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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끊긴 미싱사 엄마 "갈곳 없는 아이들, 라면으로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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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일감 끊긴 미싱사 엄마 "갈곳 없는 아이들, 라면으로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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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에 더 가팔라진 보릿고개④]10년 다닌 직장 잃은 기초수급자 오미연씨
    미싱사 엄마, 일용직 노동자 아빠…코로나 사태로 일감 완전히 끊겨
    수입 없는데 고정지출은 불어나…"아이들 끼니, 라면으로 때우게 해 맘 아파"
    가족여행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나윤이에게 바다 보여 주고 싶다"
    힘든 상황에서도 씩씩한 나윤양 "엄마가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글 싣는 순서
    ①76세 노인의 한숨 "폐지 주워 2천원…이젠 반찬 걱정"
    ②6남매 엄마 "월급 30만원…내년에는 이마저도 끊겨"
    ③뺑소니에 다리 잃은 가장 "월세 밀려 남은 보증금 200만원"
    ④일감 끊긴 미싱사 엄마 "갈곳 없는 아이들, 라면으로 끼니"

    (계속)

    나윤양의 집 입구. (사진=박고은 기자)
    "엄마가 일하러 나갔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우리 못 먹여 살리니까…."

    11살 이나윤(가명)양의 소원은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이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엄마와 하루 종일 붙어있고 싶어했던 나윤양. 아이의 소원이 정반대로 바뀐 건 코로나 사태로 나윤양 부모님의 일자리가 한 순간에 끊기면서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돼서다.

    ◇미싱사 엄마, 일용직 노동자 아빠…코로나 사태로 일감 완전히 끊겨

    나윤양의 엄마 오미연(44∙가명)씨는 지난 10년 간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의류 제작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했다. 오씨가 하루 중 공장에서 보낸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2시간. 아이들을 돌볼 새도 없이 바쁜 일상이었지만 오씨는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본으로 의류를 수출하던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기 때문이다. 오씨의 수입도 월 120만 원 수준에서 '0원'이 됐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나윤양 아버지 이모(46)씨도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았다. 코로나19 이전 이씨는 한 달에 스무 번 이상 새벽 5시에 신설동 인력사무소로 출근했다. 그 때만 해도 일감을 못 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벽같이 나가 봤자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기 일쑤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일용직 인력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건설 현장에서 허리를 다친 나윤양 아버지. 이제는 오씨가 식구 4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고작 11살인 나윤양의 눈에도 일자리를 잃은 엄마의 모습이 '생계 위협' 그 자체로 인식된 이유다.

    나윤이네 집 부엌. (사진=박고은 기자)
    ◇수입 없는데 고정지출은 불어나…"아이들 끼니, 라면으로 때우게 해 맘 아파"

    나윤양네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는 서울 대표적 봉제골목이자 달동네로 꼽히는 종로구 창신동이다. 가파른 언덕 위 한 골목에 위치한 나윤양네 집 주변은 오후 7시만 돼도 동대문 새벽시장으로 물품을 옮기는 오토바이들이 쌩쌩 내달린다. 아이들을 키우기엔 시끄럽고 위험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 집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만 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집세 때문이다.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인 나윤양의 오빠를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은 '선불폰'을 이용하고 있다. 선불폰은 충전한 금액만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로, 요금을 다 쓰면 전화 수신만 된다. 나윤양네 가족은 한 달에 1~2만 원씩 충전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다.


    오씨는 "고정지출을 줄이려고 뭐든 해봤다. 그런데 애들이 커가면서 지출을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 한창 크는 나이라 그런지 나윤이 옷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줘야 한다. 비싼 옷도 아니다. 길 건너 주말이면 자판 깔고 파는 5000원, 10000원짜리 옷들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며 울먹였다.

    공간이 부족해 짐정리가 힘든 나윤이네 집.(사진=박고은 기자)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고정지출을 줄이는 게 더 어려워졌다. 개학 연기로 아이들이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식생활비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씨는 "우리는 괜찮은데 아이들 건강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아이들이)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처음엔 고기는 못 사줘도 야채라도 사서 이것저것 만들어줬는데 이제는 그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가장 저렴한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일감이 끊길 줄 모르고 냈던 빚도 걱정이다. 지난해 11월 오씨 부부는 생계를 위해 제3금융권에서 600만 원가량의 빚을 냈다. 오씨 부부의 낮은 신용과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제1, 2금융권에선 대출이 불가능했다. 이자율이 24%나 됐지만 그때만 해도 5년 동안 매달 20만 원씩 상환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오씨는 "일을 하면 한 달에 20만 원 못 내겠나 싶었다. 이렇게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 줄 알았더라면 빚까지 내진 않았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곰팡이로 덮힌 나윤이네 집 화장실 천장. (사진=박고은 기자)
    ◇"나윤이는 언제쯤 바다를 볼 수 있을까요?"

    오씨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투성이다. 오씨가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건, 가족여행이란 추억을 단 한 번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씨는 "가족끼리 놀러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명절 때 춘천에 있는 할머니댁에 가본 게 전부다. 나윤이가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데 언제쯤 그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나윤이는 활동적인 성향이라 나가는 걸 좋아한다. 예전엔 여의도 공원에라도 데리고 나갔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다. 코로나 때문도 있지만 한 번 나가면 기본으로 3~5만원은 깨지니까 그 생각하면 나갈 수가 없다"고 전했다.

    간단한 나들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아이들의 유일한 친구는 휴대전화 속 '유튜브'가 됐다. 오씨는 "그나마 집에 와이파이가 되니까 애들이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보고 있다. 나윤이 같은 경우는 트와이스를 좋아하는데 봤던 영상을 보고 또 돌려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학교를 나가지 않는 동안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아프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윤양에게 여름방학 때 어딜 가보고 싶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던 나윤양은 "집에 있는 게 좋아요. 나가면 돈만 들죠. 전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엄마가 돈도 벌고, 놀이공원도 갈 수 있으니까요"라며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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