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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광주 참사, 남일 같지 않아"…서울 재개발구역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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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르포]"광주 참사, 남일 같지 않아"…서울 재개발구역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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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몰사고 이후 장위동 작업 '올스톱'…"인도·차도 좁아 불안"
    성동구 용답동·중랑구 중화동…도로 인접 철거 예정지도
    "일부러 피해가야 할 것 같아" "안전장치 2중·3중으로 해야"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8번 출구에서 나오면 보이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의 철거예정지. 4~5층 규모의 건물 네다섯 개 앞으로 쇠파이프와 천막으로 비계가 설치돼 있다. 허지원 수습기자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지난 9일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져 내려 시내버스와 승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이번 참사가 2년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붕괴사고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잠원동에서는 지난 2019년 7월 4일 낮 지상 5층·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 도중 붕괴해 작업현장 인근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3대 위로 쏟아져 내렸다.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한 이 사고의 사상자 중에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시는 같은 해 11월 유사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철거업체 주도로 작성하던 해체계획서를 전문기술자가 설계·서명토록 책임 강화 △해체공사 계약서와 감리계약서 제출의 의무화 △해체공사 시 현장대리인 상주 및 감리지정 의무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시(市)는 '잠원동 붕괴사고' 이후 두 달 간 299개 철거공사장을 점검해 89개소(84개소 보완·5개소 공사중지)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10일 서울시 내 재개발구역으로 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들을 직접 찾았다. 철거지 주변에 사는 주민과 인근을 오고가는 보행자 등 적잖은 이들은 광주 붕괴사고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불안감을 털어놨다.

    지난 4월 철거 중이던 작업자가 추락한 매몰사고 이후 철거가 전면 중단된 성북구 장위동 일대. 백담 수습기자
    먼저 재개발 관련 보상금 문제로 철거를 거부해온 사랑제일교회로 유명세를 탄 성북구 장위동 구역이 있다. 전광훈씨가 목사로 있는 이 교회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보상 문제를 매듭짓고 떠나는 동안 여전히 장위10구역을 지키며 철거에 맞서왔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4월 19일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네 번째' 명도집행에 실패했다.

    장위동에서는 지난 4월 30일 9층짜리 건물을 철거하던 인부가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상에서 작업을 하던 A(59)씨는 지하 3층으로 떨어져 매몰사고 약 25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장례가 마무리된 이후 본격 수사에 착수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은 장위동 일대는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철거계획을 묻자 재개발 사무실에서는 "그 사고 이후 철거가 무기한 중단됐다. 언제 재개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 쪽을 지나 꺾어 들어온 재개발지역에는 주황빛 천막이 둘러져 있었다. 육안으로 절반 이상은 철거가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미처 업체의 손이 닿지 않은 10층짜리 건물도 눈에 띄었다. 철거를 예정하고 천막과 철근을 세워둔 건물 옆에는 장위2동 주민센터가 바로 옆에 자리해 있었다.

    장위3동에 사는 대학생 조모(21)씨는 "예전에 다른 (장위동) 구역을 철거했을 때 철거하는 곳 앞에 (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사고가 없어 다행인데 위험하다 생각했다"며 "여기(장위10구역) 같은 경우도 인도도, 차도도 좁다 보니 잘못되면 크게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년 전 살던 집 바로 인근에서 철거가 이뤄졌었다는 30대 김향신씨 역시 "(철거지에 쳐놓은) 천막이 흔들릴 정도로 뭐가 떨어질 때도 있었다"며 "(지금도) 철거가 있는 라인으로는 아예 다니지를 않는다"고 밝혔다.

    성동구 용답동 재개발 지역에 세워둔 철판 틈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철거지. 허지원 수습기자
    성동구 용답동도 대대적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올 초부터 해체공사를 시작한 용답동 108-1 지역은 오는 9월말을 마무리 시점으로 잡고 있다. 보행자 도로와 맞닿은 갈색 벽돌건물은 아직 철거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안쪽에 위치한 약국 건물은 먼지를 자욱하게 내며 해체되고 있었다. 뒤편에 선 포크레인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건물을 긁어 부쉈다.

