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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서두르는 英·美 vs '지켜보자' 韓



생활경제

    백신 접종 서두르는 英·美 vs '지켜보자' 韓

    전문가들 "백신 부작용·효능 검증 뒤 접종해도 늦지 않아"
    과거 사스 백신 등에서 접종 뒤 감염 증가하는 부작용 잇따라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직원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이 우리 시각으로 8일 밤부터 80대 이상의 노인과 의료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지난 2일 화이자 백신에 대해 세계 최초로 긴급승인을 내주고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대규모 접종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도 현지 시각으로 10일 화이자 백신에 대해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내주고 24시간 안에 접종에 들어갈 방침이다.

    자체 백신을 개발했다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시범 접종을 한 상황이고,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캐나다 등도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2~3월쯤 백신을 도입하겠지만 접종 시기는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백신 조기 접종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백신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신은 정상적인 절차라면 후보 물질 개발부터 전임상, 임상1~3상, 허가, 양산 등의 과정으로 5~10년에 걸쳐 개발된다. 이 기간 동안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도깊게 추적한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후보물질 개발에서 허가까지 채 1년도 채우지 않았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말이다.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이 안전성과 관련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면책’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장관도 브리핑에서 “백신은 안전성이 중요하다. 도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허가 절차를 밟고, 접종 우선순위를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최근 언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그동안 개발됐던 백신과는 전혀 다른 기술을 사용한 것이어서 안전성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백신은 mRNA(메신저RNA)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에 해당하는 mRNA를 인지질로 감싼 형태다.

    이 mRNA가 근육에 주사되면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이를 면역세포가 인지해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체내에 주입할 경우 인체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거나 자가면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다른 바이러스에 주입한 뒤 우리 몸에 주입하는 ‘전달체’ 방식이다. 전달체로 이용하는 바이러스는 인체에 익숙한 아데노 바이러스를 쓴다.

    전달체 방식의 백신은 여러 번 접종할 경우 전달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겨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럼 영국과 미국 등은 이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접종에 나선 것일까?

    정부는 이들 나라의 상황이 우리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영국과 미국 등은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으로라도 하루 빨리 폭증세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것.

    8일(현지시간) 영국 코번트리의 한 대학 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 할머니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접종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경우 지난 7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 4718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무려 6만 1434명이다. 미국은 최근 하루 평균 20여만명이 신규 확진되고 누적 사망자는 28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한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백명선이고 누적 사망자는 550여명이다.

    박능후 장관은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확진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서 백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 위험을 안고서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접종을 강행할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는 안정적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접종하는 것은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효과나 접종, 보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차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너무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신형식 국립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역시 “모더나나 화이자가 밝힌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은 그야말로 ‘제약회사의 입장’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논문으로 나와 봐야 검증할 수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진=박종민 기자)

     

    장요한 안동대 생명백신공학과 교수는 “백신이 오히려 감염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며 “백신 접종 2주 뒤에 생기는 항체 형성 반응을 보고 접종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백신을 접종하면 다양한 항체가 형성되는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중화항체’도 있고 다른 역할을 하는 ‘항체’도 동시에 생긴다. 문제는 중화항체 이외의 ‘비중화항체’ 일부가 바이러스를 오히려 세포 안으로 끌고 들어가 감염을 증가시키는 부작용도 일으킨다. 이른바 ‘항체의존적 감염촉진’(ADE, Antibody Dependent Enhancement) 현상으로, 과거 뎅기열 백신이나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사스 백신에 이같은 부작용이 생겼다.

    문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디게 백신 접종에 나설 경우 그 시간 차이를 방역으로 메꿀 수 밖에 없는데,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감내할지 여부다.

    특히 1년 이상 지속될 방역으로 국민 피로감이 높아지는데다 생업에 직접 지장을 받을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결정하는데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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