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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늦추고 출산 미루고…코로나가 앞당긴 '인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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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늦추고 출산 미루고…코로나가 앞당긴 '인구 쇼크'

    • 2021-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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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코로나19, 결혼·출산 감소세 가속화할 것"
    경험자들 "두 번은 못할 일"…확진될까 '노심초사'
    "정부 정책대응 강화해야"…"단기 대책 효과 없어"
    "사회적 낙인 없도록 인식 개선, 체계 전반 다듬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출산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조건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 아이를 낳았을 것 같다. 임신기간 중에도 면역력이 약한 산모가 코로나에 걸리면 약을 처방하기 힘들 테고, 태아에게 수직감염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컸다. 출산 전부터 출산 후까지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불안했고,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썼는지 걱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난해 자녀를 출산한 A씨는 한 온라인 카페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는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안해도 되는 걱정을 너무 많이해서 우울함마저 느꼈다"고 적었다.

    근래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산시기를 코로나가 약해질 것 같은 내년으로 미루는 게 나은지'를 묻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아예 임신과 결혼을 유예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가 혼인과 출산을 앞둔 2030 세대에 영향을 미쳐 임신과 결혼을 유예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종식돼도 '베이비붐' 없다"…올해도 출산율 '0.8' 밑돌 듯

    한국은행 거시재정팀이 지난해 말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출산율 하락세는 코로나19와 맞물려 더 심화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8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일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0.98명'을 기록한 한국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84명까지 하락한 상태다. 합계출산율이 '1명'에도 못 미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 평균이 2.4명임을 고려하면 3분의 1 정도 수준인 셈이다.

    비어있는 놀이터.  황진환 기자비어있는 놀이터. 황진환 기자
    문제는 '코로나 원년'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 여파가 지속되면서 출산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면, 코로나19의 감염 공포가 확산된 시점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2021년 초부터 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추세에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충격이 부정적으로 가해진다면 저출산·고령화가 한층 가속화되어 거시경제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불길한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0만 7764명으로 출생자(27만 5815명)를 앞질러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도 5182만 9023명으로 1년 전인 2019년 12월 31일(5184만 9861명)보다 2만 838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출산 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결혼 관련지표도 암울하다. 지난해 3~9월 혼인 건수는 11만 8천 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13만 4천 건)에 비해 12%(1만 6천 건)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 혼인신고 후 국내에 거주 중인 신혼부부는 총 126만 쌍으로 전년도(132만 2천 쌍)보다 4.7%(6만 2천 쌍) 감소했다. 실제 자녀를 낳은 부부도 평균 '0.71명'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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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얼어붙은 사회·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 2022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과거 전염병, 전쟁 등은 전연령층 혹은 젊은층에 주로 피해를 주며 사망률 상승 및 출산율 하락을 초래했다. 그러나 재난이 종식된 이후에는 출산율이 급반등(Baby boom)함에 따라 인구 손실을 만회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경우 사회 전반의 경제적·심리적 불안을 크게 고조시키면서 혼인·출산 결정을 취소 혹은 연기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감염피해는 젊은층보다는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단 점에서 위기 종식 이후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출산율의 급반등 현상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혼·출산 맘먹어도 부담 '2배'…"확진 노심초사" "남편과 생이별"

    실제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 지난해 결혼과 출산이란 '중대사'를 치른 경험자들은 "두 번은 못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거리두기 2.5단계와 3단계 기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결혼한 김모(42·여)씨도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식을 올리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며 "우려만으로 (식을) 연기할 경우 예식장 대여와 식사비용에 대한 위약금, 웨딩 플래너에 대한 위약금 등 모두가 개인 부담이 돼 미처 미루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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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가 참석인원 제한으로 이어지면서, 결혼식을 여유 있게 연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결혼식을 올린 김모(28)씨는 "결혼은 1년 전부터 준비를 하는데 거리 두기 등으로 그런 일정이 계속 밀리면서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았다"며 "지인 중에는 아예 결혼식을 미룬 사람도 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가 젊은 세대의 고용과 소득에 미친 충격이 이들의 혼인 감소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11월 사이 20·30세대 취업자수는 1년 전에 비해 36만 8천 명이 감소했다.

    한국에서 결혼과 출산의 상관관계는 특히 높은 편이다. '혼외출산' 비율이 고작 2% 남짓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0.7%)을 한참 밑돌기 때문이다. 즉, 결혼하는 신혼부부 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출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초산 연령'도 올라가게 된다.

    한은은 "(2019년 기준) 현재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세로 OECD 회원국(평균 30.6세) 중 가장 높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출산 적령기를 놓칠 경우 자녀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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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아기를 품에 안은 산모들은 코로나 시국 속 출산은 '유독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겨울 둘째를 '조산'한 20대 강모씨는 집단감염이 일어났던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 당시 병동에서는 보호자가 외출을 하고 들어올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게 했다.

    강씨는 "분만실 병실에서는 출산부가 아니면 보호자 출입금지였다. 일반병동으로 옮기니 상주 보호자가 머물 수 있었지만, 들어올 때도 자비로 검사를 받아야 했고 나갔다 다시 들어오려면 재검사를 받아야 했다"며 "가격도 부담이고 남편이 일을 하다 보니 병동에 상주할 수 없어 거의 두 달을 생이별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출산한 박모(37)씨는 "다행히 회사에서 코로나가 심하면 집에 있게 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다른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는 솔직히 괜찮았다"면서도 "임신기간이다 보니 외출도 안하고, 외식도 안하고 무조건 조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 속 결혼·출산은 '천신만고'라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출산을 준비하는 기혼자들이나 예비 부부들에게 부정적인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 출산 계획을 '코로나 안정기' 이후로 막연하게 미루는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간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뒤늦게 하더라도 출산까지 이어질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단기 대책 안 돼…'아이 낳고 싶은' 사회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혼인·출산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교하는 어린이들. 이한형 기자등교하는 어린이들. 이한형 기자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우리나라 출산율은 원래도 하강 국면이었기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다시 출산율이 반등하거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아이를 낳고 기르기에 안전한 사회', '아이를 좀 더 수월하게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며 "경제·사회·교육 등 전반적인 사회체계를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 (기혼 부부가) '아이를 낳는 문화'가 강한 한국적 특성이 크다"며 "가장 중요한 건 형태가 어떻든 본인이 원해서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사회적 낙인을 찍지 않는 문화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혼부부 행복주택'이라고 하는데, 단어 자체에 기존 고정 관념이 반영된 것 같다"며 "이런 단어를 쓰지 않고 아이를 낳을 예정인 사람 또는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주거 지원을 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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