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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신간]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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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부동산 약탈국가·나혜석의 말

     

    ◇ 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 문영숙 지음 / 서울셀렉션 펴냄

    인민군 출신 실향민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통천군 출신으로 열여섯 살이던 1950년 6.25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강제로 징집돼 고향을 영원히 떠났고 끔찍한 전투와 참담한 포로 생활을 겪는다.

    소설은 전쟁 중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지어졌던 포로수용소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이기도 하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있었던 좌우익 포로들 사이의 살벌한 충돌과 남한과 북한 중 한쪽을 선택해야 했던 포들의 치열한 고뇌도 그려진다.

    전쟁 전 북한 당국이 행했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군사 훈련과 개성 송악산 일대의 병참 기지 건설 등 북한의 한국전쟁 준비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이 들려주는 전쟁담은 한 개인의 슬픈 역사를 넘어 모든 사람이 기억해야 할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다.

    저자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 길 /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펴냄

    '노동의 새벽'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에 글을 쓴 '사진 에세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길 차마고도에서 노동자들의 설레는 귀향길과 할머니의 마지막 순례길 등 14개 나라에서 기록한 '인간의 길'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길 없는 길'을 걸어온 박노해 시인이 20년간 기록해온 흑백사진과 글은 우리를 저마다의 '다른 길' 안내한다.

    사진 속 주인공들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남과 헤어짐의 눈물겨운 길, 홀로 막막히 헤매던 인생의 길들이 떠오른다.

    박 시인은 서문에서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것이야말로 지금 시대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또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로 '인간의 길'을 얘기하며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라고 썼다.

     

    ◇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 김탁환 지음 / 도서출판 해냄 펴냄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의 르포형 에세이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기존의 작법과 시선, 가치관으로는 소설가로서 더 이상 사회 문제를 쓸 수 없음을 통감하고 작업실을 벗어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품은 채 지방 곳곳의 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그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이 전라남도 곡성인데 그곳에서 농부과학자 이동현을 만나 삶의 지혜와 회생의 길을 새로 발견한다.

    이동현은 곡성에서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법인을 15년째 이끄는 기업가이자 미생물학 박사이며, 2019년 유엔식량기구 모범농민상을 받은 농부이기도 하다.

    동식물과 공존하는 생태계의 법칙과 인간다운 삶의 철학, 공동체에 흐르는 연대의 힘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가 땅과 흙, 동식물로부터 체득한 지혜가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 등 삶의 지축을 흔드는 거대한 변화에 좌초되지 않기 위해 붙들어야 할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건강한 공존을 고민하는 사회에, 삶의 방향을 되묻는 개인에게 지금 당신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 부동산 약탈 국가 / 강준만 지음 / 인물과 사상사 펴냄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합법적 약탈 체제'를 만들어왔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구조화된 기득권층의 합법적 약탈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1969년 서울시 판자촌 주민들의 경기도 광주 이주와 1970년대 아현동에서 쫓겨난 철거 빈민들의 목동 이주 등 빈민들의 아픈 과거를 되짚고 부동산 대박에 미친 한국사회를 강력히 비판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부동산 대책이 22차례나 발표됐지만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저자는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꿈꾼 새로운 세상은 부동산 약탈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진보좌파는 가짜라고 단언한다.

    특히 2019년 발표된 '3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대해 국가균형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한 것이라며 발전의 균형이 아니라 투기의 균형을 이룬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인구 집중의 강력한 요인인 교육 정책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은 사기극이라며 사기극을 그만둬야 집단적 위선과 기만을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나혜석의 말 / 나혜석 지음 / 이다북스 펴냄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선 불꽃 인생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도 사람이외다'라고 외쳤던 나혜석의 삶과 글을 엮은 책이다.

    우리나라 여성 중 최초의 서양화가였던 나혜석. 그녀는 1918년에 조혼과 가부장제 등 여성에게 불리한 관습을 비판한 소설 '경희'를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재능도 보여준다.

    그녀는 가부장적인 사회제도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런 자신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면서 가지 존재를 증명하려고 했다.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와 맞서 싸웠다. 책은 나혜석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기를 바란 문제의식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하다며 그녀의 '모(母)된 감상기'와 '이혼고백서', '영미 부인 참정권 운동자 회견기'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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