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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불길이" 28층 테라스서 떨었던 죽음의 공포



울산

    "5분 만에 불길이" 28층 테라스서 떨었던 죽음의 공포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2시간 넘게 옥상 테라스서 갇혀
    윗층에서 뛰어내리고 아래층에서 받아주고 18명 주민 대피
    연기 흡입, 찰과상 등 80여명 이송…건물 내 54명 모두 구조

    8일 오후 11시 14분쯤 울산 남구 달동에 위치한 33층짜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화재 현장 주변으로 소방차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반웅규 기자)

     

    "우리집이 28층 입니다. 불이야 하는 소리에 잠을 깼어요.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이 가족들과 함께 28층과 연결된 테라스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서 주민 18명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 28층에 거주하는 구창식(52)씨는 테라스에 갇혀있었던 2시간 30여분의 긴박했던 상황을 격앙된 목소리로 전했다.

    구씨는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불이야"하는 소리를 듣고 깼다.

    그는 가족들과 바로 대피할 공간으로 자신의 집 28층과 연결된 테라스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사방이 암전이 된 것 처럼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구씨의 아들은 당시 상황이 마치 정전이 난 것 같았다고 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끄진 것 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 때만 하더라도 정전이 났나 했어요. 그런데 5분 정도 있으니깐 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과 검은 연기가 올라왔어요. 보통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족들과 대피하는데 그때 화재경보음이 울렸어요.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진 않았어요."

    소방차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

     

    구씨 가족은 다른 층 주민들이 대피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수건에 물을 적신 뒤 입에 갖다대고 28층 테라스에서 대피하고 있는데, 29층, 30층 주민들이 아래 테라스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구씨 가족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받았다. 그렇게 구씨 가족 3명과 주민 15명은 테라스에서 구조되기만을 기다렸다.

    구창식씨는 "119구조대원들이 도착하고 1층 현관으로 나오기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테라스쪽으로 불길이 번지거나 연기가 심하게 들어오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며 "18명 모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미쳐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흥분된 목소리로 119구조대원들에게 항의하기도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속에서 먼저 탈출한 주민들은 현장 주변 곳곳에서 발만 동동거리며 사람들이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뒤늦게 나온 가족과 이웃을 발견하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젊은 부부부터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모자라 수차례 포옹하는 중년 여성도 있었다.

    24층에 사는 엄말섭(54)씨도 옥상으로 대피한 아내와 아들, 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안절부절하지 못했던 주민들 중 한 명이다.

    밖에서 지인과 만나고 귀가하던 엄씨는 아파트 앞으로 소방차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인근 달동주민센터에 차를 주차하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경찰과 소방대원이 주변을 통제하느라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상황.

    34층에 사는 엄말섭씨가 딸에게 받은 카카오톡 문자.(사진=엄말섭씨 제공)

     

    엄씨는 가족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입술은 바짝 타 들어갔다. 그

    렇게 마음만 졸이다가 가족들 중 유일하게 휴대전화를 갖고 나온 딸과 연락이 됐다.

    '지금 33층 옥상에 갇혓어' 카카오톡 문자가 도착했다. 이어 가족들 모두 옥상에 대피해 있다는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

    엄씨는 곧바로 119 상황실로 연락했다. 그리고 34층에 사람이 있다고 빨리 구조해달라고 호소했다.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엄청 놀랐죠. 뒤늦게 옥상에 대피해 있다는 가족들과 연락이돼 한 숨 돌리긴 했지만…소방차 물줄기가 아파트 외벽 10층 정도 밖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너무 답답하고 절망했죠."

    8일 오후 11시 14분쯤 울산 남구 달동에 위치한 33층짜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연기를 흡입하거나 찰과상을 입은 80여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미처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해 테라스와 옥상 등에 갇혀 있던 54명 모두 구조됐다.
    화재 현장 주변으로 잔해물이 널려 있는 모습.(사진=반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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