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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 버렸는데 인천이 받아줬죠" 감격의 태극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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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이 버렸는데 인천이 받아줬죠" 감격의 태극마크

    소프트테니스 남자복식 국가대표로 선발된 인천시체육회의 배환성(왼쪽)-박재규. 순창=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두 아이의 아빠에게 닥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하루 아침에 직장이 사라진 가장은 평생 해왔던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앞으로 어떻게 가정을 책임져야 할지 계획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결국 다시 일어섰고, 10년 만에 감격적으로 태극 마크를 다시 가슴에 달 수 있었다. 인천시체육회 소프트테니스팀 배환성(36) 얘기다.

    배환성은 17일 전북 순창군 순창공설운동장 내 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복식 3차전 결승에서 박재규(29)와 짝을 이뤄 정상에 올랐다. 떠오르는 스타 김태민-윤지환(수원시청)을 5 대 3으로 눌렀다.

    강풍으로 경기가 4시간 정도 지연된 가운데 거둔 우승이었다. 이날 경기 일정은 심판대가 쓰러지는 강풍 속에 오후 경기가 연기됐다. 저녁 6시에 재개된 선발전은 밤 10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악조건 속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배환성-박재규는 전날 복식 2차전 우승을 거둔 음성군청 박환(34)-이요한(31) 조와 오는 11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제 9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오는 9월 열리는 폴란드컵 국제 대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배환성으로서는 10년 만의 태극 마크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등으로 활약한 배환성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과 복식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박재규는 그동안 상비군으로 활약한 적은 있지만 국가대표 선발은 처음이다.

    2019년 제 23회 아시안컵 히로시마 국제정구대회에서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한 이천시청 선수단 모습. 배환성은 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다. 이천시청 정구팀

     

    특히 배환성은 지난해 소속팀이던 이천시청이 해체되는 아픔을 극복하고 이뤄낸 결과라 더 값졌다. 이천시청은 35년 한국 남자 실업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했지만 시청이 마라톤, 트라이애슬론까지 직장 운동부를 지난해까지만 운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사라졌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이요한 등은 팀 해체에 앞서 소속팀을 찾았지만 주장 지용민(40)을 비롯해 배환성 등 대부분 선수들은 갈 곳이 없었다. 지난해 해체 통보 당시는 이미 각 팀들의 올해 팀 운영 계획이 정해져 이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참급인 배환성은 운동을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배환성은 "전업 주부인 아내와 올해 7살 된 딸과 5살 아들이 있었지만 막막해도 다른 팀으로 갈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체육회 서규재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배환성은 "감독님이 '우리 팀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너만 괜찮다면 오라'고 하시더라"면서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인천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이나 배환성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사실 에이스급이나 유망주가 아니면 이적이 쉽지 않다"면서 "더군다나 고참급이면 기존 다른 선수들이 꺼릴 수 있는데 서 감독이 기꺼이 배환성을 영입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배환성도 연봉이 많지 않은데 이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요한이나 창녕군청 해체로 이적한 김태민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따뜻한 배려와 재기의 각오는 값진 결실을 일궈냈다. 배환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받아준 서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딸은 아빠가 뭘 하는지 아는 나이"라면서 "내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배환성은 하드 코트에서 커트 서브가 강점이라 기대를 모은다.

    이천시청은 비록 해체됐지만 이요한과 배환성까지 국가대표 2명을 배출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경기력향상위원으로 선발전을 지켜본 이명구 전 이천시청 감독은 "팀은 없어졌지만 둘이 전통을 이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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