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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옥시RB, 가습기살균제 유독성 은폐…김앤장도 관여"



사건/사고

    사참위 "옥시RB, 가습기살균제 유독성 은폐…김앤장도 관여"

    "全실험 폐손상 확인에도 승인 보류…해외연구 중단도 확인"
    "김앤장, 서울대 중간·최종보고 참석…보고서 수차례 검토"
    최예용 부위원장, 전날 정무위 언급하며 "사참위 손발 잘려"
    "2년간 진상규명 약속 못 지켜…국회 논의안 항의차 사퇴"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가 제조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사진=이은지 기자)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가 자체실험을 통해 자사 제품의 유독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축소, 은폐하고자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옥시RB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수임 받은 대형 로펌 '김앤장'이 관련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며 개입했다는 개연성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옥시RB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지난 2011년 9월 김앤장을 법률대리로 선임했다. 김앤장이 맡은 옥시RB 관련 사건은 형사사건 4건·민사사건 36건·행정사건 3건 등 총 43건으로, 수임료만 약 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에 따르면, 옥시RB는 본사 직원을 프로젝트 리더(Project Leader)로 삼은 가습기살균제 대응팀('코어 팀')을 구성해 참사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응팀에는 본사 소속 법무팀, 보험사, 연구소 직원들이 포함돼 있었고,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맡아 본사 고위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는 당시 대표이사였던 거라브 제인의 메일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부연했다.

    옥시RB는 질병관리본부(現 질병관리청)에서 2011년 8월 가습기살균제와 폐손상의 연관성을 밝힌 직후 본사 측 승인을 받아 서울대 등 국내·외 실험기관에 의뢰해 다수의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국 김유정 조사1과장은 "옥시RB의 사건 대응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많은 흡입독성실험이 진행됐고, 하나도 예외없이 폐손상 등의 결과가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시RB와 김앤장은 관련된 민사·형사소송에서 이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옥시RB의) 제품엔 독성이 없다'고 주장한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옥시RB의 제품을 놓고 지난 2011년 2·4주간의 일반흡입독성실험을 실시했고, 간질성 폐렴 증상 등을 확인했지만 이는 최종보고서에서 누락됐다. 생식독성실험에서도 임신한 쥐 중 농도가 높아질수록 사망 태자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이같은 내용은 보고서 작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RB 및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사진=이은지 기자)

     

    김앤장 변호사들은 2011년 11월 해당실험 관련 중간보고와 2012년 2월 최종보고에 모두 참석해 간질성 폐렴과 생식독성이 확인됐다는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것이 사참위의 설명이다. 이들은 10여 차례 실험결과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보고서 사용 여부를 저울질했고, 조교수와 미팅하며 소송전략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이은 실험들에서도 제품의 유독성이 속속 확인됐지만, 옥시RB는 해당 보고서들에 대한 승인을 유보하고 장기 흡입독성실험을 중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2년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진행한 28일 간의 반복흡입독성실험에서 실험동물로부터 폐섬유화 증상이 관찰됐지만, 옥시RB는 '실측농도와 명목농도 간 차이'를 핑계로 승인을 보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예정됐던 90일간 흡입독성실험도 중지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2014년 미국 WIL 연구소와 인도 IIBAT 연구소에서 각각 시행된 흡입독성실험에서도 모든 농도 노출에서 폐손상이 확인되는 등 결과는 대동소이했지만, 옥시RB는 두 연구소가 진행하던 13주 흡입독성실험을 중도에 중단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참위는 이번에 최초로 밝혀진 해외실험 중단사례에서도 김앤장 변호사들이 관련 결과와 종료 문제를 검토하는 데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김앤장 측은 조사과정에서 '서울대 실험 등 중간결과는 본 적이 없고 최종보고서만 받아봤다. 재판의 유·불리 여부를 자문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과장은 "(당시 실험보고서의 책임자인) 서울대 조모 교수는 현재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옥시RB나 김앤장이 (실험)결과를 누락시켜야 한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아달라거나 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실제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등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오늘 말씀드린 부분은 '청부과학'의 대표적 사례"라며 "자신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원하는 결과를 의뢰하고, 어용 과학자들이 거기 응하면서 선량한 소비자들과 시민들의 희생되고 법원까지도 거기에 농락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9일 최예용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소위원장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진상규명' 파트를 배제한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항의하며 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한편, 최 소위원장은 회견 직후 사참위 활동 중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실질적으로 제외하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된 데 항의하며 사퇴 의사를 표했다.

    최 소위원장은 "내일(10일)이면 저희가 약속한 (활동기한인) 2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너무 송구스럽게도 시민들이 요구했던 철저한 재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다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어제 비록 피해자 요구대로 수사권 부여 등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사참위 활동기한을) 1년 6개월 연장하는 법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법안에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사실상 배제하는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다. 국민의힘은 환경부가 '진상규명과 피해구제가 다 됐다'고 한 내용을 거론하고 있는데, 환경부는 저희의 피조사기관"이라며 "(빙산의 일각으로) 물 속에 가려져 있는 부분을 최대한 끌어올려 피해를 규명하고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려 하는데 저희는 지금 손과 발이 다 잘리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피해자들의 뜻을 왜곡 말고 (사참위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모두 수용해 달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 저는 시민사회로 돌아가 제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 정무위 안건조정위원회는 전날 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일부 수정,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 구제 및 제도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한정해 수행한다'는 내용으로 법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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