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인권위 "피의자 휴대전화 압수수색 시 적법절차 준수해야"



사건/사고

    인권위 "피의자 휴대전화 압수수색 시 적법절차 준수해야"

    마약 관련 긴급체포…"디지털포렌식하며 상세목록 미교부"
    검찰 "증거 사용할 만한 정보 없어 목록 교부 안해" 해명
    "분석 직후 정보 즉시 폐기해야…장기보관 시 법익 침해"

    (사진=자료사진)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 저장정보를 압수수색할 때 해당목록을 고지하지 않거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장기간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는 행위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검찰이 '디지털 포렌식'(PC·휴대전화 등 저장매체나 인터넷 상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통해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했음에도 관련 목록을 교부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즉각 돌려주지 않는 행위는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이와 함께 해당 지방검찰청장에게 진정사건을 맡은 담당 수사관·검사에 대해 각각 경고 및 주의조치를 내리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진정인 A씨는 지난해 11월 가방 속에 마약을 소지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공항에서 긴급체포됐다. A씨는 현장에서 압수된 자신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참관하겠냐는 검찰 측 질문에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수사관 등은 '하루종일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곳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A씨는 결국 분석 당시 입회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씨가 분석 종료 이후 휴대전화 반환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에 즉시 응하지 않고 한 달 이상이 지난 올 1월 휴대전화를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케이스를 분실하기도 한 A씨는 수사과정의 부당성을 들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참여 여부를 물었을 뿐, 불참을 종용하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A씨의 휴대전화에서 범죄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자료를 찾지 못해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검찰이 헌법에 명시된 수사 상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는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경우,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 등에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디지털 증거분석 이후 증거로 사용할 만한 정보를 찾지 못해 이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전자정보를 CD에 복제해 사건기록에 첨부했다"며 "대법원 판례상 디지털 포렌식에서 확보된 전자정보는 영장 기재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탐색·출력·복제하는 과정이 모두 종료돼 보전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삭제·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령 검찰 측 주장처럼 해당 정보를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다 해도, 혐의사실 외 피의자의 사생활 전반이 담긴 휴대전화 데이터를 계속 보관하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를 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검찰은 CD에 복제된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지 않아 압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그와 무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의 사생활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보를 수사기관이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채 보유하게 된다면 사건기록의 열람·복사 과정에서 유출될 가능성은 물론 다른 범죄의 수사단서로 위법하게 사용되는 등 새로운 법익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압수 목적인 디지털 포렌식이 완료된 이후에도 검찰이 휴대전화를 보관할 때에는 이에 대한 A씨의 동의가 따라야 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인권위는 "검찰은 공범의 연락을 확인해 달라는 A씨 부탁에 의해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검찰 측에 휴대전화를 돌려달라는 내용의 우편을 보낸 사실만이 확인돼 증거분석 및 환부결정 이후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것에 대한 A씨의 임의적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통상 임의제출의 적법성과 관련해 다툼이 있는 경우, 제출에 임의성이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며 "검찰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해 A씨의 휴대전화를 부당하게 반환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