    철판으로 가림막을 세워둔 공사장 작업자는 "천막 설치는 내부가 다 보인다는 민원 때문에 보기 흉해서 (철판을 둘렀다)"며 "건물을 실제로 부수는 순간에만 도로를 통제한다. 광주 사고는 의도치 않게 건물이 돌면서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 현장주임은 "저희는 광주보다 훨씬 큰 장비로 한층씩 내려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거기처럼 전도되거나 쓰러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시민들의 '체감'은 조금 달랐다. 용답동에서 자영업을 하다 "장사가 잘 안 돼" 일을 접고 경비로 근무 중인 70대 이모씨는 "공사할 때 형광등이랑 집이 덜렁덜렁거린다. 40~50년 되고 약한 집은 주저앉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통장한테 얘기해도 구청에 연락도 안해준다더라. 조립식으로 지은 뒷집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처럼 덜덜거린다고 한다"고 난감해했다. 공사소음이 너무 심해 밤일을 마치고 온 날은 잠도 이룰 수 없었다고도 했다.

    안경진(37·여)씨 역시 "대대적으로 (철거를) 하는 곳이 아니라 해도 위험하다 느껴지는 곳이 많다"며 "늘 다니는 길이면 이렇게 하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2월 용답동 108-1 일대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성동구청 측은 "외곽 부분은 철거 허가가 안 났고 내부만 철거하고 있다. 천호대로변, 용답1길 등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쪽은 일부러 허가를 나중에 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GS로부터 하도급을 받았다는 시공사 관계자는 "외곽 빼고는 건물을 거의 다 부숴 폐기물 반출을 주로 하고 있는 상태"라며 "(외곽 철거는) 구청이랑 협의할 문제라 (시점을) 바로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중랑구 중화동 지역도 철거가 진행 중이다. 천막과 철근 구조물이 재개발 구역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천막이 2~3m 남짓으로 비교적 낮게 둘러진 골목도 보였다. 천막 틈으로 휑한 내부가 들여다보이기도 했다.

    재개발 구역인 중랑구 중화동의 철거예정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과 도로가 인접해 있는 모습. 백담 수습기자
    철거가 예정된 한 건물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원래 같으면 단기간에 모든 구역을 철거하는데 허가제로 변경돼 인도와 밀접한 쪽은 허가를 받은 건물과 안 받은 건물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면목동에 거주하는 주민 서모씨는 "학동 사건은 인재(人災)라고 생각한다. 5층 건물이 (도로에) 인접해 있는 게 위험한데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예견된 사고 아닌가"라며 "중화동에도 유사한 곳이 많다. 지자체 담당자들이 다신 이런 인명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킥보드를 탄 일곱 살짜리 딸과 천막 옆을 지나가던 곽모(37)씨는 "오래 천막을 쳐놓은 상태라 위험할까봐 항상 걱정이 된다. 광주 사고를 보기 전까지는 미처 생각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앞으로 이 길을) 피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애들이 등·하원할 때 도보가 짧아 붙어가야 하다보니 아무래도 더 불안하긴 하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둔 엄마 오미선(41)씨 또한 "(철거)공사를 하게 되면 우회하라든지 안전지킴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거의) 못 봤던 것 같다"며 "지금 여기만 봐도 가림막이 없고 지나가는 경계도 없다. 여기가 큰 단지다 보니 (안전관리가) 없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하더라도 (사고는) 한순간이니 더 신경을 써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날 '잠원동 사고'를 계기로 실시한 2019년 일제점검 이후에 '전수조사' 방식으로 철거공사장 안전점검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형 공사장은 위험공정에 대해 정기점검을, 대형 공사장은 연 단위로 5회 정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안전강화 등)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광주 붕괴사고 당시 철거현장에는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업체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 중 9명은 숨졌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발생지인 학동4구역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전날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합동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해 광주경찰청 수사부장이 본부장을 맡게 하고,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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