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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까지 '거리두기'…자영업자들 '절규', 시민들 '당혹'



사건/사고

    설 연휴까지 '거리두기'…자영업자들 '절규', 시민들 '당혹'

    • 2021-02-01 17:24

    14일까지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유지
    자영업자들 "영업시간 연장해달라"…손실 보상안 촉구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유지…가족모임 앞둔 시민들 당혹
    정부 "이번주 상황 지켜본 뒤 조치 완화 검토"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설 연휴인 오는 14일까지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카페 등 매장 영업 제한 등의 조처도 이어진다.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기대한 시민들은 시름이 깊어졌다. 매출이 곤두박질친 소상공인들은 한 시간만이라도 영업을 연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명절을 맞아 가족 모임을 앞둔 시민들은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들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힘들다"며 입을 뗐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종익(73)씨는 거리두기 장기화로 매출이 55% 가량 줄었다. 고씨는 "매출은 적은데 4대 보험료에, 인건비에 나가는 건 똑같이 나간다.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만철(72)씨는 "매출이 80% 가량 줄었다"며 "요식업 하는 사람들, 특히 세입자들은 전부 다 문 닫게 생겼다"고 했다.

    황진환 기자

     

    소상공인들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인 A씨는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8명이면 테이블 2개를 차지하는 경우가 있어 형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거리두기 장기화'의 피해는 자영업자들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더 이상 고용을 하지 않거나 기존에 있던 직원마저 감축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이어졌다.

    종로구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B(40)씨는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뒤 월급이 반토막 났다. 200만 원대였던 월급은 100만 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격일제 근무로 바뀐 탓이다. B씨는 "한달에 15일 밖에 일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데 굉장히 힘들다"며 "(집에서) 식비라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16개 중소상인 자영업단체 모임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코인 노래연습장, PC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의 업종은 이미 160일, 110일이 넘는 집합금지 조치로 하루하루 부도를 막고 있다"며 "헬스장, 당구장, 볼링장 등 실내 체육시설들은 줄폐업이나 무권리 매각에 내몰리거나 손님들의 환불 요구, 직원들의 퇴직금 소송까지 이어지는 극한의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업종별 형평성과 특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자영업자 죽이기' 대책이자 '중소상인·자영업자 포기 선언'임을 분명히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상가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재산권' 보장하라"…영업시간 연장·손실 보상안 마련

    정부는 소상공인들에게 '방역'을 위해 '재산권'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을 감내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강화된 거리두기 조처는 이어지는데, 침해된 재산권에 대한 명확한 보상안은 나오지 않으면서 정부가 영업시간 연장, 손실 보상안 등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영업 시간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16개 중소상인 자영업단체 모임은 성명에서 "오후 9시 영업제한 조치는 오히려 7~9시 밀집 효과를 발생시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확대한다"며 "최소한 영업 시간을 자정까지 확대해 밀집 효과를 완화하고 업종별 맞춤형 방역 지침을 추가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방역의 실효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영업 시간을 1시간만이라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음식점·호프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고씨는 "법을 지키면서 10시까지 운영하는 게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씨는 "9시로 제한을 두다 보니, 7시 반~8시 되면 가게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이 매우 크다"고 했다.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특별법을 제정해 영업 손실액의 일부라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 "코로나 종료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4대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1년간 정부를 믿고 빚더미에 앉으면서 방역지침을 따라왔지만, 손실보상은 전혀 없다고 한다"며 "손실의 1/30도 안 되는 재난지원금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방역조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고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여당에서는 피해구제 관련 특별법 제정을, 정부는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을 통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 연휴까지 2주간 연장한 가운데 1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연휴, 찾아뵙지 않는게 '효'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황진환 기자

     

    ◇"가족모임도 못하나"…시민들 당혹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가 이어지면서 설 연휴 때 차례나 성묘와 같은 가족모임이 어려워졌다. 주소지가 다른 가족이 5인 이상 모였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 한다. 명절을 맞아 가족 모임을 계획했던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생 이준(20)씨는 "고향이 부산인데 이번에도 추석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다같이 못 다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께서도 '이번에는 그냥 서울에 있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회사원 이수현(30)씨는 "원래 명절에 성묘를 할 때, 15명이 넘는 친척들이 산소에 모였는데 이번에는 성묘를 지내지 않고 모이지도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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