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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세월호 조사를 방해한 조윤선, 왜 무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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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스페셜 법정B컷

    [법정B컷]세월호 조사를 방해한 조윤선, 왜 무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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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심 "직권 남용했지만 의무없는 일 하게 한 것은 아냐"
    세월호 TF "부당한 업무지시를 따르는 것이 그러면 의무?"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12.17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항소심 선고
    검사의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은 피고인 윤학배가 세월호 특조위에 지원근무 형태 또는 파견명령을 받은 공무원인 '임OO, 김OO, 정OO'로 하여금 단체 채팅방에 세월호특조위 내부 동향을 파악하여 올리게 하거나 일일상황보고 등 문서를 작성하여 보고하게 한 것에 한정됩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직권남용죄의 법리상 죄가 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일부 유죄가 인정되는 피고인 윤학배의 범죄사실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 김영석, 윤학배, 이병기, 조윤선의 항소는 받아들이고, 검사의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2시 서울고법 312호 법정.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선 이병기 전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줄줄이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길어진 재판 탓인지 여느 다른 세월호 공판과 달리 이날 법정에는 많은 유족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참석한 유족들의 표정도 마스크에 가려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말도 안 된다"며 통곡했던 유족들이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들을 때 심정이 어땠을지야 표정까지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역시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피고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도 마찬가지로 분명해보입니다. 집행유예에 그쳤지만 어쨌든 1심에서의 유죄가 무죄로 180도 뒤집혔으니까요. 그들이 그토록 주장했던 '억울하다'는 입장이 2심에 와서는 최소 법적으로는 받아들여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날 판결은 그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 및 해수부 고위공직자들이 정말 '억울했다'는 걸 인정하는 걸까요?

    20.12.17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항소심 선고
    1심 재판부는 당시 청와대와 해수부, 세월호특조위 등에 근무하였던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문하였고 검사가 제출한 광범위한 증거들을 모두 조사하였습니다. 우리 재판부도 상당히 오랫동안 추가 심리를 했습니다. 우선,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관련하여, 원심은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과 양측이 제출한 수많은 증거들을 모두 조사한 후 원심판결에 나타난 바와 같이 사실인정을 하였습니다. 저희들도 원심의 사실인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우선 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1심과 동일합니다. 1심은 약 1년 3개월간 40차례에 가까운 재판을 진행하며 검찰이 기소한 혐의들에 대해 촘촘히 따졌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피고인들이 세월호 특조위 설립부터 이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문건들의 작성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심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1심의 이같은 판단 자체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그럼 1심에서 인정된 사실이라는 게 대체 어떤 것들인지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가 어떤 사건이었는지 한번 되짚어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2014년 11월 국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고자 '세월호진상규명법' 제정합니다. 이 법에 따라 출범하기로 한 게 통상 1기 특조위라 불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입니다.

    여러 어려움 끝에 가까스로 출범한 특조위는 사실상 활동도 제대로하지 못한 채 종료됩니다. 당시는 합리적인 의심에 그쳤지만 이후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고 수사로 이어지며 당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과 해수부 고위 관료들이 소속 공무원들을 통해 각종 문건을 생산하거나 내부정보를 수집하는 방식 등으로 특조위 활동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수사도 기소도 그리고 이후 재판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범행 구조가 이들이 직접 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게 아니라 공무원들을 통해 세월호진상규명법에 반하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게 한 복잡한 구조였기 때문인데요. 이에 더해 적용된 죄명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태생적으로 가진 애매모호함도 검찰 입장에서는 유죄의 근거가,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무죄의 근거가 되며 판단의 어려움을 초래했습니다.

    1심은 이러한 이유로 장시간 심리를 거쳤고 기소된 여러 공소사실 중 △특조위 설립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 작성 △설립준비단 파견공무원 일괄 복귀로 설립준비 방해 △여당(새누리당) 제공 목적의 설명 발표용 문건 작성 등을 유죄로 인정합니다. 피고인들이 특조위 활동 방해의 목적을 가지고 직권을 남용해 하급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죄'가 인정된다고 결론내린 겁니다.


