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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14년 만에 '평등법' 제정 촉구…입법에 힘 싣는다



사건/사고

    인권위, 14년 만에 '평등법' 제정 촉구…입법에 힘 싣는다

    차별금지법→평등법 이름 바꿔 국회에 입법 촉구
    5개 차별 개념·21개 차별 사유 명시
    "차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권고, 입증책임은 '차별한 사람'에게"
    "국회에서 논의 주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4년 만에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에게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평등의 원칙은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핵심 원리"라며 "UN 인권이사국으로서 이제 우리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요청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차별금지법 관련 의견 표명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정부입법이 무산된 이후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모두 6번 발의됐지만 보수 개신교 단체 등의 반대로 줄줄이 폐기되거나 발의자에 의해 철회됐다. 지난 20대 국회 때는 국회 발의조차 없었다.

    인권위는 '평등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지난 4월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8.5%는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인권위의 같은 질문에 대한 찬성률(72.9%)보다 15.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인권위는 이런 여론 변화에 힘입어 입법을 추진하되, 법률의 명칭도 기존의 '차별 금지' 대신 '평등'을 앞세우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를 하는 이유는 사실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등을 앞에 두는 것이 국민들에게 보다 이 법안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논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실제로 우리 헌법은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기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권위는 기자회견에 앞서 전원회의를 열고 '평등법' 시안을 논의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위원회가 제안한 평등법 시안은 차별을 5개 개념으로 정의했으며, 39개조로 구성돼 있다. 차별 개념은 △직접차별 △간접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조장 광고 등이다.

    아울러 21개 차별 사유를 명시했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사회적 신분 등이다.

    인권위는 특히 악의적 차별 행위가 반복될 경우 재산상 손해 이외에, 별도로 손해액의 최고 5배를 배상하는 일종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하기로 했다. 차별 행위를 입증할 책임은 차별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차별을 한 사람에게 주어졌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 다르게 대우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인권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정부, 즉 국무총리에게 입법 추진을 권고했으나 이번에는 국회의장에게 입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찬운 상임위원은 "당시에는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상당히 관심있어 했고 (우리) 위원회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왕성해 정부 입법을 통한 차별금지법 입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여러가지 상황상 시민사회의 여론, 정치권의 일정한 동향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논의를 주도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국회의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평등법이 입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묻자 최 위원장은 "입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다수 국제인권조약의 당사국으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규범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평등법이 존재한다"고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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