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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도 노예계약"…연예계 '갑을논쟁'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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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도 노예계약"…연예계 '갑을논쟁'의 속사정

    [노컷 딥이슈] 이순재부터 신현준까지 매니저 향한 '갑질' 논란
    '2달' 이순재 매니저도 '13년' 신현준 매니저도 부당 임금, 사적 업무지시 폭로
    업계 관계자 "일반 매니저들 소모품 취급 비일비재…기본 노동권리 없어"
    공사 구분 없는 업무가 관행…노조 만들고 싶어도 찍힐까 두려움
    연예계 수익 구조 밑바탕엔 기형적 저임금…"임금 문제 대수술해야"

    배우 이순재와 신현준. (사진=자료사진)

     

    전 매니저들 폭로로 촉발된 연예인들의 '갑을논쟁'이 한창이다. 원로배우 이순재부터 신현준까지, 배우와 매니저 사이 이 같은 갈등은 연예계 노동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이순재와 신현준 전 매니저들의 공통점은 바로 고용인인 배우들의 '갑질'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SBS '8뉴스'는 지난달 29일 이순재의 전 매니저 김모씨가 당한 '갑질'을 보도했다. 김씨는 배우 일정 관리, 스케줄 이동 등 매니저 역할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취업했지만 배우 가족의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했다고 주장을 펼쳤다.

    근로시간에 다른 충분한 보상과 기본적인 근로계약서, 4대 보험 등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두 달 동안 평균 주 55시간 이상 일했지만 휴일·추가 근무 수당 없이 기본급 월 180만 원만 받았다. 이에 대해 직접 이순재에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도리어 이전 매니저들은 4대 보험 요구를 한 적이 없으며 집안일을 계속 도우라는 말만 들었다.

    처음 해당 보도에 대해 이순재 소속사 에스지웨이엔터테인먼트는 "사실과 다른 왜곡·편파 보도"라며 "이순재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보고 엄정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순재 역시 직접 입장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매니저가 녹취를 통한 또 다른 추가 폭로를 예고하면서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이순재 측은 '법적 대응' 카드를 거둬들이며 한 발 물러섰다. 소속사뿐만 아니라 이순재까지 "전 매니저가 언론에 제기한 내용이 맞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건은 '봉합'됐다.

    폭로 내용은 유사했지만 신현준의 경우는 대처에서 조금 달랐다.

    13년 간 신현준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전 매니저 김모씨는 과도한 근로에도 불구하고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10분의1 수익 배분 역시 구두 약속으로만 끝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속적인 폭언과 갑질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신현준은 김씨에게 욕설이나 1분 단위로 재촉하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왔다. 또 김씨는 이순재 전 매니저처럼 신현준의 모친 시중까지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 문제도 두 달 일한 이순재 전 매니저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뷰를 통해 "함께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계약서는 없다. 한 때 계약서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신현준과 일하면서 얻은 순수한 수익은 1억 원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현준 소속사 HJ필름은 곧바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씨가 공개한 메시지 내용이 악의적으로 왜곡됐으며 허위 사실 유포나 다름없다는 반박이었다.

    공식 입장문에 따르면 일단 두 사람의 관계는 배우와 매니저 이전에 가족까지 교류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갑질'로 신현준 모친을 김씨가 시중든 것이 아니라 서로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차원이었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임금 체불 등은 당시 신현준 소속사 대표였던 김씨가 미지급해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일이 늦고 연락이 되지 않아 빨리 해결해달라고 한 것도 갑질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친한 사적인 관계자 간이라면 문제가 안 될 일상적인 대화마저도 부분부분 악의적으로 발췌, 편집해 당시 상황을 거짓으로 설명한다면 이제 저희도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많은 피해자를 만나 너무나 많은 증거를 수집했다.거짓이 아닌 진실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소득자인 연예인과 연예인의 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매니저. 동반자이자 공생 관계인 이들은 왜 노동과 적절한 임금 사이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10년 넘게 매니저 경력을 가진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일이 숨쉬듯 비일비재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사실상 유명 연예인과 소속사 매니저의 관계란 일한만큼 정상적인 임금를 보장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거물급 스타가 된 연예인들 중에서도 당연히 어려웠던 시절 동고동락한 매니저와의 의리를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 수익 배분 등으로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수를 따지자면 적고, 보통 일반적인 매니저들은 표준계약서가 없거나 있어도 최저 임금, 초과 근무 등 일반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조차 없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공사 구분 또한 흐려진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매니저들 역시 연예인 사생활 일정까지 '일의 연장'으로 취급되는 관행에 불만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워낙 업계가 좁고, 평판에 타격이 있다 보니 노조 등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어렵다.

    그는 "예전에도 한 번 노조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적이 있었던 걸로 안다. 불발된 건 그런 식으로 한 번 '문제 매니저'로 낙인 찍히면 이 업계에 발 붙일 수 없는 분위기가 컸다"며 "매니저 임금 문제가 발생하면 배우와 기획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부당한 업무 지시는 물론, 대다수 일반 매니저들의 기형적인 저임금으로 업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 구조 안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처우 개선은 사실상 '남일'"이라고 전했다.

    결국 표준계약서 의무화 등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 전반의 체질적 개선 없이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표준계약서 작성 비율은 79.9%였고, 12.2%는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았다. 여전히 5명 중 1명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한다해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권리 보장은 또 다른 문제다.

    이 관계자는 "개별 갈등 사안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말 전반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문제가 아주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고, 연예인만 노예계약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도 그렇지만 정부기관에서 표준계약서 의무화, 근로시간 준수, 초과 수당 지급 등을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임금 문제 대수술만 이뤄져도 반은 해결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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