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댄서의 순정 한 장면
춤을 다룬 한국영화들 중 흥행성공을 이룬 유일한 영화라는 <댄서의 순정>. 이 영화를 두고 ''''여전히 춤이 약하다, 이야기가 너무 진부하다, 문근영만의 영화다''''라는 부정의 언어와 ''''춤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그래도 가장 화려하고, 문근영과 박건형의 연기는 볼만하다''''는 긍정의 언어가 교차되고 있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는 직접 댄스스포츠를 하는 두 사람을 그 교차점에 세워놔봤다.
4년 전부터 마산에서 댄스스포츠 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김태우(41·마산댄스스포츠동호회 회장)씨와 전문 댄스스포츠 선수를 꿈꾸며 대학에서 댄스스포츠를 전공하는 최선아(19·창원대 무용학과 댄스스포츠 전공)씨가 교차점에서 만났다.
그들은 그 교차점에서 춤을 중심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자파트너가 없어 연변서 데려와요?'''' ''''실제론 남성이 절대 부족해요'''' -영화를 본 첫 느낌을 말해달라.
△김태우 = 만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댄스스포츠계 현실과는 괴리된 모습을 보여줘 조금 아쉬웠다. 춤보다는 문근영이란 여배우 개인을 위한 영화 같더라. 문근영이 왜 귀엽고 매력이 있는지 알겠더라.
△최선아 = 나는 소름끼치게 잘 봤다. 음악이 흐를 때도 평소 많이 듣던 거니까 저절로 즐거워지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내가 직접 댄스스포츠를 하니까 집중도 되고 시간가는 지도 몰랐다. 지난해 이성재가 주연한 <바람의 전설>에 비하면 훨씬 잘 만들어졌다.
-영화 속 춤 장면을 평가해 본다면.
△최 = 기존 춤 소재 한국영화들보다는 연습시간을 많이 가진 것 같았다. 두 명의 주인공에겐 어느 정도 실력도 느껴졌고. 일반인들이 보기엔 제법 멋있게 보이더라.
△김 = 두 주연배우인 채린 역의 문근영과 영새 역의 박건형이 3개월 동안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다는데, 연습시간이 다소 과장된 것 같았다.
우리 동호회 회원이 일주일에 4일 2시간씩 연습하는데, 그렇게 몇 개월만 해도 그 정도는 될 것 같던데. 라틴댄스는 몸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골반 중심이동이 중요하다.
경연대회에서 댄서 킴(김기수 분)과 여자 파트너가 차차차를 추는데, 전혀 연습을 한 것 같지 않았다. 동호회에서 한달만 해도 그 정도는 될텐데.
예전 춤 영화보다 연습 많은 듯 △최 = 나도 영화에 나온 춤 장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를 보기 전 두 사람의 연습장면을 인터넷으로 봤다. 근데 문근영이나 박건형 모두 제법 잘 췄다. 레슨도 열심히 하고. 하지만 영화에선 실제 연습한 것보다 춤이 많이 나오지 않고 더 못 추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리고 몇몇 배우들이 춤을 출 때 중심이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한마디만 더 한다면 <바람의 전설>은 모던 댄스를 다뤘다. 이 영화에선 라틴댄스만 나오더라. 댄스스포츠가 모던 댄스 5종목, 라틴댄스 5종목 등 전체 10종목으로 이뤄진다. 오늘은 라틴댄스 중 ''''사랑의 춤''''이라는 룸바와 차차차·삼바가 주로 나왔다. 파소도블레가 잠시 나왔고.
△김 = 자이브는 아무래도 빠른 움직임이 있어서 촬영이 어려웠던지 감독이 뺀 것 같다.
두 주인공 어느 정도 실력 느껴져 -영화 속 설정이 댄스스포츠계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는데, 어떤 부분인가.
△김 = 실제 국내 댄스스포츠계는 여성파트너가 아니라 남성파트너가 절대 부족하다. 그런데 영화에선 정반대로 여성파트너가 부족하게 나온다. 감독이 댄스스포츠계의 현실을 너무 몰랐던 것 같다.
더욱이 경남은 아직도 문화적 보수주의가 심해 남성 파트너 기근은 더 심하다.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이 양아치 정도로 설정돼 있는데,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춤을 추면서 영새 다리를 밟는 설정도 너무 억지스럽다. 댄스스포츠는 다른 이들과 살짝만 부딪쳐도 서로 인사할 정도로 매너를 중시한다.
춤추는 사람 양아치 정도로 설정 △최 = 더군다나 여성파트너가 없어 연변에서 데려왔다는 설정은 ''''뜨악''''이다. 중국 댄스스포츠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닐뿐더러 국내에서 여성파트너를 구하기 힘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만해도 경력이 4년째다. 우리 과는 1~2학년 댄스스포츠 전공자 14명 중 남자가 겨우 2명이다. 국내에는 여성은 넘쳐난다. 대신 남성파트너가 얼마나 부족한데. 여성춤꾼에겐 제대로 된 남성파트너를 만나는 게 큰 희망이다.
-너무 춤 얘기만 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을 꼽으라면.
△최 = 영새가 채린에게 ''''춤을 출 때만큼은 날 사랑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여기(가슴)로 몸 안의 리듬을 느껴'''' 라고 한 장면. 실제 파트너와 교감을 하지 못하면 느낌이 살아있는 춤을 결코 출 수 없다. 그 장면에선 곧바로 연습실에 가서 바로 춤추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김 = 인상적이기보다 볼만했던 건 나이에 비해 연기를 잘하는 문근영과 제법 값비싸 보이는 댄스의상이었다.
현실선 부딪쳐도 인사…매너 중시 대신 이런 기대는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댄스스포츠가 확산되고, 저변확대를 위해 아직 제대로 체계를 갖추지 못한 댄스스포츠 조직과 교육체계가 일원화되었으면 하고. 아직 국가나 일원화된 연맹단위에서 인증된 자격증조차 없는 게 댄스스포츠의 현실이다.
도움/메가라인 마산점
경남도민일보 이시우 기자 hbjunsa@idomin.com ·사진 김구연 기자/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