적이지도 않고 가볍게 취급된다.

    SBS 제공

     

    설상가상 이미 시즌1·2를 거쳐 김순옥 작가 스타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예측 가능한 전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야기의 궁금증과 흥미 역시 반감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김순옥 작가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개연성 없는 막장 전개가 다시금 혹평 받고 있다. 캐릭터에 쌓인 탄탄한 서사, 속도감 있는 통쾌한 복수극 등 장점이 더 이상 단점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펜트하우스3' 첫 방송 전 김순옥 작가는 일문일답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개연성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많은 사건이 터지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또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하나둘 살아나면서 시청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고쳐야지,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또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며 '펜트하우스3' 역시 이 같은 전개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선정성과 자극성의 단계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처음에도 '순한 맛'은 아니었다. 방영 중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다 한들, 대다수 시청자들은 '펜트하우스2'까지는 김순옥 작가의 선택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이전 작품들보다 촘촘하게 얽힌 캐릭터들의 서사와 단점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복수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이런 장점을 모두 놓친 시즌3의 '무리수' 전개는 올해 독보적 흥행작이 된 '펜트하우스'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뿐이다. 대망의 마지막 시즌까지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열심히 달려왔다. '용두용미'와 '용두사미' 사이, 모든 결말은 '펜트하우스'의 선택에 달렸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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