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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영웅? 황제의 관, 이제는 내려놓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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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속 영웅? 황제의 관, 이제는 내려놓을래요"

    亞 최초 올림픽 빙속 장거리 제패 이승훈, 2년 9개월 만의 실전

    '2년 9개월 만에 돌아온 황제'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51회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남자 일반부 5,000m에 출전한 이승훈이 질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황제' 이승훈(32·서울 일반)이 2년 9개월 만에 빙판으로 돌아왔다. 1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 이승훈은 황제의 관과 폭행 논란을 벗고 선수 본연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승훈은 25일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 51회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남자 일반부 5000m에 출전했다. 거의 3년 만의 첫 실전에서 이승훈은 4위에 머물렀다.

    장거리 황제답지 않은 기록이었다. 6분53초28는 이승훈이 2013년 세운 대회 신기록인 6분32초91에 무려 20초 이상이나 늦다.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역시 자신이 수립한 아시아 신기록인 6분24초32에는 30초 가까이 뒤진다.

    그럴 만했다. 이승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실전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대회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대표팀 내 훈련 특혜 시비와 이에 따른 적폐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해 7월에는 수년 전 후배 선수 2명에게 폭행과 가혹 행위를 했던 사실이 확인돼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출전 정지 1년 중징계를 받은 까닭이다.

    경기 후 이승훈은 "처음 타보는 기록인 것 같다"고 멋쩍어 하면서 "오랜만에 타다 보니 감이 확실히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훈은 레이스 도중 빙판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실전을 치르지 않아 몸 상태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이승훈은 "현재 컨디션은 가장 좋았던 때와 비교하면 30% 정도"라고 했다. 이승훈의 소속사인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그동안 웨이트 훈련 등 실내 운동만 해왔고, 빙판을 탄 것은 최근 2주 전부터"라고 귀띔했다.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51회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남자 일반부 5,000m에 출전한 이승훈이 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년 넘게 빙판을 떠나 있었던 이승훈이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올림픽 메달은 물론 우승까지 이루며 빙상 영웅으로 칭송을 받다가 폭행 가해자로 비난을 받은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승훈은 "한때 몸무게가 지금보다10kg나 많은 78kg까지 나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몸 관리를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아직도 억울함은 남아 있다. 당사자들은 원만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몇 년이나 전의 일이 논란으로 불거져 징계를 받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이승훈은 "우선 당사자인 후배들과 나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잘 지내고 있었는데 2013년 무렵의 일이 논란이 돼서 징계를 받아 억울한 부분은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잘못했다는 점은 다시 인정했고, 징계도 받아들였다. 이승훈은 "논란 뒤 여러 차례, 최근 사과 영상을 올리고 나서도 후배들에게 사과했다"면서 "오히려 후배들이 그만 과하라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훈계 과정에서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징계에 대해서는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 생활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승훈은 "그동안 스케이트를 탈 때는 1등, 좋은 성적을 내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에는 마음 편하게,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려고 한다"고 했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냈다. 모두 아시아 최초 기록. 평창올림픽에서는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이제는 영광이었지만 무거웠던 장거리 황제의 관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려 한다. 이승훈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출전만 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올림픽 정신대로 참가에 의미를 두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금 2개, 은 3개)을 따낸 이승훈인 까닭에 살짝 아쉬움이 남는 대목.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애정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은 큰 소득이다. 논란 속에서도 빙판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이승훈은 "스케이트가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이어 "성적이 목표일 때는 힘들어도 참으면서 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오늘도 그랬지만 적당히 즐겁게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은 목표는 홀가분한 마무리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 이후 한국 빙상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앞으로 실망하게 하지 않고 얼음 위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면서 즐겁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복귀 첫 실전을 마친 이승훈은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다.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을 얻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던 이승훈의 마지막 태극마크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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