    20.12.17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항소심 선고

    이 사건에서 직권남용죄 요건 중 '일반적 직무권한'이나 남용 부분은 대체로 인정됩니다. (중략)이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구성요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요건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때를 의미하고,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시 2심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1심에서 조사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러니까 피고인들의 지시로 공무원들을 통해 이같은 대응 문건들을 만든 것까지는 맞다고 판단내린 셈입니다.이 문건들은 그 내용 자체로 특조위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하는 속성을 띈 것들이니 피고인들이 세월호 진상조사 활동을 방해한 것도 인정됐다고 봐야겠죠.

    그러면서 법리적으로도 "이들이 직무권한을 가졌고 이를 남용한 것도 대체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까지는 1심과 동일합니다. 다만 결론이 엇갈린 것은 직권남용죄의 뒷 부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소된 공소사실 중 가장 대표적인 범행인 조윤선 전 수석과 윤학배 당시 해양수산비서관의 '특조위 설립 대응문건'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조 전 수석과 윤 전 비서관은 2015년 1월 19일 이른바 플라자호텔에서의 회의에 따라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무효화,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해수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대응방안' 문건 작성을 지시합니다. 문건은 수정을 거듭하며 표현의 강도도 세졌습니다. 초기 '위원회 설립 관련 조직 및 예산 등 적극 대응' 문건이 '위원회 설립 준비 원점 재검토'로 바뀌었고 이후에는 '전원회의시 문제제기'로 바뀌며 방해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직무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1‧2심의 판단이 동일합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하지만 '이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냐'를 두고 해석이 달라집니다. 우선 직권남용죄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는 ①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에 명확히 규정돼있어야 하고 ②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담당자가 기준과 절차를 따를 권한과 역할이 있다는 전제 하 ③공무원이 실무자로 하여금 이같은 기준과 절차를 위반한 직무집행을 하게 한 때에 성립합니다.

    결국 직무집행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느냐 여부가 핵심인 건데 1심은 국가공무원법 56조(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세월호진상규명법 39조(국가기관은 위원회의 진상규명 업무수행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라는 규정 정도로도 이러한 기준이 충족된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반하는 문건을 작성하라는 상관의 지시는 이같은 기준과 절차를 위반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따졌습니다. 그러면서 언급한 게 1심 이후 나온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 전원합의체의 판결입니다. 전합은 당시 직권남용죄를 판단할 때 일을 지시한 공무원이 실무담당자일 때에는 구체적으로 기준과 절차가 명시되지 않는 한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단 기준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2심은 이를 기준으로 1심에서 인용한 규정정도로는 조 전 장관과 윤 전 비서관의 지시를 이행한 청와대 비서실 혹은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의 직무집행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다른 기소된 범행들도 구조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윤 전 비서관의 일부 범행을 제외하고는 이같은 판단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결국 결론만 말하면 2심 판결은 무죄긴 합니다. 그렇다고 조 전 수석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 활동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각종 대응문건을 작성하고 내부정보를 파악한 활동들은 "사실이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범위가 좁혀진 공무원을 상대방으로 한 직권남용죄에 따라 처벌할 수 없었다는 한계를 드러냈을 뿐이죠.

    20.12.18 민변 세월호 참사 대응 TF 논평 中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따른 것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때’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당한 업무지시를 따른 공무원은 그 의무로서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인가. 상관은 하급자에 대하여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고, 하급자는 그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일 때에는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기존의 확고한 대법원의 판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사진=연합뉴스)
    발생한 지도 이제 6년을 훌쩍 넘긴 세월호 사고. 하지만 순항하던 배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침몰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처는 왜 부실하다 못해 없는 것 마냥 참담하기까지 했는지 우리는 아직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뒤늦게 나선 진상규명에서도 한 번 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그 중심에 정부의 '특조위 활동 방해'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이들을 처벌할 수 없는건지 아쉬움과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같은 마음을 대변하듯 유족들과 1심부터 함께 한 민변 세월호 TF는 이 판결에 대해 "직권을 남용했지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평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가로막는 업무지시를 따르는 것은 "의무로서 한 것이라고 봐야하냐?"는 상식적인 물음도 던졌습니다.

    이후 검찰의 상고가 예상되지만 좁혀진 직권남용죄의 범위 탓에 결론이 다시 한번 뒤집힐 수 있을지 여부를 쉽게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명심해야할 건 유죄가 설령 선고되지 않는다 해서 '진실인양'을 가로 막은 이들의 명확한 책임마저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란 점입니다. 법적 처벌에 비할 수 없이 무거운 양심의 가책을 피고인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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