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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명 사망' 이천 화재참사가 인재(人災)인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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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38명 사망' 이천 화재참사가 인재(人災)인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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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업체와 산업안전공단 모두 '무사안일'로 일관
    9개업체 78명 뒤엉켜 동시작업…'위험천만'
    정부, '샌드위치 패널' 규제 느슨…대형참사 반복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화재가 발생한 물류창고 공사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 1시 32분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 사망하고 10명의 부상하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윤창원기자
    38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무사안일과 안전불감증이 몰고온 또 하나의 인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 공사업체와 산업안전공단 모두 '무사안일'로 일관

    30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의원실과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여러 차례 물류창고 공사업체측에 화재위험을 경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서류심사 2차례, 현장 확인 4차례에 걸쳐 공사업체측이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레탄폼·용접 작업에서의 화재폭발 위험 주의' (2019년 4월1일/착공 뒤), '향후 용접작업 등 불꽃 비산에 의한 화재발생 주의' (2019년 5월17일/공정률 14%), '향후 우레탄폼 판넬 작업 시 화재폭발 위험 주의' (2020년 1월29일/공정률 60%), '향후 불티 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위험 주의' (2020년 3월16일/공정률 75%)

    문제는 서류심사와 현장확인 과정에서 여러 건의 지적사항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공사업체의 유해위험방지계획이 '조건부 적정' 판정을 받으면서 계속 공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주의사항도 이번 화재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우레탄폼과 용접 작업에서의 화재나 폭발을 경고'하는 것이었지만, 매번 조건을 달아 적정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공단은 서류심사와 현장확인 과정에서 엄격하지 못했고, 공사업체는 여러 차례 계속된 주의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0일 오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사망자를 위한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 9개업체 78명 뒤엉켜 동시작업…'위험천만'

    최초 폭발이 시작된 지점에서 우레탄폼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쯤 물류창고 지하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는 우레탄 폼에 발포제 등을 첨가하는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소방당국의 추정이 사실이라면, 이는 노동자의 안전을 무시한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우레탄 작업 시에는 화학반응으로 인해 유증기가 발생하고, 엘리베이터 설치작업 과정에서는 유증기의 점화원이 될 수 있는 불꽃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안전공단이 '우레탄폼·용접 작업에서의 화재폭발 위험'을 반복해서 경고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화재 당시 지하 2층부터 지하 4층까지는 전기와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9개 업체 근로자 78여 명이 작업 중인 것으로 확인돼 동시 작업의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 감식 결과, 우레탄폼과 엘리베이터 설치 동시 작업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과거의 참사를 여전히 교훈으로 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다시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정부, '샌드위치 패널' 규제 느슨…대형참사 반복

    여러 차례 대형 화재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 공법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허술한 것도 문제다.

    이번 참사뿐 아니라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9명 사망)와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40명 사망), 1999년 시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23명 사망)에서도 샌드위치 패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석유화학 제품인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이다.

    이 때문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번지고 동시에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유독가스는 몇 모금만 들이마셔도 신경계와 호흡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검은 연기는 신속한 대피를 어렵게 한다. 당연히 인명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축물은 '화약고'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지만, 값이 싸고 시공이 간단해 공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단열효과도 뛰어나 물류창고 건축현장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물류창고에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소방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닥면적이 600㎡를 넘지 않는 창고건물에 대해서는 우레탄폼 등을 넣은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38명이 숨진 이번 화재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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