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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논란 속 고개드는 '역사 백래시'



사건/사고

    윤미향 논란 속 고개드는 '역사 백래시'

    • 2020-05-27 05:25

    이용수씨 기자회견 직후, 역사 왜곡 움직임 벌어져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하고, 매춘 주장까지
    이용수씨 "일궈온 투쟁의 성과 훼손돼선 안 돼"
    전문가들 "정의연 논란과는 별개로 접근해야"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한 조각상.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인 이용수(92)씨의 기자회견 이후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왜곡하는 '백래시(backlash: 사회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행동)' 움직임이 감지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변해온 정의연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그 자체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용수씨 기자회견 후…'곳곳' 위안부 피해 왜곡 움직임

    27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극우단체 등 일부 세력들은 위안부 강제동원 등을 부정하는 발언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날 이승만학당과 반일동상진실규명 공대위는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는 '반일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또 '위안부는 일종의 매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연세대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와 프리덤 뉴스의 대표 김기수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프리덤 뉴스는 세월호,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 심포지엄에서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오른쪽 두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교수는 "위안부가 자발적이나 강제적이냐는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면서 그 이유로 "조선시대에는 여성 인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이어 "가난한 집안의, 성 윤리가 결여된 가부장이 딸을 결혼시키면 돈이 드니, (매춘) 주선업자가 찾아와 돈을 제시하면 뿌리치지 못하고 딸을 준 것"이라면서 "취업 사기라는데, 인간이 얼마나 영악한 동물인데 사기를 당하냐"고 반박했다.

    류 교수도 "성 노예라는 건 강압에 의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라며 "당대에는 빚을 다 갚으면 자유의 몸이 되어 조국에 돌아온 여성들이 수두룩했다. 이것을 어떻게 성 노예라고 부르냐"며 힘을 보탰다.

    그보다 앞서 반일동상진실규명 공대위와 김 변호사는 지난 12일 윤미향 당선인이 "수요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전쟁성범죄와 강간을 가르쳤다"며 아동학대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일주일 뒤인 지난 1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며 "'강제연행', '성노예', '전쟁범죄'라는 상징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안부들의 초기 증언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유연대 등 일부 단체들도 계속해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맞불 시위를 열고 있다.

    ◇전문가들, 피해자 발언 선별·왜곡은 '증언 착취'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는 이용수씨의 발언을 의도에 맞게 선별·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탈진실의 시대, 역사 부정을 묻는다'의 저자 성공회대 강성현 열림교양대학 교수는 "역사 왜곡 세력은 피해자의 증언을 배척하는 '실증주의' 사관을 내세운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를 맥락과 상황을 모두 배제하고 활용하는 것은 '증언 착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이 갈등적이라면 여태까지 할머니가 취해온 '발화의 맥락', '역사의 맥락'에서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실제로 이씨는 지난 25일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 공개와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가 꼭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위안부는 당대 '호주제'의 책임'이라는 이영훈 전 교수 측의 주장에 대해 "그런 시스템 자체를 구성한 게 일본 정부인데,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며 "국가적 비호 아래 유괴, 약취 등 당대에도 불법이던 행위들이 동원됐다"고 반박했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정의연과 역사적 사실인 '위안부 문제'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정태일 한국사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알력도 갈등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종군 위안부가 강제 연행돼 이뤄졌다는 역사적 팩트(fact)를 왜곡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걸 자신들의 논리에 활용하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정의연과 별개로 존재하는 국제적 문제"라며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연행된 위안부가 중국, 동남아, 네덜란드 등 전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네덜란드 여성들 62명을 인도네시아에서 강제 동원해 위안부로 만들었던 주모자는 사형됐다는 기록이 정확히 남아있다"며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한국만의 문제로 생각하고, 왜곡하고 매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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