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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유도훈' 패장도, 승장도 먹먹했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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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컥한 유도훈' 패장도, 승장도 먹먹했던 인터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29일 KCC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전주=KBL

     

    패장은 울컥했고, 승장도 먹먹한 표정이었다. 프로농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인천 전자랜드의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29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67 대 75 패배를 안았다.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2003년 8월 인천 SK 농구단을 인수해 KBL에 참여한 전자랜드는 18년 역사를 마무리했다. 모기업이 올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시즌 전 주축 가드 김지완의 KCC 이적과 강상재의 군 입대 등으로 전력이 약화됐다. 샐러리 캡도 25억 원 상한의 60% 정도인 15억 원만 소진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전자랜드는 정규 시즌 5위로 PO 진출을 이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6강 PO에서 4위 고양 오리온을 누른 전자랜드는 정규 시즌 우승팀 KCC와 4강 PO에서 1, 2차전을 내줬지만 3, 4차전을 잡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날도 1쿼터를 6점 차로 앞서며 기염을 토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김지완이 18점을 넣으며 친정팀을 상대로 맹활약하고 라건아가 양 팀 최다 25리바운드(22점)을 잡아낸 KCC에 승리를 내줬다.

    경기 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선수들이 (구단 운영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선수와 농구인의 본분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감히 말씀 드린다"면서 "많이 흔들렸을 텐데 참고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주장 정영삼과 박찬희, 차바위 등 고참들이 후배들과 분위기를 잡아가려는 모습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 데 대해 유 감독은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여러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선수들이기에 계속 잘 이뤄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에 같이 오지 못한 선수도 있겠지만 어느 누구 하나 최선을 다했다고 얘기해줬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자긍심을 가졌으면 하는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 감독은 2009년부터 팀을 맡아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끄는 등 전자랜드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유 감독은 "오래 있으면서 우승 한번 못한 것은 죄송하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봤고, FA로 좋은 대우를 받고 가는 것도 봤는데 지원해준 전자랜드 회장님과 임직원 분들께 감사하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전자랜드 선수들이 29일 KCC와 플레이오프 5차전을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주=KBL

     

    인터뷰 동안 유 감독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컥한 목소리를 냈다. 유 감독은 "선수들과 정상을 못 밟은 게 죄송하고 내 자신에게도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면서 "강팀을 넘어서 또 한번 도전해보려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농구 인생에서 중요한 경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봤다. 유 감독은 "내일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면서 "선수 수급과 훈련 프로그램, 외국인 재계약 등 할 일이 많다"며 회견실을 빠져나갔다.

    승장인 KCC 전창진 감독도 웃을 수 없었다. 전 감독은 "정규 시즌 후반부 전자랜드하고만 PO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랜만에 KBL에 돌아왔는데 유 감독이 살갑게 대하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싫었는데 결국 붙어서 이런 상황이 됐는데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패장에게 힘찬 격려를 보냈다. 전 감독은 "유 감독이 결국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줬다"면서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선전한 유 감독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전자랜드에서 뛰었던 김지완도 "오늘 경기하면서 많은 감정이 들었다"면서 "지난해까지 전자랜드에 속해 있다가 우연찮게 맞붙게 됐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인데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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