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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조합 "'본명선언', 양영희 감독의 창작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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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조합 "'본명선언', 양영희 감독의 창작권 훼손"

    22년째 이어진 홍형숙 감독 '본명선언'의 양영희 감독 다큐 무단 도용 논란
    홍 감독, '본명선언'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한국다큐상 '운파상' 수상
    부국제 측, 양영희 감독에게 사과했지만 여전히 논란
    "운파상 수상 철회는 불가…무단도용 여부, 법적 다툼의 여지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국제 결과 유감…'본명선언', 창작 권리 심각하게 훼손"
    독립다큐 창작자들 "부국제, 사건 은폐 책임 인정하고 양영희 감독에 사과하라"

    22년 만에 열린 재일교포 출신 양영희 감독이 만든 일본 NHK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과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1998) 비교 상영회가 지난 2월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기록원에서 진행됐다.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22년 전 발생한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의 '흔들리는 마음' 표절 논란에 관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공식 입장에서 법적 다툼의 소지를 남겨둔 가운데,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번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지난 21일 입장을 내고 "양영희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요구한 '본명선언' 운파상 취소 건에 관해 부산국제영화제로부터 특별자문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재심 과정에 참여했다"며 "심의의 시작부터 결과발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감독조합은 홍형숙 감독의 '본명선언'이 양영희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의 창작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하며 다큐2020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열린 '흔들리는 마음'과 '본명선언' 비교 상영회 포스터. (사진=독립영화협의회 제공)

     

    ◇ 홍형숙 감독 '본명선언', 재일교포 출신 양영희 감독 다큐 무단 도용 논란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1998)이 재일교포 출신 양영희 감독이 만든 일본 NHK 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을 무단 도용했다는 논란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22년이 됐다.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 '가족의 나라'(2013)의 양영희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흔들리는 마음' 방영 본 중 7분 50초, 원본영상 1분 50초를 홍형숙 감독이 '본명선언'에 무단으로 도용했다며 지난 1998년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 이후 홍 감독은 1998년 '본명선언'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인 운파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 '경계도시 2'(2009) '준하의 행성'(2018) 등을 연출하며 다큐멘터리 영화 부문에서 입지를 다졌다. 2019년에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분 회원으로 위촉됐다.

    그러나 홍형숙 감독이 '경계도시 2' 제작 당시 스태프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 이를 유용했다는 지난달 '씨네 21'의 연속 보도를 본 양 감독이 자신의 사건을 고백하겠다고 '씨네 21'에 메일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본명선언' 무단 도용 논란이 공론화됐고, 지난 2월 비교 상영회로 이어졌다.

    무단 도용 논란이 일어난 장면 중 하나. 사진 왼쪽은 양영희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1996), 오른쪽은 홍형숙 감독의 '본명선언'(1998).

     

    ◇ 부국제 측 "운파상 수상 철회는 불가…무단도용 여부, 법적 다툼의 여지 있다"

    '본명선언' 표절 논란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당시 수상에 문제가 없었는지, 문제가 있다면 현재 어떠한 조치가 가능한지 등을 검토했다며 지난 7월 25일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부국제 측은 "'본명선언'에 대한 양영희 감독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진실성과 정직성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본명선언' 제작진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법적 시비를 가리기 전에 홍형숙 감독이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본명선언'의 운파상 수상 철회 여부는 법적인 시효가 만료되어, 현재로서는 다룰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며 "2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제기된 이 논란에 부산국제영화제는 큰 책임을 통감하며 양영희 감독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부국제 측은 표절 논란의 시작이 된 '9분 40초 분량'의 영상 사용이 무단도용인지의 여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해 분쟁의 가능성을 남겨 놨다. "기획 단계에서 일정한 협의가 있었으나 이후 단계에서 충분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단도용의 혐의가 있다"면서도 "최초의 협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법적 논쟁이 있을 대목"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부국제 측은 "'본명선언'과 '흔들리는 마음'의 비교상영회를 하는 과정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저작권자인 홍형숙 감독의 동의 없이 '본명선언'의 복사본을 외부에 제공했다"며 "홍형숙 감독에게도 이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본명선언'(1998)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제공)

     

    ◇ 독립다큐 창작자들 "부국제, 사건 은폐 책임 인정하고, 양영희 감독에 사과하라"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입장문에 관해 독립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모임인 다큐2020은 지난 4일 "부국제의 입장문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척 초라했을 뿐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상식에 미치지 못했다"며 "또한 양영희 감독에게 사과하는 이유조차 명시되지 않았으며, 22년 전 부국제가 어떤 행동을 했고 무엇을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는지도 누락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명선언' 사건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첫째는 이 사건이 다큐멘터리 창작윤리의 '교본'으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표절' 사건이었다는 점, 그리고 공동체의 안전한 창작환경과 산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영화제가 조직을 위해 독립영화계와 공모해 한 창작자의 인격권·창작권·저작권 등을 훼손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다큐2020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본명선언' 표절 여부를 밝힐 것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책임을 인정하고, 양영희 감독에게 사과할 것 △비교상영회에 '본명선언' 제공한 것 관련 홍형숙 감독에게 사과한 부분을 입장문에서 삭제하고, 표절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영화제 차원에서 강구할 것 △'표절사건'에 대한 영화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한국어와 영어로 된 입장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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