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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관한 수직의 알레고리 '더 플랫폼'



영화

    현대 사회에 관한 수직의 알레고리 '더 플랫폼'

    [노컷 리뷰] 외화 '더 플랫폼'(감독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사진=㈜더쿱/씨나몬㈜홈초이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꼭대기에 있는 자, 바닥에 있는 자, 그리고 추락하는 자. 세상은 둥글고, 인간은 평등하다지만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모습은 '수직'이다. 이 수직의 세상이 갖고 있는 위험에 관해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있다. '더 플랫폼'이다.

    '더 플랫폼'(감독 가더 가츠테루-우루샤)은 극한 생존의 수직 감옥 '플랫폼'에서 깨어난 한 남자의 시점으로 펼쳐지는 충격 스릴러다. 영화는 주인공 고렝(이반 마사구에)을 통해 플랫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사회를 보여준다. 층마다 변화하는 고렝의 심리와 플랫폼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방식은 적나라하다.

    레벨 0, 33, 101 등 수직 감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사각형 감옥의 중앙은 사각형 모양으로 뚫려 있다. 매일 한 차례씩 중앙 홀을 통해 최상위 레벨 0에서 차려진 만찬이 모든 층을 관통하며 각 층 수감자에게 음식을 배식한다.

    단, 몇 층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수직 감옥의 맨 아래까지 도달할 음식이 남아있다는 보장은 없다. 각 레벨에 위치한 두 명의 인물이 먹고 남은 음식을 아래 레벨로 물려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레벨 숫자가 낮을수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남을 확률도 높다. 그러나 30일마다 무작위로 레벨이 재배치된다. 레벨 1에 있다가도 30일 뒷면 레벨 116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굶주림에 놓일 확률이 높다.

    사방이 가로막힌 감옥,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중앙의 시커먼 구덩이, 생존을 위해 허락된 하루 한 번의 배식. 하루아침에 특권을 지닌 계층에서 당장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공포만 남은 계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수직 감옥을 벗어날 때까지 수감자들을 지배한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양만큼만 취한다면, 어쩌면 맨 밑바닥에 위치한 누군가도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직 감옥의 무작위성에 의해 상층과 하층을 두루 경험한 수감자들은 오로지 자신이 위치한 층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을 누리기 바쁘다.

    자기보다 아래층에 위치한 사람들을 향해 이기적이고, 때로는 생존의 최소 조건인 하루 한 번 배식되는 음식에 패악을 저지르기도 한다. 음식 한 조각 볼 수 없는 최하층에 위치한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은 자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것이 플랫폼에서의 당연한 생존 방식이다.

    (사진=㈜더쿱/씨나몬㈜홈초이스 제공)

     

    영화는 인간과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한다.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는 조건인 '이성'이란 무엇인지, 사회 시스템에 적응된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죽이고 식인을 자행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혐오의 감정은 인간 자체에 대한 것일 수도, 영화가 은유하는 자본주의나 계급사회 등 사회·정치적 시스템일 수도 있다.

    자신이 이미 누릴 수 있는 혜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도 아래층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지닌 것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 한 번쯤은 겪었을 아래층의 고단한, 때로는 목숨을 위협하는 삶에 대한 기억마저 잊은 듯하다. 그러나 하층부에 위치한 사람들은 물론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모두 위기에 직면한 이들이다. 누구도 자신이 위치한 층 외의 상황과 사람들은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지금, 내가 발 디딘 곳이다.

    지금 당장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위치가 높다는 것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수직 감옥의 시스템은 언제든 모두에게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자원, 그리고 얼마가 존재하는지 모를 사람들, 언제 어떻게 생존권을 빼앗길지 모르는 수직 감옥의 시스템. 수직 감옥은 언젠가 누구든 추락할 수 있고, 삶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현대 사회의 알레고리다.

    영화 속에서 음식을 적정량으로 배급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누군가는 '공산주의자'냐는 물음을 던진다.

    영화를 보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스스로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게 될지 모른다. 과연 현재의 시스템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과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안전한지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는가 말이다.

    전 세계가 극과 극으로 나뉜, 사실은 모두가 위기를 맞은 지금,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을 취하고 모두가 살아남자고 하는 이들을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고렝이 과연 불가능한 꿈을 꾸는 이상주의자인지, 아니면 싸워 이길 수 없을지 모르지만 변화를 위해 시스템과 싸우려 한 인물이었을까. 마치 고렝이 플랫폼에 들고 온 책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처럼 말이다.

    하나의 장르가 된 스페인 스릴러물의 명성을 이어갈 새로운 감독의 데뷔가 반갑다. '더 플랫폼'을 통해 장편 데뷔한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5월 13일 개봉, 94분 상영,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더쿱/씨나몬㈜홈초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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