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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부부와 중학생 아들의 첫 휴가…"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생활경제

    택배기사 부부와 중학생 아들의 첫 휴가…"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국내 택배서비스 도입 28년만에 공식 휴가 가진 택배기사들
    코로나19로 택배 물량 늘면서 올해만 택배기사 7명 과로사
    택배업계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통과로 택배기사 노동 환경 개선해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아빠! 이번 휴가때는 어디 갈 거에요?"

    아들은 방금 전 물어보고 또 휴가 얘기를 꺼냈다. 벌써 세 번째 물어보는 거였지만 그는 아들의 질문이 지겹지 않았다. 휴가를 받은 엄마, 아빠보다 아들이 더 들떠 있었다.

    아내와 택배 기사로 일한 지 4년째. 그동안 여름 휴가는 커녕 아파도 차키를 챙겨나와 새벽길을 달려야 했다.

    외동인 아들은 유난히 외로움을 탔다. 가족들과 놀러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아들에게 늘 미안했던 그는 택배 없는 날인 14일 가까운 계곡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택배업이 국내에 도입된 지 28년 만에 14일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됐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물류산업협회에 속해 있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주요 택배사와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고 심야 시간 배송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쿠팡과 마켓컬리, SSG는 이번 택배 휴가에서 제외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택배기사는 위탁운영제가 아니라 직고용을 기반으로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며 "쿠팡친구(쿠친)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으며, 15일의 연차 휴무와 연 130일 휴무를 보장 받는다"고 설명했다.

    공식 휴가를 받은 5만여명의 한국통합물류협회 소속 택배 기사들은 기쁘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14일은 '택배 없는 날'…17일부터 정상근무(사진=연합뉴스)

     

    6년차 택배기사인 김모(36)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첫 휴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씨는 "어머니가 아프시거나 가족 중 누가 돌아가셨을 때도 휴가를 내지 못했다"며 "사회와 여론의 인식이 바뀌면서 공식적으로 휴가를 받아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 돈 내고 쉬어야 하는 택배기사들…예비군 훈련 가려 100만원 내기도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은 휴가를 가거나 아파도 쉴 수 없다. 개인 사정으로 일을 하루 쉴 경우 일명'용차'인 배달차를 불러 자신이 배당받은 물량 배달을 맡겨야 한다.

    용차 건당 배달료는 1500에서 2천원 사이. 자신이 배달료로 받는 800원의 두 배 가까운 비용을 내야 한다. 하루 쉬려면 수십만원을 휴가비로 내고 쉬어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해 3박 4일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면서 100만원이 넘는 돈을 용차 비용으로 썼다.

    그는 "회사 가야 한다고 예비군 훈련을 빠질 수도 없고 해서 자비를 부담해 갔다 왔다"며 "택배기사들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쉴 수 없는 구조 탓에 택배기사들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20% 증가하면서 상반기에만 7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산재 승인을 받은 택배기사 사망자 9명 중 7명이 모두 과로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28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알바노동자 감전사 관련 고발 기자회견에서 노동건강연대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회원들이 추모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택배노동자의 산재 사고율은 43%로, 지난 7년 동안 집계된 산재 사고율(21.4%)의 2배를 넘어섰다.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법안을 발의한 을지로위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택배노동자들은 배달 한 건당 800원 이하의 수수료를 받으며 매일 14시간 주 6일 일한다"며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고용 안정, 소득, 휴식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김태완 위원장은 "택배사들의 참여와 소비자들의 호응 덕에 첫 휴가를 갖게 돼 매우 기쁘"며 "생활물류서비스법이 통과돼 택배기사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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