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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리두기 완화에…"역부족" "불가피" 엇갈리는 반응



사건/사고

    수도권 거리두기 완화에…"역부족" "불가피" 엇갈리는 반응

    • 2021-02-16 05:55

    정부, 69일 만 수도권 2.5→2단계, 비수도권 2→1.5단계
    총 확진자는 300명대로 감소…수도권은 오히려 '상승세'
    수도권 밤 9시→10시 연장에 자영업자들 "큰 효과 없어"
    "제한 장기화 피로 고려해야" vs "상황 고려 않은 악수"

    거리두기가 완화된 15일 신촌의 한 가게 앞에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차민지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5일부터 수도권·비(非)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를 각각 2.5단계에서 2단계로, 2단계에서 1.5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연일 500명을 웃도는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던 지난해 12월 8일 이후 69일 만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3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시간 제한, 집합금지 등의 방역조치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생계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식당·카페 등은 '밤 9시'로 일괄규제되던 운영시간이 오후 10시로 한 시간 연장됐고, '고위험시설'로 문을 닫아야 했던 홀덤펍·헌팅포차·클럽 등의 유흥시설도 같은 시각까지 영업이 가능해졌다. 거리두기가 2단계 밑으로 내려간 비수도권은 술집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 자체가 해제됐다.

    실제로 국내 총 확진자 수는 약 한 달 새 눈에 띄는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달 셋째주, 평균 '516.1명'을 기록했던 신규 확진자는 지난 7~13일 기준 '353.1명'으로 150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다만, 수도권의 확진자 수는 1월 마지막 주 243.9명에서 이달 첫째주 257.6명, 지난주 281.6명으로 오히려 증가세란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조치가 다소 성급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설 연휴의 영향으로 지난 9일 4만건대였던 진단검사 수가 명절 기간 2만여건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실(實) 확진자 감소'라는 착각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완화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거리두기 완화 첫날, 신촌 일대 활기 늘었지만…곳곳 '썰렁'

    "오늘부터 밤 10시에 마감합니다.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 40분까지만 받습니다."

    수도권 식당이나 카페의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 1시간 연장된 첫날인 15일, 신촌 거리는 이전보다는 활기찼다. 대로변을 중심으로 길을 오가는 '유동인구'가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보다는 늘어났다.

    몇몇 가게 앞에는 완화된 거리두기 2단계로 홀 영업을 오후 10시까지 늘린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붙었다. 다만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인 데다가 한파까지 겹치면서 예상만큼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오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테이블이 70% 이상 찬 가게도 더러 보였지만 몇몇 테이블에만 겨우 사람이 앉아있는 가게들도 많았다. 오후 9시 30분이 지났을 무렵에도 여전히 손님들은 가게에 앉아 담소를 이어갔다.

    인근에서 십여 년째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A(50)씨는 "1시간 영업 연장의 효과는 술집에는 크게 없을 것 같다"며 "두 달여 간 영업을 하지 않다가 1시간이 연장됐다고 해서 가게를 오랜만에 열었는데 손님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포차를 운영하는 박모(59)씨는 "호프집은 오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가 피크인데, 한 시간 해서 더 나아지는 점은 크게 없을 것이라 본다"며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사람들이 답답하니까 일전보다는 밖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 정도 영업으로는 고정비도 메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손님들은 1시간 연장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대학원생 박모(26)씨는 "오후 9시라는 시간이 조금 애매했던 것 같다"며 "한 시간이라도 늘어나니까 그래도 시간을 번 기분"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아무래도 제약이 하나 줄어서 좋다"며 "다들 노력해서 차근차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완화된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티켓판매기에 오후 9시 이후에 상영하는 영화일정이 표시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깃집은 그래도 나아", "밤 9시나 10시나 큰 차이 없다"…업종별 차이

    거리두기 완화를 두고는 '업종'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같은 자영업자라도 식사를 주로 제공하는 식당들은 1시간 연장을 반가워했지만, '2차'로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대다수인 호프집이나 치킨집 등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음식점·호프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 이창호 공동대표는 "2차 문화가 사라지다 보니까 고깃집 같은 곳에서 밥과 술을 한 번에 해결하는 분위기가 많아졌다"며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곁들이는 식당들은 1시간 연장도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차 손님을 타겟으로 운영하는 업주들 사이에서는 1시간 연장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손님들이 밥먹고 2차를 찾는 시간대가 밤 8시 이후다"라고 말했다.

