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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졸렬택, 지금은 역시 쿨가이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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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이 11일 KIA와 홈 경기를 앞두고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은퇴 투어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잠실=연합뉴스)

     

    LG 베테랑 외야수 박용택(41)은 역시 '쿨가이'였다. 최근 자신의 은퇴 투어가 논란이 되자 깨끗하게 포기했고, 대범하게 팬들의 반대 의견도 받아들였다.

    박용택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IA와 홈 경기를 앞두고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키움전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박용택은 재활 뒤 이날 1군에 합류했다. 엔트리 등록은 12일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야구계는 박용택의 은퇴 투어 논란으로 뜨거웠다. 올 시즌을 끝으로 19년 선수 생활을 접는 박용택에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은퇴 투어를 해주자는 움직임이 일었는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KBO 리그 통산 최다 안타 등 공로가 많았지만 2017년 은퇴 투어를 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44) KBO 홍보대사처럼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본인이 결정을 내렸다. 전날 이미 구단에 "은퇴 투어는 감사하지만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박용택은 이날 "팀이 순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내 은퇴 투어 얘기는 오늘로 끝냈으면 좋겠다"고 휘갑을 쳤다.

    기자 회견장에 들어설 때부터 박용택은 유쾌했다. 운집한 취재진을 보며 박용택은 "슈퍼스타 났네"라면서 "19년 만에 이렇게 관심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은퇴 투어 논란에 대해 박용택은 "야구 기사 댓글을 본 게 '졸렬택' 이후 10년 만"이라면서 "사실 은퇴 투어 기사 나온지도 몰랐는데 주위 사람이 '축하한다'고 보내줘서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반대한다는 기사도 보내주더라"면서 "하루 정도 있다가 나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기사를 찾아 읽었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은퇴 투어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박용택은 "공식적으로는 은퇴 투어가 너무 영광이고 얘기가 거론되는 것 자체도 그렇다"면서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진심 감사하고 고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와 팀 사정을 고려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류중일 LG) 감독님, 다른 팀 감독님이 이것과 관련해 인터뷰하셨는데 소신껏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죄송스럽고 소속팀도 여러 선수들이 내 눈치를 볼 수 있고 그런 부분 있는데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본인이 논란을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박용택은 "우리 홈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팀 홈 구장에서도 같이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만 아니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협에서 후배들이 얘기를 꺼냈다고 하는데 거기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또 구단에서 하지 않겠다 하는 것도 이상한 모양새"라면서 "그래서 '누가 정리해야 되지?' 생각하다가 1군에 올라올 시기도 됐으니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깔끔하게 매듭을 지었다. 박용택은 "이제는 시즌의 절반 이상이 지나갔고 매 경기 소중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내 은퇴 투어 문제는 더 이상, 오늘로 딱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한 박용택이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사진=노컷뉴스)

     

    사람인지라 마음고생이 없을 순 없었다. 박용택은 "댓글을 거의 다 읽었는데 표현을 세게 하고 약하게 하는 건 있지만 팩트는 다 맞는 것 같다"면서 "나도 그냥 싫은 연예인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나친 악성 댓글에는 화도 났다. 박용택은 "올해 시즌 전 부모님이 못 가보신 신축 구장에 모시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 부모님이 죽을 것이라는 댓글이 있어서 순간 욕이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 딸이 댓글을 쓰면 이 정도일까 떨어질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황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박용택은 "이번 논란이 커진 것은 2009년 타격왕을 할 때 그 사건 때문"이라고 짚었다. 당시 박용택은 홍성흔(당시 롯데)과 타율왕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시즌 막판이 아쉬웠다. LG는 홍성흔에게 고의 4구에 가깝게 승부를 피해 안타를 칠 기회를 주지 않았고, 타율이 앞서 있던 박용택은 출전하지 않았다. 결국 박용택이 1리 차이로 타격왕(3할7푼2리)에 올랐다.

    그 때문에 박용택은 '졸렬택'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다. 이에 대해 박용택은 "졸렬이라는 뜻을 찾아봤더니 '옹졸하고 천하여 서투르다'는 뜻이더라"면서 "옹졸도 찾아봤는데 '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는 뜻인데 그때는 딱 그랬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 일 아니어도 야구장 안팎에서 그런 느낌이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 이후로 바뀌었다는 박용택이다. "2013년 페어플레이상을 받았을 때 인터뷰를 했지만 졸렬하지 않게 살려고 했다"면서 "그 이후로는 야구장 안팎으로 노력하고 살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은퇴 투어를 하지 못하지만 후배들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박용택은 "앞으로 머지 않은 시기에 은퇴할 슈퍼스타가 있는데 나와는 다르겠지만 어떤 (작은) 흠집 때문에 그들도 행사가 무산되면 안 된다"면서 "주제 넘지만 나를 옹호하고 좋아해 주시는 팬들이 '누구 은퇴할 때 보자'고 하던데 그런 마음은 충분히 졸렬하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게 후배들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실 박용택이 바라는 은퇴 모습은 따로 있다. 바로 우승이다. 2002년 입단 이후 무관에 그친 박용택은 "은퇴식도 인위적인 것보다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은퇴식이 하고 싶다"면서 "거기서 헹가래를 받는 꿈을 꾼다"고 강조했다. 과연 박용택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은퇴식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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