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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실종 장준호씨…'하늘로 솟았나 땅에 꺼졌나'



사회 일반

    한파 속 실종 장준호씨…'하늘로 솟았나 땅에 꺼졌나'

    • 2021-01-07 09:49

    한강과 자유로로 둘러싸인 막다른 골목에서 사라져
    역대급 '강추위'인데... 열흘 넘게 행방묘연
    마스크 싫다는 아들 위해 나선 한적한 산책길에서 실종
    풍수가 말까지 참고...추운 날씨에 절박한 어머니
    ‘위치추적’ 배회감지기는 태부족...지문등록 비율도 낮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승모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열흘 전인 지난달 28일, 발달장애인 장준호 씨가 실종됐습니다. 그 소식을 앞서 뉴스쇼에서도 전해드렸는데, 장준호씨 수색 작업을 김승모 기자가 동행취재했다고요. 김 기자.

    ◆김승모> 네.

    ◇김현정> 이번 실종 사건을 특히 주목한 이유가 있다면서요?

    ◆김승모> 네, 사실 한해 동안 접수되는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는 8천 건이 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가족의 품에 무사히 돌아가는데, 장준호씨는 강추위 속에 열흘 넘게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어요. 또 실종 당시 정황을 보면 미스터리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이 이 안타까운 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해서, 그 취재 내용들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김현정> 저도 이 사건 소개하면서 의아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지지? 열흘동안 아무 단서도 안나오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김승모 기자가 사흘 동안 장준호씨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관련 내용들을 취재했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보죠. 준호씨가 실종된 게 정확히 언제 어디서입니까?

    ◆김승모> 마지막 목격 지점이 경기도 고양시, 김포대교 북단 아래 지점입니다. 중증 자폐장애가 있는 21살 장준호씨와 어머니는 12월 28일 오후 고양시 인재개발원에 차를 세우고 함께 산책을 시작해 행주대교를 지나 김포대교 방향으로 한강변을 따라 산책했는데 그 끝. 김포대교 아래 부분에서 준호 씨가 사라진 겁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김현정> 어머니가 한눈을 판 사이에 실종됐다? 산책을 하러 나온 건데,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어요?

    ◆김승모> 행주대교 밑에서 김포대교까지는 산책길은 잘 나 있었는데, 산책길 옆이 공원 예정부지로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허허벌판입니다. 사람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니죠. 또 김포대교 아래는 철책선에 가로막힌, 사실상 막다른 곳이에요. 산책로가 끊기고 덤불과 잡목만 있어서 일반인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죠. 여기에 한강과 자유로가 양쪽을 감싸는 그런 곳입니다.

    ◇김현정> 그런데요, 준호 씨는 체구가 작지 않아요. 21살에 100킬로그램이 넘거든요. 갑자기 사라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수 있는건가요?

    ◆김승모> 오랜만에 외출한 준호씨가 앞서갔고 어머니는 뒤를 따라갔는데 그만 거리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준호씨는 평소 어머니가 부르면 다시 따라오는데 이날은 덤불 밑 구덩이를 넘어 어디론가 넘어간 겁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들어보실 게요.

    [실종자 어머니1]
    “저희 아이 특성상 자기를 잡는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위험한지도 모르고 차도로 뛰어들기도 하고 제가 더 이상 좇으면 안 되겠다 해서 거기 앞에서 “집에 갈 거야, 빨리 나와!” 하고 뒤로 돌아서 천천히 나왔어요. 근데 한참을 가도 안 와서…”
    장준호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 인근에서 수색대원이 장씨의 흔적을 찾고 있다.

     


    ◇김현정>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이해하셔야 하는데 오히려 쫓아가면 더 가버린다, 아들의 특성을 알기에 어머니는 더 쫓아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 간다’고 말하면서 산책길을 천천히 되돌아 나왔다는 거군요.

