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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집단감염 3명 사망, 진상조사 하라"…인권위 진정



사건/사고

    "구치소 집단감염 3명 사망, 진상조사 하라"…인권위 진정

    첫 확진 후 두 달 만에 1200여 명…최악의 집단감염
    3명 사망, 기저질환 있기도…"소측 책임 따져봐야"
    응급인데 그제야 '협의'…"골든타임 놓쳤는지 조사"

    연합뉴스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약 두 달 만에 1200여 명이 확진되는 등 최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가운데 한 인권단체가 "구치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3명이 사망한 사건을 진상조사 해달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21일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위원회는 '응급 후송 계획과 사망 당일 조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구치소의 의료접근권', '확진 사실 등의 유족 미통보 및 사망 사실의 공개 지연'에 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며 "법무부장관과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동부구치소 수용자였던 A씨는 66세 나이로 평소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22일 발열 등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형집행정지 결정이 돼 출소했고 코로나19 전담 혈액투석실이 있는 병원에 입원했으나 같은 달 27일 심정지로 사망했다.

    서울구치소 수용자였던 B씨는 기저질환이 있는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지난해 12월 21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무증상·경증에 해당해 격리거실에 수용됐다. B씨는 사망 당일까지도 스스로 화장실에 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 당일 구치소는 B씨의 의식이 미약한 것을 확인했고, 인근 외부의료시설로 응급 후송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로 일반병원 후송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치소가 방역 당국과 협의하는 도중 B씨는 사망했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아울러 동부구치소 수용자였던 C씨는 71세로 평소 협심증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25일 양성 판정을 받고 형집행정지가 결정됐으나, 증상이 없어 의료진 판단에 따라 구치소 내 생활치료센터에 일시 수용됐다. 하지만 C씨는 수용 9일차에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고, 의료진은 응급처치를 하며 관할 보건소에 긴급후송을 문의했으나 '119를 통해 후송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C씨는 뒤늦게 119에 의해 인근 경찰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 사망했다.

    위원회는 "서울구치소는 B씨가 기저질환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계속 수용했다"며 "동부구치소는 C씨가 고령과 기저질환으로 형집행정지 결정까지 받았는데도 석방해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고 일시 수용이라는 명분으로 계속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구치소는 '급격한 악화'라는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해 '수용자 응급 후송 계획'을 마련해야 했으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응급 후송 계획이 마련돼 있었다면 미리 확보한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B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거실에 수용된 시점은 지난해 12월 21일이고 사망 시점은 같은 달 31일, C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시점은 지난해 12월 25일이고 사망 시점은 올해 1월 7일로 응급 후송 계획을 세우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라며 "구치소가 응급 후송 계획을 마련했는지, B와 C씨에 대해 사망 당일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한형 기자

     

    더불어 위원회는 구치소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것을 두고도 "교정시설 용도로 건축된 구치소에 생활치료센터라는 명칭을 붙인다고 해서 생활치료센터의 기능까지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일반적인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구치소는 휴대전화의 소지가 금지돼 있어 수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외부에 호소하기 어렵고 의료과 직원 외 구치소 교도관은 수용 관리에는 익숙하지만 의료 처우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며 "감염 확산 초기에 동절기 주1회 진행되는 목욕(샤워)이 중단됐는데, 구치소 수용실에는 온수가 공급되지 않으므로 청결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동부구치소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으로 접견과 전화통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이유로 확진자의 편지 발송까지 금지했다가 지난 8일부터 '3일 보관 후 발송' 가능하게 했다"며 "수용자의 외부교통권이 제한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구치소들이 일반적인 생활치료센터와 동일한 치료와 관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고령자가 많은데 B씨는 나이가 30대 중반이고, 병원에 입원해 보지도 못하고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았는지 조사할 필요는 충분하다. 이들의 사망에 소측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부구치소. 박종민 기자

     

    위원회는 "헌법재판소는 '구금시설에 수용돼 국가의 보호·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해 더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사망 사건에서 법무부 등이 수용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책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필요한 권고를 할 것을 인권위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61명이다. 이중 동부구치소 내 확진자는 1203명이다. 지난해 11월 28일 동부구치소 직원이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집단 감염 사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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