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의평가 치르는 고3 학생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등교 수업 제한으로 과학고와 일반고의 학력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습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우선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학고는 등교 수업, 일반고는 등교 제한…왜?
학급당 학생수에 따라 등교 수업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게 학력 차이를 심화한다는 지적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8월 1학기 교육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98%의 교사는 방역 가능한 학급당 적정 학생 수는 '20명 이하'라고 응답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려면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 전국 학급당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학교 수는 초등학교 60개교, 중학교 242개교, 고등학교 131개교입니다. 21∼30명 사이인 학교 수는 초등학교 2984개교, 중학교 1907개교, 고등학교 1667개교로 파악됩니다(2019년도 기준). 이들 학교는 등교 개학이 시작된 올해 5월부터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했고요.
반면 서울·경기지역 과학고 학생들은 모두 등교 수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15명 안팎이었던 덕분입니다.
온라인 강의(사진=연합뉴스)
원격수업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취약계층 학생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대면 수업이 가능할 정도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우리나라 학교 교실 평균 면적은 약 20평입니다. 한마디로 과학고 학생들은 한 명당 1.3평을, 30명 이상 일반고 학생들은 한 명당 0.6평의 교실에서 지내는 거죠.
그런데 왜 여태까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지 못했을까요?
마스크 쓰고 수업 듣는 고3 수험생들(사진=연합뉴스)
◇'학급당 학생수 20명'으로 제한해야…교육부, 대안 대신 미봉책으로 일관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오랫동안 있었던 논의지만 그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교육부가 관여하지 못해 왔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는 1998년부터 교육감이 규칙으로 정하면 그만이었거든요.
덕분에 교육부는 코로나 국면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대신 확진자 수에 따라 '등교중지', '1/3등교', '2/3등교'를 반복해 왔고요.
'학급당학생수 20명법(교육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학습권 보장을 위하여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 적정 수준을 20인 이하로 하고, 단계적 감축의 책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돌리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계획을 보면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에만 15조3000억원이 책정됐는데요.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온라인 수업 환경을 조성하더라도 제한 등교가 계속된다면 무용지물이 되겠죠.
교실 하나를 짓는 데 들어가는 돈은 약 1억5000만원 정도.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지속적 온라인 수업은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고,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책임 지고 아이들이 두 팔을 뻗어도 서로 닿지 않을 만큼 좁지 않은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사 개요
조사대상 : 전국 초중고 교사 4010명
조사기간 : 2020년 8월 5일~8월 14일
표본오차 : 표본오차 95% 신뢰도 수준에 오차범위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