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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씨에 악플 단 안희정 前지사 측근, 1심서 벌금 200만원



사건/사고

    김지은씨에 악플 단 안희정 前지사 측근, 1심서 벌금 200만원

    지난 2018년 JTBC 출연 이후 관련기사에 이혼사실 적시 등
    7일 어씨는 법정 미출석…檢 구형한 벌금 100만원 '2배' 선고
    "공공 이익 위한 글 아냐…피해자 사적 영역 들춰낸 2차 가해"
    이미경 소장 "약간 아쉽지만 2차피해 경종 울리는 의미있는 판결"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 관련기사에 다수의 '악성 댓글'을 달아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측근이 1심에서 검찰 구형량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기소된 어모(37)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달 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벌금 100만원의 2배에 이르는 액수다.

    어씨는 지난 2018년 3월 5일 JTBC '뉴스룸' 생방송에 출연해 안 전 지사의 지속적 성폭력을 폭로한 김씨의 기사에 '게다가 이혼도 함' 등 이혼 사실을 적시하고, 욕설을 연상시키는 초성을 나열한 댓글을 작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은 어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어씨가 이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그간 공판 과정에서 "(김씨가) 이혼했다는 사실은 가치중립적 표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김씨는) 공적 인물이고 (해당 폭로가) 공적 관심사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의견을 표명한 것뿐이다" 등 무죄를 주장해온 어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댓글이 쓰인 전후 정황을 고려할 때 성폭력 피해자인 김씨를 비방하기 위한 고의성 등이 충분히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이혼 사실 적시를 통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명예훼손은 상대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여야 하는데 그 표현 자체만 갖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전후 맥락 속에서 사회 통념상 그 표현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면 가치중립적 표현이라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다가 이혼도 함'이라는 표현은 피해자의 성폭력 사실을 의심하는 앞선 글의 의미를 강력히 연결하면서 (김씨의) 이혼 전력을 언급한 것"이라며 "이런 맥락 속에서 보면 피해자가 이혼했다는 것은 가치중립적 표현이 아니고 미약한 성 관념에 의해 유부남과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식의 편견에 기초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아울러 김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했다는 의미에서, 피해사실 고발이 공적 사안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통상 이해되는 '공적 인물'과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생방송에 출연해 대중매체를 통해 성폭력 피해사실을 드러낸 것은 '미투' 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공론장에 들어온 사람으로서의 지위도 함께 가진다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안 전 지사 성폭력 여부에 대한 반박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고 그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 아니고, 특정한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으로 성폭력 피해자로서 '2차 가해' 행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며 "피고인이 올린 글은 공공의 이익이라 볼 수 없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며 비방하기 위한 것으로 사적 영역에 있는 것을 들춰낸 것이라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들춰낸 피해자의 사적 영역은 매우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었던 사항이고, 이같은 행위를 할 당시 피해자는 근거 없는 여론들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며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더 가중시킨 것으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전형"이라고 판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당초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는 가볍다 생각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어씨가 가벼운 벌금형을 받은 것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이같은 글을 올리게 된 배경에 대해 참작할 점도 있는 부분 등은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활동가 'D'(@D_T_Monitoring)가 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어모씨의 1심 선고공판 이후 자신의 계정에 남긴 트윗.(사진=트위터 캡처)

     

    선고가 끝난 뒤, 법정 안에서는 재판을 방청한 일부 여성들의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선고를 참관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사실 다른 (성폭력) 사건들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다"며 "(벌금형에 그친 것은) 좀 아쉽지만 성폭력 피해자에 가해지는 2차 피해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우리가 맥락 없이 들었을 때엔 '별 것 아니다' 했지만, 소위 '성인지 감수성'이라 이야기하는 부분은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입장 등을 고려하는 것이란 점에서 앞으로 2차 피해에 대해 새로운 장(場)을 연 판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성폭력 관련 재판 모니터링 활동을 하면서 어씨의 재판을 꾸준히 지켜봐온 활동가 'D'(@D_T_Monitoring) 역시 선고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약식명령보다 두 배의 벌금형이 선고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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