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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후 진주시의원 "내 이모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경남

    정인후 진주시의원 "내 이모는 일본군 성노예였다"

    19살 때 위안부로 끌려간 이모 김순이 씨 사연 공개
    김씨는 지난 1994년 위안부임을 고백하고 진주 최초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그날까지 우리가 증인이 되어 함께 할 것"

    정인후 진주시의원. (사진=정인후 의원 제공)

     

    광복절을 앞두고 정인후 진주시의원이 자신의 이모에 대한 가슴아픈 사연을 고백했다.

    정 의원의 이모는 진주지역 최초의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고 김순이(1921~1995)씨다.

    정 의원은 이모의 지옥과도 같았던 위안부 생활을 이모의 동생인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날인 14일 털어놨다.

    김씨는 19세이던 해 음력 10월경 하동군 고전면 도로에서 낯선 남자들에게 끌려가 트럭 짐칸에 실려 부산에 도착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전국에서 끌려온 수많은 여자애를 큰 배에 태웠고, 바다를 바라보게 앉혀 쇼를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관심을 끌었다. 이 사이에 배는 이미 부산항에서 멀어져 있어 모두 놀라 울음바다가 됐다.

    배는 대만·홍콩을 거쳐 싱가포르에 닿았고 기차를 타고 인적없는 산속 부대에 배치되어 강제 성노예 생활이 시작됐다.

    생활 공간은 1층과 2층의 좁은 나무 칸막이 안에 긴 나무의자 하나, 바닥은 밀가루 포대 같은 누런 종이가 깔렸고 그 위에는 모포 하나씩이 있었다.

    종을 쳐서 끼니때를 알리면 밥 먹을 때 잠시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나무 칸막이로 잡아넣었다. 대피 사이렌이 울리면 숟가락과 밥그릇을 든 채로 굴 안에 숨었다.

    부대가 미얀마 랑군으로 이동하면서 같이 끌려갔고, 필리핀 한 섬으로 끌려가서는 독 안에 든 쥐 신세로 성노예 생활을 했다.

    7년의 지옥 같은 세월이 지나 25세가 되자 '제대'를 시켜주었는데, 싱가포르로 나오니 새로운 여자아이들을 가득 실은 배가 막 들어왔다.

    추운 겨울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빨이 하나도 없어 죽만 먹었다. 머리는 군인처럼 짧았고 기침을 할 때마다 핏덩이가 코까지 올라왔다. 팔, 다리에는 포승줄 묶인 자국처럼 잘록잘록 들어간 흔적과 시퍼런 멍 자국이 온몸에 가득했다.

    목소리가 조금만 크게 들려도 눈이 휘둥그래져 벌벌 떨었고, 방구석에 웅크려 앉아 밥도 눈치를 보며 먹었다. 편히 앉지도 못하고 항상 구부리고 앉아 생활했다. 눈을 감을 때까지 '아야~ 아야~'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김순이씨는 지난 1994년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정부로부터 위안부 피해자로 인정을 받아 진주지역 최초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됐다. 이후 6개월만인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정 의원은 지난 12일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시민문화광장에서 열린 2020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문화제에 처음으로 이모의 영정 사진을 올리고, 분향하며 헌화했다.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 중,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과 일본군 성노예로서 전쟁 용품처럼 쓰이다 죽임을 당한 수많은 어린 여자아이들에게도 이제 편히 쉬시라고 염원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일본의 공식사죄를 위해 피해 생존자들이 앞장서 온 지난 30년의 길이 인권과 정의의 역사로 갈무리 될 때까지, 피해자가 다 돌아가시더라도 의식이 깨어 있는 시민이 증인이 되어 일본이 진정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그날까지 우리가 증인이 되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진주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와 홍보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시에서 기림의 날과 관련해 사업비를 더 많이 지원해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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