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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낙연 '원픽' 박성민, 전화받고 6시간 잠 못든 이유



국회/정당

    [인터뷰]이낙연 '원픽' 박성민, 전화받고 6시간 잠 못든 이유

    이낙연 "청년·여성위원으로서 해 줄 역할이 많을 것" 제안 전화받고 많은 고민
    "다음 지도부는 '여성 30%' 넘도록 규정 만들어야"
    "여성 문제만큼은 전권 주는 느낌"
    "평범한 청년들에겐 秋아들처럼 보좌관 없어" 진영 논리와 맞서 쓴소리도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원픽'이었다. 당시 청년대변인 임기를 갓 마친 박성민 최고위원은 이낙연 신임 대표의 지도부 구성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8월 말 그의 전화를 받았다.

    이 대표는 "청년·여성위원으로서 해 줄 역할이 많을 것"이라며 그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권유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꼭 여성으로 임명할 거라는 예측이 파다하던 때였다. 탐내는 여성 의원들도 더러 있었다.

    밤 11시에 이 대표의 전화를 받은 박 최고위원은 그 뒤로 내리 6시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지난 28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만난 박 최고위원은 "청년대변인으로 일하면서 최고위원이 얼마나 큰 자리인지 알았다. 생각하지도 못한 자리에 가게 된 거니까 '대박이다', '행복하다'는 느낌보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라는 일적인 고민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의 민주당에선 '청년·여성위원으로서 해 줄 역할'이 더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장시장, 그리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파문에 여론은 '더듬어민주당'이라고 조소하기 시작했다. 굳건한 지지층이던 2030 여성들도 돌아섰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피해호소인과 피해자'라는 명칭을 통일하지 못했다.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지도부는 여성계 출신 의원들의 입만 바라봤고, 여성계 출신 의원들도 한동안 침묵했다.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20대 여성 대부분은 평균 이상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 억압에 대응하는 컨센서스가 있다. 세대 간 감수성 차이가 존재한다"면서도 "이것과 여성계에서 일하던 분들의 전문성은 다를 수 있다. 나한테 부족한 부분은 (그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학습하면서 채워가겠다"고 밝혔다.

    그런 데다 이 대표 역시 전당대회를 거치며 "남자는 (출산) 경험을 못하기 때문에 나이가 먹어도 철이 안 든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사과는 했지만 당내에선 "이젠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반응도 나왔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 최고위원은 '운동권, 50대, 남성'이 주류인 민주당의 가장 약한 고리다. 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여성 문제만큼은 제게 전권을 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전 시장의 고발인을 향해 '피해자'라고 했던 그.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휴가 의혹에 당 지도부가 '엄호 모드'였던 때에도 "청년들에겐 불편한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도 "평범한 청년들에겐 보좌관이 없다. 그게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대표와 함께 물러나야 하는 박 최고위원의 목표 중 하나는 당헌·당규 손질이다. 최고위원에도 여성들이 30%는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당헌·당규에 넣는 것.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최고위원 여성 30% 할당제'를 놓고 시끄러웠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반대로 할당제가 무산된 뒤 전국대의원준비위원회(전준위)에선 "30%를 맞추기로 노력한다"는 이른바 '노력 조항'이라도 신설하고자 했지만 이마저 남성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최고위원은 "다음 지도부엔 여성들이 30%는 차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반대가 심해서 그 규정이 의무화가 안 되지 않았나. 규정이 없으면 계속 이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 용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대학생위원회,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비례 공천관리심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만큼 당헌·당규에도 밝다. 각급 위원회에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당헌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도 안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는 '각급 위원회'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30%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다음은 박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여성이 지도부에 2명 있든 3명 있든 똑같다는 사람이 많다. 왜 꼭 할당제를 도입해야 하나.

    박) 여성이 0명일 때와 1명일 때 다르다. 1명일 때와 2명도 다르고, 3명일 때와 4명일 때 다르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면 좋아질 거라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같은 의사결정 구조 안에 있는, 같은 지도부 일원인 남성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동등한 동료로 만나서 여성들이 생각하는 문제점, 본인이 놓칠 수밖에 없던 관점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여성의 시각이 배제되지 않을 수 있다.

    -청년이고 여성이라는 점에서 회의 때 발언하는 게 더 눈치 보일 것 같다. 최고위에서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 하나.