    ◆김승모> 그렇죠 평소처럼 올 거라고 생각을 하신 거죠. 그런데 안 따라나오고 놓친거죠. 어머니가 시야에서 준호씨를 놓친 게 오후 4시 30분쯤이고요. 신고를 받은 경찰은 6시쯤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준호씨 행방은 묘연한 상태고요.

    ◇김현정> 막다른 길. 돌아와야 하는 곳에서 준호씨는 사라졌어요. 주변이 막혀있는 곳이었다면 준호씨는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갈 곳이 없어보여요 옆은 강이고 다 뚫려 있는 상태인데, 현장에서 본 바로는 어땠어요?

    ◆김승모> 철책을 넘어서 우회해서 갈 수도 있고 오른쪽은 자유로 쪽이에요. 교각 밑에서 가로막힌 철책을 따라 한강의 반대편으로 향하면 먼저 자전거도로가 나옵니다. 그런데 경찰이 이곳의 CCTV를 확인해본 바로는 실종됐던 28일 오후부터 이튿날 정오까지 준호씨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해요.

    ◇김현정> CCTV에서 행적을 못 찾았어요. 그럼 다른 경우의 수는요?

    ◆김승모>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준호씨가 CCTV에 찍히지 않은 채 자유로로 올라섰을 가능성, 아니면 혹시나 강에 빠져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없진 않겠고요. 절대 그런 일은 없어야 겠지만요. 또 길을 헤매다 산책을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로 그 큰 대로로 올라왔다면 어떻게든 신고가 됐겠죠. 씽씽 달리는 차들 속에서, 물에 빠졌다 해도 발견이 됐을 시간이죠. 어머니의 눈을 피해 진입했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을 거쳤을 텐데, 아무도 봤다는 사람이 없네요.

    ◇김현정> 여러 가능성을 놓고 살펴봐도 행적은 묘연하고 최근 한파경보까지 내려진 강추위가 이어져 더 걱정인데요. 어머니 속은 더 까맣게 타고 있겠네요?

    ◆김승모> 어머니는 현수막과 전단지를 직접 붙이면서 현장은 물론, 주변까지 샅샅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저는 겨우 사흘 동안 참여했는데 매서운 찬바람이 그대로 전해지고 몸이 얼어붙어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추운 날씨도 힘들었지만, 주변을 탐문해도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어 더욱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이런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풍수가의 말까지 들어가며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김현정> 풍수가요?

    ◆김승모> 풍수지리 전문가죠. 오죽하면요. 어머니 요청으로 풍수가가 지목한 장소를 찾아 나선 수색팀 관계자입니다.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
    "지금 그럼 범위를 넓히신 거에요?"
    "지금 가는 건 풍수지리 유명하신 분이 이쪽에 가보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실종장소 인근에서 전단지를 붙여가며 장준호씨를 찾고 있는 수색팀 관계자들.

     


    ◇김현정> 안 찾아본 데가 없다는 말이겠네요.

    ◆김승모> 네 현재 경찰과 소방구조대 인력뿐만 아니라 사건 초기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고요. 화요일부터는 민간 수색 봉사단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명구조협회 분들도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제도 관계자들이 드론까지 띄워가며 수색에 나섰는데 현장 분위기를 들어보시죠.

    [드론봉사단 관계자]
    "이거 보세요. 이렇게까지 영상이 나와요. 사람이 누워있어도요, 누워있다든가 하게 되면 다 보여요. 그 정도로 선명하죠."
    [경찰 관계자]
    “돌아가면, 산책로 끝이 있어요. 산책로 끝에다 대놓고 이쪽을 드론으로 확인을 해도 됩니다. 저희 경찰 드론이…”

    ◇김현정> 많은 분들이 애를 쓰는 만큼 어서 찾았으면 좋겠는데요. 반면에 애타는 가족한테 장난전화가 이어졌다는 황당한 얘기도 있어요.

