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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유있는 분노



뒤끝작렬

    [뒤끝작렬]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이유있는 분노

    이재강 "유엔사 허락없이는 책상도 못 들어가…참담해"
    국방부 "유엔사,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관여해야"
    유엔사의 계속된 월권…남북교류는 번번히 '제동'
    '유엔사 월권'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평화부지사의 퍼포먼스
    문재인 정부, 이번 기회에 의지를 갖고 '유엔사 월권' 바로 잡아야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유엔사의 허락 없이는 책상과 같은 단순 사무집기조차 우리 땅에 설치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매우 참담함을 느낍니다"

    10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얼굴엔 참담함과 함께 분노가 가득했다.

    ◇"유엔사 허락없이는 책상도 못 들어가…참담해"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은 누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가로 막고 있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이 평화부지사는 오래 전부터 개성공단이 보이는 도라전망대로의 집무실 이전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10월 23일 국방부와 1사단에 공문을 보냈다. 또 관할 지자체인 파주시와 해당 군부대인 1보병사단과 협의도 진행했다.

    1보병사단은 11월 4일 개별이탈 금지와 코로나19 방역 철저 등 7가지 수칙을 제시하며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도라전망대에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합의한 날짜는 11월 10일.

    1보병사단은 그러나 11월 6일 '집무실 이전은 유엔사 승인사항'이라고 통보한 데 이어 결국 하루 전에 '유엔사령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기 설치를 거부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라전망대 내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유엔사,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관여해야"

    그렇다면 유엔사의 이번 결정은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평상시 '정전협정 유지 관리'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통과·출입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행 '유엔사 규정 551-4'에 따르면 출입인가 대상은 △유엔사 군정위 대표 △유엔사 지시를 받은 정전 관련 특별조사단 △중립국 감독위원회 △대성동 주민 △한국군 전방사단 소속 민정경찰 △안보견학장 방문객으로 규정돼 있다.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인사들은 사전에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유엔사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 국방부는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출입에만 유엔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첫 공식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정전협정상 조항을 보면 유엔사의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면서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환경 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유엔사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유엔사가 비무장지대에 주둔하면서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군사적 적대행위를 규제하고 중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까지 유엔사가 승인해온 것은 정전협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무실 설치'라는 비군사적인 경기도의 행정행위에 대해 유엔사가 거부한 것은 "부당한 주권침해 행위"라는 이재강 평화부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유엔사의 계속된 월권…남북교류는 번번히 '제동'

    유엔사의 이같은 월권은 그동안 남북교류협력에 여러차례 제동을 걸어왔다.

    유엔사는 2018년 8월 북쪽 경의선 철도조사를 위한 우리 정부의 군사분계선 통과 신청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합의사항인 경의선·동해선 철도 현대화사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또 2019년 1월 인도적 사업인 대북 타미플루 지원도 약품을 싣고갈 화물트럭이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유엔사가 거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 유엔사에 의해 거부된 이재강 평화부지사의 집무실 이전도 결국 최종 목적지는 '개성공단 재개'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이 보이고 공단 안에는 개성공단 전시관도 설치되어 있어 상징성이 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1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라전망대 내 평화부지사 집무실 설치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평화부지사 역시 "도라전망대로 집무실을 옮겨 매일 개성공단을 보며 출근을 하고 개성공단 재개선언을 위한 국민의 의지를 모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엔사 월권' 수면 위로 끌어 올린 평화부지사의 퍼포먼스

    그 스스도로 '집무실 이전이 퍼포먼스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추지 않는다.

    이 평화부지사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무장지대에 무슨 집무실이 필요하냐. 쇼하지 마라' 등의 비아냥도 들린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에 번번히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유엔사의 월권'에 대해 그만큼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정부 내 주요 인사나 정치인은 지금껏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비군사적 목적의 비무장지대 출입에 대한 유엔사의 승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세운 만큼 이번 기회에 의지를 가지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도라산 전망대 안에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집무실은 설치돼야 한다. 단순히 책상과 의자가 들어가는 문제가 아니다.

    '유엔사의 월권'을 짚어내고 개성공단 재개를 앞당기며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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