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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마트 확정' 역대 인수 구단 첫 시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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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마트 확정' 역대 인수 구단 첫 시즌 어땠을까

    SK 야구단을 전격 인수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25일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SK 구단 매각설. 유통 기업 신세계 그룹이 SK 구단의 지분을 100% 소유한 SK텔레콤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소식이었다. 두 그룹이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면서 매각은 기정사실화했다.

    결국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26일 SK 구단을 135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마트는 SK텔레콤이 소유한 SK 와이번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하고 26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두고 터진 구단 매각에 SK 선수단은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물론 구단 고위 관계자들까지도 금시초문이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SK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SK는 9위에 처졌던 지난해를 잊고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지난 시즌 뒤 민경삼 구단 대표, 류선규 단장에 김 감독까지 새로 부임했고, FA(자유계약선수) 최주환, 김상수 등을 영입해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런 가운데 들려온 구단 매각설에 선수단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단의 매각 및 인수는 그동안 5번 있었다. 1985년 삼미가 청보에 인수됐고, 1987년 태평양으로, 1995년 현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0년에는 LG가 MBC를, 2001년에는 KIA가 해태를 인수했고, SK는 2000년 쌍방울을 흡수해 창단했다.

    매각과 인수 과정을 거친 구단의 첫 시즌은 어땠을까. 모기업과 구단 이름을 바꾸면서 새 분위기에서 KBO 리그에 의욕적으로 나선 가운데 성패의 결과는 비슷했다.

    사실상 청보의 첫 시즌인 1986년 감독으로 팀을 이끈 허구연 MBC 해설위원. KBO

     

    1985년 시즌 도중 삼미를 인수한 청보는 청바지 브랜드는 핀토스라는 이름으로 새 바람을 노렸지만 전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1982년 원년 승률 1할8푼8리에 그친 삼미는 1983년 괴력의 장명부를 앞세워 깜짝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1984년에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던 팀. 청보 역시 전력의 한계 속에 1985년을 꼴찌로 마무리해야 했다.

    청보는 1986년 새 사령탑에 당시 30대였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을 발탁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허 감독은 청바지 CF에도 등장하는 등 새 바람을 일으키며 전반기 최하위에서 벗어났지만 후기 리그에 역시 꼴찌로 처졌다. 당시 신생팀이던 빙그레(현 한화) 덕분에 시즌 최하위를 1.5경기 차로 면했다.

    그런 청보를 인수한 태평양도 마찬가지였다. 청보는 1987넌 빙그레에게마저도 밀리며 7경기 차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태평양 역시 1988년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승률 3할1푼9리의 초라한 성적으로 씁쓸하게 KBO 리그 데뷔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달랐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는 이미 아마추어를 평정했던 상황. 1996년 초대 사령탑에 인기 스타 출신 김재박 감독을 앉히는 등 준비된 팀이었다.

    1996년 현대는 데뷔 시즌 홈런(30개), 타점(108개) 타이틀을 차지한 괴물 신인 박재홍과 김경기, 이숭용, 박진만 등을 앞세운 강타선과 정민태, 정명원, 위재영, 최창호 등 탄탄한 투수진으로 정규 시즌 3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돌격부대 쌍방울을 누르고 첫 시즌부터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LG는 구단 인수 첫 시즌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MBC를 인수한 LG는 1990년 첫 시즌부터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그야말로 야구판에 신바람을 불러일으켰다. MBC는 단일 리그로 치러진 1989년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완전히 달라졌다.

    신인 김동수와 김상훈, 노찬엽 등이 조화를 이룬 타선에 김태원, 김용수, 정삼흠 등이 주축이 된 투수진으로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LG 야구단의 돌풍으로 모기업인 럭키금성 그룹이 사명을 LG로 바꾸기까지 했다. LG는 1994년에도 정상에 오르며 '신바람 야구'로 KBO 리그를 강타했다.

    1994년 LG 우승이 확정된 뒤 김용수(왼쪽), 김동수 배터리가 기뻐하는 모습. KBO

     

    다만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에도 전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던 사례도 있다. 2000년 쌍방울을 흡수한 SK는 2000년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후 2000년대 후반 왕조를 건설하기는 했지만 SK는 데뷔 시즌 쌍방울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쌍방울은 자금난에 시달리며 김기태, 김현욱, 박경완 등 핵심 선수들을 팔아 운영해왔던 팀이었다.

    2001년의 KIA 역시 마찬가지. IMF 사태를 겪는 동안 전신인 해태가 선동열, 이종범은 물론 임창용, 조계현, 이강철, 홍현우 등 주축 선수들을 내주며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 당시 김응용 해태 감독의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한탄은 야구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말이었다. KIA는 그해 5위에 머물렀다.

    올해 신세계도 다른 이유지만 20여 년 전의 SK, KIA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다. 자금난은 아니었으나 주축 선수들이 최근 팀을 떠난 것. '비룡 군단'의 상징적 에이스였던 김광현이 2019시즌 뒤 미국으로 진출했고, 우완 앙헬 산체스도 일본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SK가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이유였다.

    다만 올해 SK는 30년 전의 LG처럼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는 이미지가 중요한 유통 기업인 만큼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르게 선수단의 충격과 혼란을 해소시키려 할 것이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9년 정규 시즌 2위의 저력이 있는 만큼 분위기만 바뀐다면 충분히 비상할 수 있는 팀이다.

    21년 동안 달았던 SK 마크를 떼고 이마트를 장착할 선수단. 과연 프로야구계에 신세계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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