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사진=자료사진)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자 "개자당(자유한국당의 비하 표현) 니네들, 다 죽었다"고 환호하던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가 터지자 윤석열을 '개자당'과 연계시켜 맹폭격을 가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필자가 누구이건 조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나 칼럼에 달린 댓글들엔 어김없이 이 '개자당' 타령이 반복되었다…그런 이분법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사고방식이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와 '문빠'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문재인 정부와 강성 지지자들이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왜 도덕적 우월감은 정치적 독약인가?강 교수는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이 잘 지적했듯이, 도덕적 면허효과는 사람들이 실제로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착해 보이는 것, 착한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여준다"며 "일종의 '인정 투쟁'이나 '구별 짓기' 투쟁을 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고 분석한다.
또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싸움의 뿌리가 상당 부분 권력의 선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시각의 차이 즉 이른바 '선한 권력'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며 "우리가 현실적으로 바라는 건 '선한 권력'이지만, 권력 주체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는 건 매우 위험하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남탓'의 상례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왜 침묵은 권력의 최후무기인가?일부 개혁 진보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와 안희정ㆍ박원순 등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선별적 침묵'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별적 침묵'도 자주 논란거리가 된다…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 평등한 세상입니다"라고 외쳤던 문재인의 '페미니스트'와 '성 평등' 개념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의 침묵 역시 권력의 최후 무기인가? 과연 무엇을 위한 무기인가?"강 교수는 이른바 '조직 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은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의 문제를 못 본 척 외면하는 현상으로, 안희정·박원순 사건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안희정 사건에선 '조직 보복' 의혹마저 제기됐다고 지적한다.
왜 권력 중독이 권력자들을 망치는가?
그는 대표적인 예로 안희정 사건을 든다. 그는 안희정의 성폭력을 고발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의 책 '김지은입니다'를 상당 부분 인용하며 "안희정을 위한 의전의 핵심은 시종일관 '심기 경호'였다. 그래서 이런 일까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럴 수가! 그간 안희정을 일정 부분 긍정 평가했던 나로서는 안희정 사건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소왕국의 제왕이었던 것이다! 그 제왕을 모시는 측근들 간의 '심기 경호' 경쟁이 벌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성(理性)이 설 자리는 없었으리라."강 교수는 또한 "권력은 공기다. 권력자들의 '심기 경호'에 발 벗고 나섰던 이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당했던 물리적 폭력을 모든 준거의 비교점으로 삼아 자신들이 행사하는 위력에 대해 둔감하다"며 "물리적으로 폭력만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위력의 행사도, 불공정 행위도 용인될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진보 타락의 온상임을 그들은 깨닫지 못하거나 한사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권력에 관한 아포리즘(aphorism, 격언)을 던진 뒤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 '왜 권력자는 대중의 사랑보다 두려움을 원하는가?'부터 '왜 한국 대통령들의 임기 말은 늘 비극인가?'까지 50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각종 칼럼·책 등 일부 구절도 함께 인용하면서 한국 정치의 현실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진보 성향 지식인인 강준만 교수는 월간 '인물과 사상'을 통해 '지식인 실명비판'을 도입해 지식인들의 이중적인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저서 '김대중 죽이기'(1995년)를 시작으로 '노무현 죽이기'(2003년), '전라도 죽이기'(1995년) 등을 통해 주류 정치와 언론에서 '을(乙)' 취급을 받으며 배제된 정치(인)와 지역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후 '강남 좌파'( 2011년), '싸가지 없는 진보'(2014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2020년) 등을 통해 '진영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준만교수의 신간'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사진=인물과사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