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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와 연대…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 '세인트 주디'



영화

    끈기와 연대…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 '세인트 주디'

    [노컷 리뷰] 외화 '세인트 주디'(감독 숀 해니시)

    (사진=㈜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은 여성, 그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길을 마련해주는 것조차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도 여성을 외면했다. 그러나 한 여성만은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을 뛰어넘는다. 두 여성의 용기가 만나 미국 망명법을 뒤집은 영화, '세인트 주디'다.

    '세인트 주디'(감독 숀 해니시)는 정치적 위협은 보호하지만 이슬람 여성이 겪는 위협은 보호하지 않는 미국의 '망명법'을 뒤집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는 변호사 주디 우드(미셸 모나한)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1990년대 초,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탈레반에 의해 투옥됐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교사 아세파 아슈와리(림 루바니)는 미국 망명 제도를 통해 신변을 보호받고자 한다. 그러나 아세파는 여성을 약자로 보지 않는 망명법으로 인해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다.

    아세파에게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명예살인'(부정한 행동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인을 처형하는 일부 사회의 관습)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여성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핍박받는 약자지만 법은 여성을 약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상황에서 여성을 어떻게 약자로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주디 우드는 아세파를 비롯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전 세계 여성을 위해 변론에 나선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망명법을 뒤집기 위해서 말이다.

    (사진=㈜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영화는 주디가 왜 아세파를 돕는지, 왜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일에 이토록 열정적으로 나서는지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주디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거, 그거 하려고"라며 담담하게 말한다. 대신 주디가 아세파를 돕기 위해 나서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주디의 말과 행동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느끼고 보도록 한다.

    이민 법률사무소 대표 레이(알프리드 몰리나)는 무모한 변론에 나서는 주디에게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실수하는 거라고 말한다. 가능성은 희박하고 스스로도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디를 끝까지 가게 만든 건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끈기다.

    누군가는 끈기를 갖고 나아가며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기에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는지 모른다. 주디의 말마따나 영혼이 부서진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는 싸워야 하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다.

    정의를 향한 싸움은 생각만큼 빠르게 결말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항상 성공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안다. 어쩌면 정의로운 마음만큼, 아니 그보다 더 필요한 건 마지막까지 나아가게 하는 끈기임을 보여준다. 이는 '세인트 주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디가 아세파를 변호하는 과정도 돋보인다. 아세파는 탈레반에 의해 투옥된 당시 성폭력을 겪는다. 주디는 이를 짐작하고 있지만, 아세파가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린다. 종종 아세파는 왜 말하지 않느냐고, 왜 질문하지 않느냐고 주디에게 말한다. 그럴 때마다 주디는 자신의 역할이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라고 격려할 뿐이다.

    (사진=㈜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현실의 피해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기까지조차 험난한 여정에 놓인다는 사실을 볼 때, 주디가 아세파를 변호하고 변론하는 방식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성폭력 피해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는 정말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는 누구도 가늠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주디는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아세파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때까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끝까지 모두가 안 된다고 한 일에 발 벗고 나선 주디의 용기만큼, 자신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한 번도 꺼내놓지 않았던 상처를 이야기한 아세파의 용기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를 통해 여성과 인권이라는 현재진행형의 과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여성이 존중받아 마땅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없었던 땅에서조차 여성으로서 당당하고자 했던 아세파다. 그리고 이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미국을 향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자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은 여성이 자기 생각을 내세우며 '인간'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그가 차별에 맞서는 과정은 현시대의 여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주디와 아세파가 추방 명령을 딛고 일어나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까지 가서 그간의 판례를 뒤집은 과정은 여성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두 여성과 각자의 상황을 감정적으로 그리지 않은 감독과 카메라의 시선도 여성과 그들의 연대를 돋보이게 만든다.

    이를 그려낸 미셸 모나한과 림 루바니의 열연과 앙상블은 물론 알프리드 몰리나, 알프리 우다드 등 배우들이 극에 또 다른 무게감을 더하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집중시킨다.

    7월 29일 개봉, 106분 상영, 12세 관람가.
    (사진=㈜태왕엔터웍스, ㈜미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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