    ◆김승모> 실종 초기에 배포한 전단에 어머니 번호를 공개했더니 ‘충격받지 마라, 준호가 납치되는 걸 내가 봤다’거나, ‘똑같이 생긴 애가 술 먹고 난동부리는데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전화들이 걸려오더라는 겁니다. 한편에서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비난까지 어머니한테 오고 있고요.

    ◇김현정> 안 그래도 힘든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인데. 어머니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에만 갇혀 있던 아들을 탁 트인 곳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주고 싶어서 데리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어요.

    ◆김승모> 네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준호씨는 경기도지적장애인발달협회에 연계된 시설에 도움을 받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물러야만 했다고 합니다. 준호 씨가 마스크를 거부해서 외출도 힘들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휴가를 낸 어머니와 집에서 지냈는데, 너무 답답하고 또 운동도 시켜야 하니까 알음알음해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은 게 사고 장소였던 거죠. 어머니 설명입니다.

    [실종자 어머니]
    어떻게라도 맡겨서 다닐 수 있었던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인지 갈 곳이 없고, 집안에선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저희 아이 같은 경우에도 학원 이름 써서 붙여놓고 쳐다보고 울고 있었단 말이에요…

    ◆김승모> 마스크를 쓰면 일부 복지 시설 이용이 가능하긴 한데 신체적 특성상, 혹은 거부를 심하게 해서 마스크를 못 쓰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거든요. 그렇다보니 발달장애인을 가족이 온전히 24시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김현정> 김승모 기자. 발달장애인 실종 문제가 처음이 아니거든요. 이런 일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는 거예요?
    그래픽=김성기 기자

     


    ◆김승모> 휴대전화로 위치추적을 할 수는 있는데, 기지국 중심의 추적이라는 한계가 있고 기기를 잃거나 버리면 무용지물이라는 한계가 있죠. 또 배회감지기라는 장치가 있긴 합니다. 주로 손목시계 형태나 열쇠고리, 목걸이 형태로 돼 있는데, GPS 위치추적기를 몸에 부착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은 이걸 쉽게 구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김현정> 왜요?

    ◆김승모> 경찰이나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배회감지기는 주로 치매 노인들이 대상이고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자체에서 배회감지기를 받을 수 있지만, 지자체별로 그런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고, 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이용료를 부담하고 대여하는 형태인데 준비된 수량도 충분치 않다고 하고요. 또 배터리 수명도 3일 정도여서 실종이 장기화하면 이마저도 쓸모 없게 된다는 단점 등은 보완해야 할 것 같고요.

    ◇김현정> 실종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지문을 등록하기도 하잖아요.

    ◆김승모> 2012년 도입된 지문 등록 서비스는 지난해 8월, 서울 기준으로 전체 장애인 수가 5만명 정도인데 지문등록 하신 분은 1만명이 조금 넘은 상황인데요. 지문등록도 일단 사람을 찾은 이후 확인하는 거잖아요. 찾는 과정에서 효과를 보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김현정> 결국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머니는 강한 희망을 갖고 찾고 있습니다. 목소리 다시 들어볼까요?

    [실종자어머니]
    “그래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금 다 찾을 수 있는 데는 찾고 있거든요. 혹여나 신고하는 방법을 몰라서 아이를 보호하고 있거나 데리고 있으신 분은 방송 보시고 신고해주시면 좋겠고…"

     

    ◇김현정> 조은누리 양도 실종 열흘만에 발견이 됐습니다. 지금 잘 있어요. 준호 씨 돌아오길 바라겠습니다.

    ◆김승모> 네 장난 전화는 사절이고요 목격하신 분 연락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김현정> 네, 다시 한번 방송을 통해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 둘레길에서 21살 장준호 씨가 실종됐습니다. 발달 장애가 있고 키 173센티미터에 108킬로그램입니다. 당시 남색 얇은 외투에 회색 티, 그리고 검은 바지를 입었습니다. 보신 분은 국번 없이 182나 112로 연락 바랍니다. 훅뉴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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