    박) 심호흡 한번 하고 그냥 한다. 이 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순간이 엄청 많다. 이런 일이 있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경우 당 지도부에서 너무 사법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사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로직을 공고화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볼 땐 그 로직이 인위적이었다. 평범한 청년에겐 보좌관이 없다는 게 핵심이라는 걸 얘기했다. 진영 논리로 싸움을 짜는 게 심화되었는데, 우리가 유턴할 수 있도록.

    -이번 최고위에선 김해영 전 최고위원처럼 '미스터 쓴소리'가 없어서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박) 밖에서 보는 것보다 많이 갈린다. 예를 들어 (이스타 해고 논란을 일으킨) 이상직 의원 처분에 대해 얘기할 때도 나뉘었다. 한쪽에선 '우리 당은 노동 존중 정당이다. 윤리감찰단 조사를 기다리는 게 맞냐, 당장 제명하자'고 했지만, 다른 쪽에선 '기다리자'고 했다.

    -청년대변인 할 때 제일 아쉬웠던 것

    박) 청년대변인은 배석자니까 민감한 얘기가 있으면 나가라고 했다. 청년대변인은 그림자처럼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런 점에서 당무를 계속 보게 했던 게 중요하게 작용했다. 청년, 여성 비율 맞추다 보면 어디에라도 들어가게 돼 있는데, 나는 총선평가단과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무를 보면서 당의 굵직한 일들을 봤다. 앞으로도 당무에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투입되면 좋겠다.

    -지금 맡고 있는 청년TF(태스크포스)와 청년위원회 차별점이 뭔가.

    박) 청년위원회가 주장하는 것들이 여태 잘 관철이 안 됐다. 청년위원장이 지도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부에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최고위원은 추진력과 (지도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다르다. 위원회에서 의견 관철하려면 친한 의원한테 전화해서 친한 의원이 최고위에 전화해 줘야 한다. 하지만 청년TF는 최고위에 직접적 통로가 생긴 거다.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고위원으로서 한달여 동안 활동하면서 제일 눈치 보였을 때나 어려웠던 때는?

    박)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해서 내가 '쓴소리 프레임'으로 언론에 많이 쓰이지 않았나. 일부 당원들로부터 '능력도, 자격도 없는 애가 뭘 아느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당 발언 직후 박 최고위원은 SNS에서 당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청년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댓글들이 가장 마음이 많이 쓰인다. 여대생 운운하는 비판은 '언제적 여대생이냐'고 생각하면서 (넘겼다). 그렇게 볼 순 있는데, 그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지나칠 수 있었다. 하지만 '청년들과 눈높이가 맞는가', '당신은 청년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는 댓글엔 마음이 아팠다.

    -최고위원 임기가 끝난 뒤 행보에 대해 생각해 봤나. 다음 선거엔 나가지 않을 건가.

    박) 생각하지 않고 있다. 청년대변인 할 때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청년대변인이 되자마자 '줄을 잘 서라', '특정 의원과 친해져서 다음을 기약하라' 등등 갖가지 조언을 들었다. 청년대변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다. 다음 꿈을 위해 계산하면서 뜻을 꺾거나 굽히거나 조심스러워질까봐 걱정 됐다.

    나는 당에 입지도 없고, 청년이고, 더 약한 존재니까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정치를 배울 수 있는 유혹이 너무 많더라. 다음 행보를 생각하면서 일할 때의 제일 큰 문제는 현재 업무에 집중을 못하고 만족도 잘 못하게 된다는 거였다. '청년대변인은 이 정도 권한밖에 없네'라며 속상해 할 수 있어서 다음 스텝을 생각하지 말자, 대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원칙을 늘 상기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다음에 뭐 해야지, 생각하면 지금처럼 말 못할 것 같다(웃음).

    박 최고위원은 인터뷰 내내 본인이 "여의도 문법에 갇혀서 청년들의 눈높이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라며 걱정했지만, 그는 여전히 청년이다. 인터뷰 도중 '자리를 옮겨줄 수 있느냐'는 남성들의 부탁에 걸음을 떼면서 기자와 "우리가 어린 여자가 아니어도 인터뷰 중에 끼어들어서 저런 부탁을 했겠냐"고 속삭이는 평범한 청년. 음식점에서 10시간씩 서 있으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장학금 걱정을 하며 소개팅 얘기를 하는 너무나 비범한 옆집 청년이었다.

    *약력
    -1996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재학 중
    -2018~2019년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2019~2020년 민주당 청년대변인
    -2019년~경기 용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
    -2020년~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 민주당 청년TF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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