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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백신 고령층 배제…'감염 취약' 요양병원 어쩌나



보건/의료

    AZ 백신 고령층 배제…'감염 취약' 요양병원 어쩌나

    고령층 효능 논란에 전체 접종률 떨어질까 우려
    결국 65세 이상 고령층 AZ백신 접종 배제
    가장 취약한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88% 제외돼
    전문가 "4차 유행 우려…지금 접종 못한 것 후회할 수도"
    질병청, 美임상자료 확보해 2분기 내에 접종 구상
    노바백스 백신 조기 도입해 고위험군 접종 가능성

    요양보호시설. 노컷뉴스DB

     

    정부가 1분기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상에서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에서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예방효과가 불확실해 이들이 접종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시설인 요양병원·시설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방효과 불확실'…접종률 저하 우려해 전격 연기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려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청장의 설명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 대한 예방효과가 논란을 빚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추후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백신을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품목 허가한 바 있는데, 조건부 허가 결정의 가장 큰 이유도 불확실한 '고령층 예방효과' 때문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분석 결과, 만 18세~65세 미만 연령층에서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모두 검증됐다.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예방효과는 알 수 없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에 고령층 참가자가 적어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임상시험 참가자는 660명이고, 접종군과 대조군에서 확인된 확진자가 각각 1명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자료가 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백신을 허가하는 식약처와 백신을 접종하는 질병청 모두 추후 임상시험 결과를 확보해 명확히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다만, 식약처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적어도 백신의 안전성은 확보됐다는 점을 고려해 고령층도 접종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주되, 현장에서 의사가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표현은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냈고, 결국 실제 접종을 시행하는 질병청은 식약처와 달리 고령층에 대한 접종을 미루기로 했다.

    맞아도 안전하다지만, 코로나19로부터 확실하게 예방되는지 알 수 없는 백신을 맞느니 추후에 검증된 백신을 맞겠다는 접종 거부 움직임을 우려한 것이다.

    정 청장은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접종순서에 해당하시는 분들께서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는데, 이처럼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전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에 대한 접종은 확실한 예방효과를 알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때까지 연기되게 됐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서 의료진이 접종 종료 상태 훈련 참가자들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대 취약계층 빠진 예방접종…"4차 유행 때 큰 피해 우려"

    문제는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층을 1분기 예방접종에서 배제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첫번째 목표부터 난처해졌다는 점이다.

    정 청장은 지난달 4일 백신 접종 계획을 설명하며 "백신접종의 첫 번째 목표는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고위험군에서의 사망이나 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접종 우선순위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1분기 접종 대상으로 선정된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정신요양시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시설이기 때문에 최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해당 시설은 고령자·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주로 머물고, 밀폐된 실내에서 밀집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하다. 코로나19가 시설 안으로 유입되면 순식간에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치명률도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닌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4차 유행이 오게 되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곳이 요양병원·시설일텐데, 또다시 그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러면 지금 당장 접종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기모란 교수도 "요양병원 등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가 맞는다고 해도 65세 이상이 맞지 않는다면 여전히 감염 우려가 크다"며 "면회가 장기간 금지된 상황에서 2분기까지 접종이 늦춰진다면 여러 측면에서 건강 우려도 크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자·종사자 등 1분기 접종 대상자 중 58%가 고령층이다. 특히, 실제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는 입소자만 놓고 보면 고령층 비율은 88%에 달한다.

    백신이 필요한 절대 다수가 접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종합암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 훈련에서 의료진이 훈련 참가자에게 백신 접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질병청 "조속히 접종 추진…자료 확보·노바백스 신속 도입"

    질병청은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취약시설의 고령층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데, 다음달쯤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 청장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는 3만 여명 정도 참여하고 있고, 65세 이상 대상자도 상당수 포함돼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결과가 분석되는 시기가 3월 말인데, 저희는 그 전이라도 다른 과학적인 근거 자료들을 수집해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면 접종 계획은 언제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질병청은 영국 등 이미 고령층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국가의 자료를 공유 받아 효과성을 파악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초 2분기 도입 예정이었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노바백스의 경우 최근 3상시험 결과에서 89.3%라는 높은 효과성을 보였고, 안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전해져 고위험군 접종에 활용될 수 있다.

    정 청장은 "노바백스 백신 2천만명 분의 백신에 대한 계약이 거의 마무리단계"라며 "나머지 백신 공급일정이 확정되면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계획도 확정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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