    영화관, PC방, 대형마트 등 운영시간 제약이 풀린 업종에서는 이번 조치가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불안 섞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김기홍 대표는 "이번 (수도권) 2단계 하향은 확진자 수가 감소해서 내려간 거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영업)시간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정세균 국무총리께서 단계조정을 발표하실 때 (확진세에 따라) 2주 뒤 다시 상향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가 야간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직원을 뽑았다가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하거나 다시 (직원을) 못 쓰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사장 입장에선 야간 알바를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문제"라며 "2주 뒤에 만약 '4차 유행'이 온다고 해서 다시 (거리두기가) 상향되면 어떻게 감당해야 되겠나. 굉장히 상황이 모호하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한편, 장기간 집합금지에서 벗어나게 된 사업장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생존권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홀덤펍 체인점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손님 대부분이 퇴근하고 식사하시고 나서 간단하게 맥주 한 잔 즐기며 시간을 보내러 오시는데, 저희가 영업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한정적"이라며 "정상운영을 하면 저녁 7시 오픈인데 10시까지 운영하란 건 시작하자마자 문을 닫으란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그동안) 아예 영업을 못했었는데, '열 수는 있구나' 하고 점주들의 숨통이 트인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권 같은 경우 2달 동안 오픈을 못하고 있다 보니 직원들이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기도 한다. 저녁 7시에 문을 열어 2~3시간 일한다고 하면 저희 시급이 1만원에서 1만 2천원 정도 되는데 하루 시급을 2~3만원 받고 누가 일하려고 하겠나"라며 "가급적이면 자정까지만이라도 제발 영업을 하게 해줬으면 한다. 그 정도는 돼야 기본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포커의 일종인 '홀덤'을 주류 등과 함께 즐기는 홀덤펍은 지난해 12월 서울 이태원 일대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영업이 금지됐다. 이씨는 "비슷하게 마우스와 키보드를 손으로 접촉하는 PC방은 (영업시간을) 다 열어주고 저희는 안 된다고 하니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전문가들 '제한 장기화에 수용성↓' vs '상황에 맞지 않는 악수(惡手)'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을 풀면 방역상 효과는 분명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활방역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기모란 교수는 "방역 관점으로만 보면 당연히 이렇게 (제한을) 풀면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풀 수밖에 없는 게 (제한조치가) 너무 오래됐고 보상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하나도 안 나온 상황에서 계속해 영업을 제한하는 건 수용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림막이나 환기방안 등 방역을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감염위험이 높은 행동들은 제한하는 선에서 일부 완화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모았다. 유흥시설 같은 곳은 (거리두기) 2단계로 올랐을 때부터 영업금지가 됐으니 3개월 동안 문을 닫은 거잖나"라며 "(확진자) 숫자 자체는 2차 유행 당시 거의 피크였던 수치기 때문에 일부 위원들은 (제한조치를) 풀면 안 된다고 극구 반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확진세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휴 직후 거리두기 단계를 내린 것은 '악수(惡手)'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전혀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며 "일단 수도권 중심으로 유행하는 상황이 지난 2주간 전혀 좋아진 게 없다. 굉장히 다양한 패턴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감염)재생산지수도 1 전후로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 다시 (확진자가) 증폭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이 제대로 시작돼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완료될 때까지는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풀어주는 식으로 갈 수가 없다"며 "지금 같은 방법으로는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없다. (백신 접종을 고려해) 상반기 동안은 (제한) 기조를 풀면 안 된다. 전체 확진자가 100명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단계 조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국면에서 업종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 거리두기 안은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 교수는 "'문을 닫아라', '(밤) 10시까지 영업을 해라' 등보다는 '한 칸 띄어앉아 밀집도를 반으로 줄여라' 등의 방식이 맞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영업시설의 문을 닫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양하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개학이 있는 3월 전에 2주 동안 (확진자) 수를 잘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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